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입사가 취소됐음을 알립니다”, 끊이지 않는 일방적 채용 취소

2018-10-05

조유진 기자 | 96yujin@hu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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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화이자제약(이하 화이자제약)이 영업부 정규직을 채용했다가 이메일을 통해 서류 합격자 61명에게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했다. 화이자제약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채용 취소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설명이 없어 합격자들의 원성을 샀다. 공기업인 인천시 서구시설관리공단 역시 지난달 필기시험 및 인적성 검사를 통과한 최종 합격자에게 출근 전 날 채용 취소를 통보했다. 채용 취소 이유는 ‘자격 기준 미달’이었다. 최종 합격자는 합격이 확정되자 이전 근무지를 퇴사한 상태였고 추가 경력 자료를 내놓았으나 결국 최종 합격은 취소됐다. 이렇듯 이번 해에도 사기업, 공기업을 불문하고 기업의 일방적 입사 취소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청년 실업률인 10.5%를 기록하며 곳곳에서 채용 취소까지 잇따르자 구직자들의 막막함이 가중되고 있다. 취업 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채용 취소, 구직자들은 왜 억울한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멈추지 않는 일방적 채용 취소, 피해는 구직자의 몫

일명 ‘채용 갑질’이라고 불리는 회사의 일방적 채용 취소는 이번 해에만 문제 된 것은 아니다. 이번 해 6월 대형 취업 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에서 기업 407개사를 대상으로 ‘2018년 상반기 채용 계획 변동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26.8%가 ‘채용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고 답했다. 기업 4곳 중 한 곳은 공지대로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셈이다. 기업이 밝힌 입사 취소 및 연기 사유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서’가 42.4%로 1위로 집계됐다. 이어 △‘업황이 불안정해서(30.3%)’△‘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23.9%)’△‘근로정책변화 등에 보수적인 대응을 위해(10.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채용 계획을 변동한 곳은 기업별로 중소기업(22.3%)이 가장 많았으며, 중견기업(17.4%)과 대기업(14.3%)이 뒤이었다.
일방적 입사 취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구직자의 몫이 된다. 입사 취소는 회사가 구직자에게 최종 합격 통보는 했지만 돌연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직자 A 씨는 “합격 통보를 받은 후 추가적인 입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라며 “채용 취소 후에 다시 구직을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공고를 마감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업 채용은 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공고된다. 따라서 A 씨의 사례처럼 채용이 급작스럽게 취소되면 구직자들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해 4월 직장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블라인드’와 추천 이직 플랫폼 ‘원티드’가 전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직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약 7명이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이직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직 도중 채용 취소를 당한 지원자가 무직이 되는 경우 또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인천시 서구시설관리공단의 경우 역시 이직 중 입사 취소를 받은 사례다. 피해자는 “최종 합격자 발표 통보를 받고 전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를 고지 받았다”라며 “아내와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입장으로서 힘들고 괴롭다”고 억울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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