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평화의 물결,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018-10-16

안효빈 기자 | anhyobin29@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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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을 마지막으로 끊겼던 남북 정상들의 만남이 이번 해 다시 이뤄졌다. 세 번이나 성사된 회담은 연일 화제가 됐다. 한반도에 찾아든 변화의 바람은 많은 논의를 불러왔다. 회담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남북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러한 궁금증들을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상환 교수님께 여쭤봤다.

Q1. 지난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이번 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최근 10년간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황 속에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대화가 재개됐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회담의 내용을 떠나서 남북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는 ‘탈냉전기 속 냉전의 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 사회의 냉전은 끝났지만 한반도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실질적으로 탈냉전기 평화 체제 속으로 편입할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우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패권경쟁, 중·일 간 패권경쟁 등으로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지금껏 우리는 통일 문제를 체감하는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실질적인 통일을 논의하는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가 재고됐고 북한에 대한 국민의 인식 역시 개선됐습니다. 이전까지는 북한 주민과 정부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북한 주민에게는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며 애정을 가졌으나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적대적 이미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북한 정권의 소통 가능성을 우리 국민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우려되는 점은 우리 국민 간 다양한 의견 차이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에 점철돼 북한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태도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종북세력이나 전쟁세력이라고 낙인 붙이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Q2. 왜 10년이 넘게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했나요?

사실 북한 내부 사정과 국내 사정이 맞물렸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은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뒤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북한은 식량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으며, 지난 10년간 북한 핵무기 개발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해 협상 영향력을 가질 수준이 되지 않았습니다.
역대 우리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보수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 즉 ‘기브 앤 테이크’에 충실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라는 고립된 특수한 국제 사회 행위자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엔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사정과 우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미국의 국제 전략에 편입돼 있으면서 안주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Q3. 2018 남북정상회담 1차, 2차 그리고 3차 각각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번 1, 2, 3차는 흐름을 봐야 합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1차 회담은 대표 의제를 설정하며 앞으로의 진행 방향과 취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던 회담입니다.
지난 5월 26일 진행된 2차 회담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의견 차이 때문에 파기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진행한 회담입니다. 이 회담에서 우리는 북미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다시금 판문점 선언 내용을 실행할 의지를 천명해 북한을 참여하게 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9월 18일 열린 3차 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진전시키는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북한 비핵화△군사△경제△문화·스포츠 분야 등의 진행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합의 내용의 대부분이 유엔 대북제재가 풀려야 실행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합의는 됐으나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사항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 교류협력 속도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해에 남북정상회담이 세 번이나 시행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해에 세 번이나 만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회담은 위기관리 차원 문제이지 평화 협력 강화 차원과는 동인이 다릅니다. 북한 핵 개발이 동인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합의 또는 미국의 태도에 따라 교류가 중단되고 다시금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Q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종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실질적 종전 선언’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질적 종전’이라는 말은 상징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1953년 이뤄진 정전협정 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질적인 종전의 단초는 유엔사령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종전 선언을 거론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신뢰가 쌓이고 우리 안보의 확신이 생긴다면 결국 가야할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5. 남북정상회담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우선 경제적으로는 ‘통일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년 세대가 통일비용 부담을 꺼리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통일 여부를 떠나서 교류협력 비용은 앞으로 얼마가 들지 모릅니다. 이를 집중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대가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입니다. 우리 경제가 호황기일 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지만 지금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크고 인구 절벽으로 인한 성장 동력 상실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화두가 될 때에는 갈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먼 미래를 본다면 평화적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지만 가까운 30년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젊은 세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는 국내 갈등이 단기적으로 깊어질 것입니다. 현재 여당은 평화가 곧 경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도 지속적인 남북한 교류를 통해 평화가 이뤄진다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말합니다.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기존 국방비의 상당액을 우리 경제적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야당은 경제가 곧 평화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경제 상황을 발전시켜 우리가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면 북한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경제적 우위를 통해 평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두 가지 이론 모두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적용하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선택하는 과도기적 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Q6.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결국 우리는 평화와 공존을 바라고 이 결과물로 ‘통일’을 원하는 것입니다. 통일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강대국 논리에 무조건 편승하는 행위자 중심 외교를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강대국과 외교를 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냉전기 시대의 강대국 이념대립의 완충지대 역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외교적 입장이 무엇인지 천명하고 이에 부합하는 독립적인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외교적 정체성을 강대국에 인정받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체성이 확보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통일 한국은 자주적인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나름대로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에 대한 이견(異見)을 수렴하는 열린 정부가 돼야 합니다. 이견을 수렴하지 않고 배격하는 자세로 남북한 문제를 다루면 우리 외교는 분명히 실패할 것입니다. 세대 격차도 극복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인구 절벽 시대의 20대, 30대는 통일로 향하는 과정에서 여러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보수나 진보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지만 국민은 이에 맞춰 장기적 안목을 갖고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은 받아들이되 그 속도는 젊은 세대가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을 것입니다. 국내 갈등뿐만 아니라 북한 내 갈등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모두 완화됐을 때 통일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조급증을 피해야 합니다. 통일은 단기적으로 특정 정부 임기 안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또한 이는 국민 전체의 문제이므로 이 과정에서 한 사람도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

안효빈 기자 anhyobin29@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