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우선인가, 의무가 우선인가? 양심적 병역거부 형평성 논란

2018-10-05

나산 기자 | 96mounta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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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모든 남성들은 군대에 가야한다. 1953년 이후로 오랜 기간 동안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다. 이들은 특정 종교나 신념을 기반으로 국방 의무에 대해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헌법 제19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는 개인의 신념과 양심을 존중해야한다. 그러나 국민의 4대 의무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특정 국민에게 신념과 양심의 희생을 야기할 수 있는 논란이 있는데, 양심적 거부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으로 법과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지금, 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자 한다.

Q1. 양심적 병역 거부란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 거부란 사전적 의미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특정 종교나 자신의 도덕적 양심에 따라 국가의 징집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현재 병역 체제에 따르면 신체가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현역병 모집에서 면제 된다. 이는 제도적으로 현역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병역법 상 공익 근무나 상근 등의 대체복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선 아직까지 대체복무나 면제와 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Q2. 병역 거부자들은 어떤 법에 저촉되는가?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에게 해당된다. 예컨대 ‘민방위 훈련에 모든 국민이 참여한다’와 같은 것이다. 더 구체적으론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18세 이상의 남자에 한해 현역병 복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서 말했듯 병역 거부 행위는 군대 징집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병역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우리나라 병역법 제 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징병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과 병역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에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이 조항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병역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
**)병역법 제5조제1항: △현역△예비역△보충역 등 병역의 종류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과잉금지 원칙: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방법의 적절성△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며 일반적인 판례와 학설에 따라
이를 위배할 경우는 위헌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Q3.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주장은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병역을 다른 종류의 복무로 대체하겠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군대에 가기 싫어서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 하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는 대신 이에 준하는 대체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거부자들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신념에 따르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념을 포기해야하는 셈이다. 믿음을 지켜 징역을 받아 감옥에 가는 것은 결국 개인의 신념을 국가가 침해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행위는 모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징병제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다. 독일의 경우 몇 해 전까지 징병제를 실시했었는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규정돼 있기에 가능했지만 우리나라 헌법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규정한 조항이 없다. 이전까지 헌재는 헌법 합치라고 판단했으나 최근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 불합치라며 기존의 판례를 뒤집었다.

Q4. 대체복무가 도입 될 예정인데, 현재 진행 중인 병역 거부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대체복무에 관해 제도가 성립되지 않았기 현재는 병역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다. 형사처분에 따라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으면 군에 가지 않는데, 법원에서도 이를 감안하고 대부분 최소의 기간을 선고한다. 일반적으로 아무 이유 없이 군 입대를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겐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해왔다. 이 기간 동안은 군대에 가지 않는 대신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또 이 사람들은 사회에서 전과자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이러한 장애물을 감수하고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다.
하지만 최근 헌재는 병역법 제 5조에 대한 불합치 결론을 내리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이를 개정하도록 했다. 즉 다음 해 12월까지 정부는 대체복무에 관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Q5. 현재 법조계가 병역 거부를 바라보는 입장은 어떤가?

현재 법조계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두 가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양심적 병역 거부에 찬성하는 입장은 양심의 자유 인정을 주장한다.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덧붙여서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 제도를 만들면 되는데 왜 반드시 꼭 현역병으로 입대시켜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대체복무가 도입된 후에도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반대 측에선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호하기 위한 일정 규모 이상의 병력이 필요한데, 대체복무를 시행할 시 많은 이들이 현역으로 가지 않고 대체복무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반대측 의견이다. 즉 악용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측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선별하는 방법과 복무 기간 및 복무 방법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므로 기존 체제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법률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기에,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헌재에선 이전까지 4차례 합헌 판결을 냈었다.

Q6. 대체복무 관련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체복무에 관해 정부에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실시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군사적 문제점을 최소화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예를 들어 이들이 대체복무를 하게 됐을 때 요양소나 돌봄 시설 같은 곳에서 공익근무요원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되거나 의무 경찰과 같이 사회에서 복무하게 된다면, 이들은 주로 대도시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인원을 수용할 대규모 장소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배치 받은 장소까지 이들을 이동시키는 비용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앞으로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빠르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나산 기자 96mounta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