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양안관계와 대만문제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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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안관계(중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2016년 민진당(民進黨)의 차이잉원(蔡英文)정권이 들어선 이래 중국은 대만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에 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의 수교 국가는 17개 국으로 줄었고△외국 항공사에 대만을 중국의 카테고리 안에 표기하도록 명시했고△내년에 타이중에서 거행하기로 결정됐던 동아시아청년체육대회를 취소하게 하는 등 민간분야에서의 압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왜 이렇게 대만에 대하여 압박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나? 양안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문에서는 그 이유를 대만 국내문제, 국제정세의 변화 등의 각도에서 풀어보겠다.
필자는 양안관계의 변수가 주로 대만 국내 문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냉전시기의 양안관계는 무력대치시기로서 이 때 양안관계에는 커다란 변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70년대 탈냉전의 조류 속에 대만이 유엔을 반강제적으로 탈퇴하고 그 자리를 중국이 대체하면서 양안관계가 급격히 변화했다.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중국은 대만에 대해 ‘일국양제’, 즉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두 개의 체제를 인정할 수 있다는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만은 3불정책(중국과는 어떠한 △접촉도△협상도△타협도 없다)의 천명으로 중국의 공세를 외면했다.
그러다가 80년대 말 대만은 더 이상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친지방문을 허용했고 이를 시작으로 민간교류를 시작했다. 90년대부터는 대만 기업의 중국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사회, 경제적 교류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해졌기에 양안은 이를 처리할 반관반민 성격의 기구를 각각 만들었다. 이후 1992년에 싱가포르에서 첫 번째 정치회담을 가졌다. 이렇듯 90년대에는 양안간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90년대는 또한 양안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원인을 낳은 시기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대만의 민주화 열풍은 1996년 총통 직선제의 실시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화 열풍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으로 연결되면서 중국과의 정치적인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집권은 이러한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민진당이 집권하자 중국은 정치적인 회담을 일체 중단했고 ‘반국가분열법’의 반포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 ‘어떠한 대만 독립의 준동도 저지’ 등에 대한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하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상할 수 있다는 당근책도 함께 제시하며 민진당을 압박했다. 2008년 마잉지우(馬英九)의 국민당이 재집권하면서 1992년의 정치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중국은 대만에 대해 우호적으로 화답했다. 대만과 중국이 합의했던 ‘하나의 중국’에 대한 개념은 주체가 다르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만이 하나의 중국이고,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 중화민국도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중국은 대만에 대하여 외교휴전을 선포하고 ECFA를 체결하는 등의 우호적인 정책을 전개했다.
하지만 2016년 민진당이 재집권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대만의 국회마저도 민진당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민진당의 완전한 집권이 이뤄졌고, 민진당은 이를 바탕으로 탈중국화(혹은 대만화)의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대만이 개헌을 통한 독립선언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들었지만 역사 교과서에서 중국을 세계사로 분류하고 정명운동을 통해 중화민국보다는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민진당의 1차 집권 시기에 개정된 교과서로 공부한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이들이 대만 독립적인 성향을 띠자 사회 분위기도 탈중국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에 미중관계의 악화도 양안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변수다. 중국은 줄곧 대만 문제를 국내 문제로 규정하고 외세의 개입을 불허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대만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내세우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면서 그 카드로서 대만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대만에 있는 미국대표부에 미군을 배치했고, 대만 여행법을 통해 미국 관리들이 대만에 공무여행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최근에 대만과 단교한 살바도르 등의 나라에게 이에 대한 경고를 하는 등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저촉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하면서 대만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중국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변화와 미국의 도전에 대해 중국은 초지일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의 국제사회에서의 공간을 압박하는 등의 강경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만에 대한 특혜 31개 항목’을 발표해 대만의 국민들이 중국에서 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줬다. 이러한 정책은 대만 국민과 지방 정부에 대한 소프트공세를 통하여 민진당 정부를 압박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현재 민진당 정부는 정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독립 지향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미중관계도 당분간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양안관계도 더불어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연말에 있을 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 내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또 미중관계는 항상 변수가 작용하므로 양안관계 흐름의 변화도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