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 유교 사회주의 정책의 연원과 전망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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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중국의 4세대 지도자에 오른 후진타오가 유교(儒敎)를 국가 통치이념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2013년에 등장한 시진핑 주석은 유교를 비롯한 중국 전통의 고전을 정치뿐만 아니라 일반 교육 현장에까지 널리 보급하려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들의 침탈로 말미암아 중국의 전통 사상을 부정하는 계기가 됐고, 이로부터 사회주의국가로 탄생하게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1세기에 들어서 사회주의 중국이 이념적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편 이래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중국 동부 연해 도시 지역은 크게 발전한 반면에 내륙 지역은 여전히 낙후된 채로 남아 도시와 농촌 사이의 빈부 격차가 날로 심화됐다. 이에 사회적 갈등의 폭이 점점 확대됐고, 공산당 정부의 부정부패와 자연 환경의 파괴 및 오염 문제 등 중국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대응해 후진타오 주석의 공산당 지도부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조화롭게 풀어 중국 내부의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21세기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회주의 화해(和諧)사회’를 제시했다.
사회주의 화해사회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양공(襄公)」 11년에 진(晋)나라 양공(襄公)이 주변의 여러 제후들을 잘 규합해 화평한 사회질서를 이룬 것을 일컬어 “마치 음악의 조화같이 어우러지지 않는 것이 없다(如樂之和, 無所不諧)”라고 해 ‘조화롭게 어우러진(和諧)’ 사회를 이뤘다고 한 것에다가 중국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를 합해 지어진 용어로서 전통적인 유교의 화해(和諧)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뿐만 아니라 2014년 시진핑 주석은 공자(孔子) 탄생 2565주년 기념 국제 학술연구토론회 개막식에 참석해 “역사를 잊지 말아야 미래를 개척할 수 있고, 역사를 잘 계승해야 앞날을 잘 혁신할 수 있다(不忘歷史才能開闢未來, 善於繼承才能善於創新)”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같은 해 제30회 스승의 날 경축전에 참가해 “고대 경전 시가와 글귀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을 찬성할 수 없으며, 중국의 전통을 배제하는 것은 매우 비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자리에서 당(唐)나라 때 유교 부흥을 기치로 내세웠던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이라는 글에서 “스승이란 학생들에게 도(道)를 전하고, 학업을 전수하고, 의혹을 푸는 것(師者，所以傳道受業解惑也)”이라는 글귀를 인용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근래 중국 정부는 정치와 교육 현장에서 유교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사상 배우기를 두루 강조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 춘추시대(春秋時代) 공자가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유가(儒家)를 세웠고, 한(漢)나라 때 유가(儒家)만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삼는 독존유술(獨存儒術) 정책을 편 이래 유교는 청(淸)나라 때까지 중국 왕조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이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구의 침탈로 말미암아 중국이 왕조국가의 종말을 고하게 되는 등 중국의 전통적인 이념들이 송두리째 그 뿌리가 흔들리게 되면서 유교 역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아울러 근대 이전까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중국이 나약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고, 중국도 서양의 문물을 배워 부국강병을 해보려고 양무운동(洋務運動)과 변법자강(變法自强)의 개혁을 펼쳐 봤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버렸다.
이를 계기로 1919년 신문화운동 시기 중국의 지식인들은 그때까지 중국이 서구 열강들처럼 민주주의와 과학을 발전시켜 부강한 나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 중국 문화전통의 가장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공자의 유교와 한자(漢字)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제야 중국은 지난 왕조시대에 그들이 지켜왔던 유교를 비롯한 전통적인 요소들이 근대 산업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던 것이다.
특히 지배와 피지배계급의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는 유교사상이 자유와 평등을 이념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와 과학의 발전을 막았던 것이라고 해서 당시 중국의 지식인들은 공자의 유교사상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1949년 건국 이후 1958년 대약진운동과 1966년부터 벌어졌던 문화혁명 기간 중에는 유물론적인 사회주의 세계관에 입각해 이른바 “공씨(孔氏) 집안을 깨부수자!(打倒孔家店)”라는 구호와 함께 전통적인 이념인 유교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운동이 펼쳐졌었다.
그런데 근래 중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대내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면모를 세우고 개혁개방 이래 시장경제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격차를 줄이고 사회 안정을 유지하며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완성하기 위해서 다시금 유교와 전통사상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전까지 적극적으로 부정하던 유교와 전통사상을 부활하려는 의도는 유교의 최종 목표인 ‘조화로운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추구하는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목표와 유사하다고 보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왕조시대를 지탱하던 유교와 같은 전통사상을 부활시켜 계승하려는 것은 21세기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정치적인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860년대 양무운동 당시 중국의 정신을 근간으로 한 채 서양의 실용적인 과학기술을 습득하려고 했던 중체서용(中體西用) 정책이 실패했던 것처럼, 오늘날 중국이 사회주의 이념을 근간으로 내세우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유교이념을 끌어와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를 야기하는 모순에 다시금 빠지게 될 우려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교가 지난 2,000년 동안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적응하며 이어온 것처럼 오늘의 중국에서 또 어떻게 부활할 것인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오랜 동안 유교 문화를 공유했던 우리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