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처음’에게

2018-10-05

안효빈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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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대학 생활은 ‘처음’ 투성이었다.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배우는 것 등 모든 처음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모든 게 익숙한 사람들 속에 있는 모든 게 낯선 나.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묘한 이질감까지 느껴졌다. 난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바꾸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모든 이들이 익숙지 않은 일에 서툰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때의 나는 서툰 모습이 창피해 숨기기 바빴다. 글쓰기가 좋아 무작정 들어온 학보 활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 쓰는 법부터 취재하는 법까지 내겐 전부 새로웠다. 전화 주문도 꺼리는 내가 취재처에 전화를 돌리고, 낯을 가리는 내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인터뷰를 부탁했다. 또한 읽지 않던 신문을 찾아 스크랩하는 내 모습은 스스로가 봐도 놀라울 정도였다. 평소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임에도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선 기사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방학 중이라 마땅찮은 기삿거리가 없었고, 그나마 있는 기삿거리들은 온통 무거운 주제뿐이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첫 기사부터 다소 민감한 주제를 담당하게 됐다. 내겐 모든 취재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기자 본인의 주장을 최대한 빼고,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야 하기에 더욱 힘들었다. 내 이름을 단 정식 기사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처음이라 두려웠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조언으로 차근차근 기사를 써 나갈 수 있었다. 특히나 힘이 됐던 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넌 그냥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라는 엄마의 말이었다. 한 번에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어느덧 기사의 틀이 잡혀있었다. 결국, 학보사 내부 사정으로 본래 기획했던 기사는 싣지 못하게 됐지만, 정말 값진 과정이었다.
비록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지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다 보니 예전처럼 시작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다. 더 이상 어색하고 불안한 느낌을 피하지 않게 됐다. 앞으로 지금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처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포기하고 싶을 만큼 어렵고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옆에는 날 믿어주고 받쳐주는 가족이 있고, 좋은 친구들이 있으므로 꿋꿋하게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