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점화된 심신미약 감경 논란

2018-11-13

조유진 기자 | 96yuj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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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피의자 김성수(이하 김 씨)의 가족이 경찰에게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심신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처벌의 방패막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며 정신질환이 면죄부가 돼선 안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한편 김 씨는 지난달 22일 양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가 현재 국립법무병원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된 상태다. 김 씨는 한 달간 개인 면담 및 정신감정을 통해 심신미약 여부를 의사와 전문가로부터 판단받을 예정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개인 면담△각종 검사(게임중독 여부 등)△병실 생활 등을 종합해 김 씨의 정신감정서를 작성하고 법원은 정신감정서에 기반해 김 씨의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상이하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씨는 말투가 굉장히 어눌하고 전반적으로 의기소침해 수동공격적인 성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정신진단이 어떤 방향으로 확정되더라도 흉기를 가져온 계획적 살인인 점은 참작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배상균 우리학교 미네르바교양대학 강사는 “현재 심신미약에 의한 흉악범죄는 시급한 문제로 최근 법원의 음주자나 약물중독자 등에 대한 심신미약 인정이 비교적 엄격해졌다”며 “국민들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는 적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씨의 정신 감정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형벌을 받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인 심심미약 감형의 정확한 적용기준과 심신미약 감형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 및 사건 행방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김성규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연지 우리학교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에게 물어봤다.

Q1. 형법은 심신장애 및 심신미약을 어떻게 규정하며 어디까지 인정하나요?

김성규 교수: 「형법」제10조(심신장애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형법」제10조에서 규정하는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정신박약△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심리학적 요소로서 사물판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이 그 정신적 장애로 인해 결여되거나 감소됨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해도 범행 당시 정상적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습니다. 정신적 장애가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은 범행 충동을 느끼고 범행을 저지른 과정에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기 때문에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김연지 교수: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에 그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합니다. 여기서 사물 변별능력은 행위가 적법한지 위법한지를 판단할 능력을 의미합니다. 의사결정 능력은 자기가 한 행위의 의미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조종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심신장애나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범죄성립의 3단계 중 세 번째인 책임조각사유를 항변하는 것입니다. 책임은 그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 죄가 되지 않아 행위자를 벌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책임능력을 어떻게 판단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한데, 판례에 따르면 이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지만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법률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가령 피고인이 범행 당시 특정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종합적 법률판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전 판례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의 경우 심신상실을 인정했고(80도656), 정신병과 동등한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의 경우에도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임을 인정했습니다(99도693).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2017도1213). ‘조두순 사건’도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법으로 인정해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습니다(2009도7948). 한편 작년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은 주범인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입니다. 다만 범행 당시 피고인이 소년법을 적용받아 최장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습니다(2018도7658).

Q2.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신미약 감형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요?

김성규 교수: 범죄란 법률이 정하고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로 그 행위에 관해 행위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범죄의 성립요건은 △범죄 구성 요건 해당성△위법성△책임입니다. 범죄성립요건의 책임이란 행위자가 법규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책임은 행위자가 법규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책임능력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행위 당시 행위자에게 책임능력이 없던 경우는 범죄성립요건으로서의 책임이 부정돼 범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한편 행위 당시 행위자의 책임능력이 미약했던 때는 책임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범죄가 성립되지만 책임이 감경되고 그 결과로 형이 감경됩니다.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에 따른 형의 감경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주장은 인간의 의사 자유를 전제로 하는 책임(유책성)을 범죄성립의 요건 내지 가벌성의 요건으로부터 배제하는 것인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연지 교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심신미약 감형 조항을 없애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를 △구성요건에 해당△위법△유책한 행위라고 할 때, 책임은 범죄성립의 세 번째 요건으로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즉 책임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는 책임 원칙은 형벌 성립근거이자 제한원리이고 형사법의 기본원칙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에 내재하는 핵심원리입니다. 형법은 형벌을 부과할 때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형벌을 부과하기도 하고 형량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책임능력자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이에 현행법에서는 14세 미만의 자를 책임무능력자로 봐(형법 제9조) 형벌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에게는 소년법을 적용해 형벌의 수위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형법 10조 폐지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므로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주취자에 대한 성범죄에서 심신미약 감형을 할 수 없도록 특별법이 신설됐지만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하므로 심신미약자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은 지양돼야 합니다. 또한 정신장애의 개념이나 심신상실 또는 미약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법률의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Q3. 피시방 살인 사건에 대해 재판부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나요?

김성규 교수:「형법」제1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비춰보면 책임감경 사유로서의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 행위자에게 심신장애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야 합니다. 그런데 책임감경 사유로서의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위해선 정신장애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신장애로 인해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미약했던 점이 증명돼야 합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주장하는 우울증은 정신병의 일종으로서 정신장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범행 당시 피의자의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피의자에게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고 보면 심신미약에 따른 형의 감경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방송 매체를 통해 보도된 피의자의 범행 전후의 행동에 비춰보면 범행 당시 피의자에게는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지 교수: 범행 당시의 상황과 피해자를 부검한 부검의의 소견을 참고했을 때, 피고인에 대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합니다. 범행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불만과 앙심을 품고 그의 안면부를 30차례 이상 공격해 살해했습니다.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에게 선악과 시비를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 분노조절장애나 인격장애(사이코패스)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천적으로 불가피한 사유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경우까지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유진 기자 96yuj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