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스몰 시스터의 시대

2018-11-13

김지수 기자 | 97did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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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경기도 김포의 어린이집 교사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은 한 맘카페에서 해당 보육교사가 원생을 밀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의 게시로 시작됐다. 그 후 원생의 친인척이 사담을 개진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해당 카페 회원들은 보육교사의 동의 없이 그녀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고 보육교사는 이에 대해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처음 게시글 작성자와 원생의 친인척의 신상까지 밝혀지며 사건은 여전히 논란에 있다. 이처럼 맘카페를 포함한 개인의 커뮤니티는 ‘스몰 시스터’라는 사회용어로 정의된다. 스몰 시스터는 개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 공유와 개인 권리 증진 등의 순기능을 발휘하지만 △무분별한 마녀사냥△왜곡된 정보의 공유△사회혐오세력의 성장 등의 역기능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에 스몰 시스터 현상은 무엇이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자.

◆이젠 스몰 시스터의 시대

‘스몰 시스터(Small Sister)’는 정보를 독점하는 소수의 권력을 말하는 용어인 ‘빅 브라더(Big Brother)’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 소설 <1984>에서 비롯된 용어로 소설 속에서 사회 구석구석에 텔레스크린을 설치해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한다. 이는 사회 보호를 목적으로 조직된 권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소수의 권력자들이 사회를 통제하며 민중으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알 권리를 막는다는 부정적인 면을 갖는다. 현대에도 이와 같은 빅 브라더의 감시는 계속된다. 중국 공안당국은 인터넷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번 달 1일부터 인터넷 안전 감독·검사 규정을 가능하게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당국은 이 규정을 통해 △인터넷 기업과 인터넷 사용자의 전산센터△사무 공간△영업장소에 들어가 △조사△자료 열람△자료 복사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안이 인터넷 기업을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어 사회를 통제·감시하는 빅 브라더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스몰 시스터는 이러한 빅 브라더에 대항해 인터넷과 SNS의 발달과 함께 만들어졌다. SNS의 보급 이전에는 개인의 의견이 확산되거나 공론화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SNS가 보급된 이후에는 누구나 의견 개진이 가능해져 공론화가 용이해졌다. 이를 통해 개인은 인터넷 카페 또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개인의 경험 및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개인의 경험 및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의견에는 △신제품에 대한 후기△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새로운 유행 전파가 포함된다. 이들은 다수가 모여 소수 권력에 대항하는 대중의 담론을 형성한다. 이것은 소수의 권력이 개인을 통제하던 시기를 지나 개인의 폭로로 정치권 세력을 위협하거나 소비자의 사용 후기 하나로 기업을 위기에 몰리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몰 시스터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착한 스몰 시스터

스몰 시스터의 가장 큰 순기능은 소비자가 정당한 권익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소비자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 맘카페에는 남양유업 ‘임페리얼 XO’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작성한 카페 회원은 “분유에서 이물질을 발견해 남양유업 고객센터에 항의했다”며 “남양유업 측에서는 이 이물질이 털이 달린 코딱지라는 응답 후 제조과정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남양유업의 부적절한 대응을 고발했다. 이에 대해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지난달 30일에 “제조과정에서는 이물질이 절대 유입될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진행 중이지만 개인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커뮤니티에 올려 공론화할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권력이 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또한 국민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국민청원제도 또한 스몰 시스터의 순기능을 보여준다. 국민청원제도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국정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국민과의 소통창구다. 개인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면 국민들이 이에 대해 동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각 부처 장관△대통령 수석 비서관이 답변한다. 이는 개인의 의견이 거대 담론이 돼 국정 운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스몰 시스터의 긍정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나쁜 스몰 시스터

한편 스몰 시스터가 다양해지고 확대되면서 △무분별한 마녀사냥△왜곡된 정보의 공유△사회혐오세력의 성장이라는 부정적인 결과 또한 발생한다. 마녀사냥식의 ‘신상 털기’(개인의 동의 없이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으로 유포하는 행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지적됐다. 실제 2005년 서울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장면이 한 누리꾼에 의해 커뮤니티에 게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여성을 ‘개똥녀’라고 칭하고 여성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상을 털어 여성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불가하게끔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사진을 올린 건 잘못”이라는 의견도 제기했다. 이처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신상털기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계속해서 △땅콩남△배신남△패륜녀 등 확인되지 않은 글과 사진을 올리고 특정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을 이어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인터넷에서 개인은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네티즌이 스스로 반성하길 기대하기보다는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스몰 시스터의 부정적 영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몰 시스터가 형성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누리꾼들은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특정 △성별△지역△인종에 대한 혐오를 강하게 표출하며 이에 대해 △차별△욕설△비하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22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는 “박카스 할머니와 성매매를 했다”는 글과 함께 노년 여성의 중요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이 올라오며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았고, 곧 이 게시글을 올린 20대 남성은 지난 8월 3일 검찰에 검거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워마드도 극단적인 남성 혐오를 드러내 누리꾼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워마드에 ‘강서구 PC방 사건 피해자 시신 유출됐다. JPG’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먹다 남은 김치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글에서 “가해자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줘서 먹기 편했다”고 언급했고, 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댓글에서 이 게시자에게 공감하는 글을 올렸다. 스몰 시스터는 사회 문제에 대해 서로 연대하며 그들만의 집단을 만들지만 그 집단이 혐오를 담고 있으면 빠르게 부패됨과 동시에 경쟁하듯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린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광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오·혐오 범죄를 유발하는 불법 콘텐츠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관련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SNS의 확산으로 인해 의견 개진에 있어 개인의 힘이 증대된 만큼 개인도 책임감 있게 글을 올리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수 기자 97did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