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9월 1일, 아시아 최초 통번역대학원이 설립되다..

2018-10-05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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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수출 중심 경제성장을 추구하던 우리나라는 세계와의 활발한 무역 교류와 국제 행사 개최에 필수 요원인 통번역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됐다. 하지만 당시 이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은 유럽과 미국 등 극소수 국가에 한정됐었고 이들 기관에서 국제무대의 변방국이던 우리나라의 언어 통역 인력을 양성할리는 만무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최초 외국어 전문 고등 교육기관인 우리학교는 개교 이래 25년 동안 쌓아 온 외국어 교육·연구 노하우를 활용해 1979년 9월 ‘국제적 안목과 전문가적 소양을 겸비한 국제회의 통역사 및 전문 번역가 양성’을 목표로 동시통역대학원(現 통번역대학원)을 개설했다. 이와 함께 △통번역 분야의 학술이론 정립△교육방법론의 개발△타 학문과의 협력을 위한 관련 전문가의 양성도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통번역 과정으로 설치된 언어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아랍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협동과정) 등 9개였는데 이러한 대학원 과정의 설치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초였다. 설립 직후부터 고도의 전문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명성을 확보한 덕분에 일본과 중국 등 많은 아시아 유학생들이 지원했다. 1996학년도 입시에서는 세계 70개 대학의 유학생들이 입학 원서를 내기도 했다.
대학원 본 과정의 성장과 더불어 1984년 통역대학원 내 통역·번역센터의 설립, 1985년 ‘통역대학원논문집’ 발간 등을 통해 국내·외 통번역 학계의 학술 활동과 새로운 이론 개발을 선도하기도 했다. 1997년 12월엔 명칭을 통역·번역대학원으로 개칭했고 1998년엔 전문대학원 승격을 승인받아 박사과정도 개설했다. 2004년엔 통번역학 교육 기관으로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아시아 지역 최초로 세계통역번역대학원협회(CIUTI, Conférence Internationale Permanente d’Instituts Universitaires de Traducteurs et Interprètes) 정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통번역대학원 출신 통역사와 교수들은 다양한 국제 행사에서 활약하면서 통번역대학원의 명성을 드높였다. 설립 직후인 1981년 9월엔 서울에서 개최된 WBC 총회에서 동시통역대학원생 12명이 능숙한 솜씨로 5개 언어(△한국어△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일본어 등) 통역을 진행해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1988년 서울올림픽△1993년 대전엑스포△2000년 ASEM 정상회담△2002년 월드컵△G20 정상회의 등 국가적인 행사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 밖에도 각 언어별로 크고 작은 국제행사의 동시통역은 물론이고 국제회의 및 스포츠·예술 행사 조직위원회의 △수석통역사△통역조정관△통역담당관△통역자문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통역의 기술적 발전△노하우의 축적△우리나라의 국제행사 유치 능력은 크게 성장했으며 이런 성장엔 우리학교 통번역대학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회의 컨벤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3~1967년에 협회의 기준을 충족하는 국제행사가 단 4건만 열렸다. 하지만 2008~2012년에는 1,103회가 개최되는 등 40여 년 사이에 무려 276배가 늘어났다. 국제행사는 국제관계와 교역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국력의 증진과 비례 관계에 있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통역과 번역으로 크게 활약한 우리학교 재학생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기록 및 사진 제공: 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