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변화의 바람은 계속 불고 있는가? 서울캠퍼스 정기총회 성사 실패 2018-10-16
김지수 기자 | 97didu@hufs.ac.kr 조회수 1189  댓글 0
이번 달 4일,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2018년도 하반기 정기전체학생총회(이하 정총)’가 열렸다. 이번 정총의 성사 기준은 전체 학생 수의 10%인 895명이지만 690명(8%)이 참석해 정총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과 학생들은 자리에 남아 여러 교내 안건을 논의·의결했다. 5월 29일 진행된 상반기 정총과 다르게 이번 정총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와 이번 정총에서는 어떤 안건들을 다뤘는지 살펴보자

◆ 성사되지 못한 정총, 이유는?

지난 5월 29일 진행된 ‘2018년도 상반기 정기전체학생총회’는 재학생 수의 10%인 899명을 훨씬 넘는 956명이 참석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총학은 지난 총회에서 △적극적인 홍보△정총 장소 변경△실시간 문자 통역 서비스와 같은 많은 변화를 시도하며 정총 개최에 성공했다. 이번 정총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시기와 환경에 대한 섬세한 고려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정총 개최 환경에 대한 고려 부족이었다. 총학은 학생과의 거리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소를 오바마홀에서 잔디광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급격히 추워진 날씨는 학생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총학의 의지를 꺾었다. 결국 몇몇 학생은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정총을 빠져나갔다. 이에 총학은 황급히 담요를 나눠주며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했다.
조명 또한 문제였다. 조명은 총학에만 비춰졌고 학생들의 자리는 어두웠다. 학생들은 총학이 배포한 자료집도 볼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총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명을 학생 측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조명으로 인한 눈부심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됐다. 정총 장소를 잔디광장으로 바꾼 것은 학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오히려 학생의 접근성을 위협했다.
이번 총회는 지난번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무게 있는 안건이 줄었다. 지난 정총은 △민주적 총장 선출제도△학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학사제도협의회 신설 및 학습권 보장△교육환경 개선 촉구 및 자치공간 공간권 보장 등 당시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참여도를 고조시킨 안건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총 안건은 △교육환경 개선안△학생참여 징계위원회 요구△학내 안전체계 확립 요구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었지만 저번 정총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안중헌(서양어·독일어 16) 총학생회장은 “상반기 정총이 그동안 산적해있던 문제를 다룬다면 하반기 정총은 상반기에 결의된 안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병수(영어·영문 16) 부총학생회장은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와 다르게 거의 유일하게 매학기 정총을 여는 학교”라며 “하반기가 돼 화력이 떨어진 것이 150명이라는 줄어든 참석 인원의 수로 드러난 것 같다”며 이번 정총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기총회에서 다룬 안건, 내용은?

이번 정총은 △성원 확인△개회 선언△서기단장 선출△논의안건△결의안건△보고안건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안건은 ‘교육환경 개선안’이다. 현재 우리학교의 강의실 부족 현상과 낙후된 환경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강의실 사용률이 50~60%임에도 △사회과학관△인문과학관△교수학습개발원의 경우 강의실 사용률이 약 90%에 육박한다. 학교 측은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외국인 학생 입학을 늘리고 있으며 학생들은 강의실 부족으로 인한 폐강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교육 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현지(중국·중외통 17) 씨는 “교육환경에 관한 큰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학사 1층에 마련된 열람실의 와이파이 구축과 같은 작은 문제해결이 더 시급해 보인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질의했다. 전병수 부총학생회장은 이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안건은 ‘학생참여 징계위원회 요구’다. 지난 정총에서 의결한 『학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 6대 요구안』을 통해 총학은 학내에서 자행된 교수 권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학교 차원의 의식개선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총학이 이사장실과 총장실에 공식적으로 징계 여부와 결과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한 결과,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총학생회는 현재 실재하는 징계위원회 논의 과정은 매우 폐쇄적이라고 지적하며 학교 측과 학교 측과 징계위원회 구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안건은 ‘학내 안전체계 확립요구’다. 안전해야 하는 학교 안에서 학생 대상 범죄가 발생했고 학생자치공간은 외부인 무단 침입으로 쉽게 무력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사전 예방 시스템과 사건 발생 후 제재를 가할 인력 등 학교본부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서울캠퍼스 부총장은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로부터 개인이 조심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총학은 이처럼 학교본부의 안전 인식이 학생 사회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총학은 우리학교 1년 예산에는 안전 항목이 없다는 점을 말하며 학교 측의 안전 관리시스템 마련을 위한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서예슬(서양어·노어 17) 씨는 “인문관 1층 화장실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고 외대사랑 순찰대에 신고했지만 추후 결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다”며 “신고 후에도 처리 과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동대문구 경찰서에 장기적으로 협력을 요청할 수 없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임기가 1년 정도뿐이라 학교와 총학생회가 함께 움직여야 장기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앞에 학교 순찰과 관련해 개선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논의 안건에 이어 △2018년 52대 총학생회 상반기 활동보고△2018년대 제52대 총학생회 상반기 정기전체학생총회 결의안건 이행보고△2018년 제52대 총학생회 상반기 결산보고가 진행됐다. (그림 참고) 이후에는 학생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강주호(영어·영통 18) 씨는 “입학 장학금을 받고 들어왔는데 학기 중 장학금 유지 기준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갑자기 장학금 기준을 올리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한 총학생회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입학 장학금 규정이 명확히 명시된 게 아니라 『장학규정에 따른다』라고 돼있다”며 “장학위원회에 대한 학생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태림(영어·영문 16) 씨는 “권력형 성폭력 문제의 처리와 관련된 징계위원회에 학생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회부가 되는 간단한 과정도 학우들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재학생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부에도 이 과정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논의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공개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신고△조사△징계 절차 과정은 학생들이 잘 알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변화의 바람은 계속 된다

정총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지난해 9월 18일 실시된 ‘2017년도 하반기 정기전체학생총회’는 459명(전체 학생수 6%)이 참석해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총은 학생 참여 인원이 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또한 학생들도 정총에서 교내 사안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정기총회에 대해 나익중(중국·중언문 17) 씨는 “상반기 정총이 성사돼 이번 총회도 기대했지만 학생 수의 2%가 모자라서 성사되지 않은 게 아쉽다”며 이어 “앞으로 학교에 많은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고 정총에 참가한 소감을 전했다. 김태운(사회·미디어 18) 씨 또한 “정총이 성사되지 않고 중간에 학생들이 많이 빠져서 아쉬웠다”며 “그럼에도 정총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진호(경영·경영 14) 씨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이 합쳐진다면 우리학교 학생 사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킨 것은 학교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전병수 부총학생회장은 “상반기 정총을 성사시킨 학생들과 하반기 정총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도 와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학생회뿐만 아니라 학과 단위가 강력해져야 총학도 효력이 생긴다”며 학생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김지수 기자 97did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