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공결제 전산화 인권침해 논란, 어떻게 됐나 2018-10-05
안효빈 기자 | 97anhyobin@hufs.ac.kr 조회수 501  댓글 0
우리학교는 지난해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생들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양식에 맞춰 수기로 작성한 유고 결석신청서를 담당 교수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게재한 생리공결제 개편안에 의하면 종합정보시스템에서 공결 처리할 수업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양식이 생성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출력해 담당 교수에게 제출하면 공결 신청이 완료된다. 총학은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통해 “양식을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으며 “생리 기간 외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는 악용 사례도 방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생리 주기까지 요구하며 관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생리공결제 전산화 방침에 대해 반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개편안이 논란이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학생들이 자신의 생리 주기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학교에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재학생 A씨는 “생리 주기까지 학교에 알리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생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비판 의견도 있었다. 재학생 B씨는 “생리 주기는 호르몬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며 “주기 입력이 무의미하고 오히려 더 번거롭다”고 덧붙였다. 생리공결제 전산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총학생회는 생리공결제가 전산화되면 기존의 번거로움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리 주기를 일일이 전산상에 입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편리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다른 질병 유고계도 있으나 생리공결제만 전산화하겠다고 했던 이유 역시 지적의 대상이 됐다.
해당 논란 이후 실시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해당 사항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음을 인정했으며 관련 인식이 미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생리공결제 개편 추진 배경에 대해 생리공결제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결과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처럼 양식을 직접 찾는 것이 아니라 원클릭 시스템을 도입해 편의성을 고취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논란은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상 생긴 오류라고 덧붙였다. 총학은 학생이 공결 처리할 날짜를 선택하면 그에 대한 일주일 치 수업이 뜨는 시스템이라며 정확한 생리 ‘주기’를 입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편 시행 목적은 오남용 방지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학에 따르면 게시글에 ‘오남용 방지’라고 기재한 이유는 기존 본부 설문조사 당시 기존 생리공결제 오남용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많아 이번 개편안이 도입될 경우 오남용 방지라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개편안은 공청회 및 담론장을 형성하는 등 충분한 토의 과정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며 결과적으로는 유보됐다. 정식 시행 시에는 생리공결제뿐 아니라 다른 유고계 모두 전산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며 더 나아가 생리공결제를 ‘공결’이 아닌 ‘병결’로 처리하자는 의견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달 14일 총학은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사과문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학교 사례를 살펴본 결과, 고려대학교는 2007학년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또한 생리공결제 역시 유고결석계의 일환으로 인정하며 생리 공결을 다른 질병 결석과 동일시했다. 공결 신청은 학생이 전산상에서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담당 교수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 후 출석 인정 여부는 담당 교수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 역시 2007학년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 공결 신청은 종합정보시스템에 신청일을 입력하면 과목별로 자동으로 양식이 생성된다. 그리고 이를 출력해 담당 교수에게 제출하면 된다. 경희대의 경우 공결 신청만 하면 담당 교수의 재량과 관계없이 출석 처리된다. 이 같은 사례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완될 우리학교 ‘생리공결제’의 향방이 주목된다.


안효빈 기자 97anhyo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