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계의 문제아, 1호선

2015-04-13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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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에 통학해야 할 때면 출근하는 회사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름 아닌 ‘지옥철’. 그러나 바쁜 아침 시간에는 다른 호선도 지옥철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사람이 많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까지는 눈 감아 주자. 그런데 지하철이 이상하다. 서행을 너무 자주 한다. 자동차도 아닌데 잦은 신호대기, 게다가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안전사고들까지. 그러다보니 제 시간에 나와도 지하철 연착으로 지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대체 왜 1호선은 이렇게 지하철의 문제아가 됐을까.

◆무리한 탑승 시도, 유동인구 너무 많아
잠실에 사는 K양은 아침마다 지하철로 통학한다. 그런데 K양이 타야하는 지하철은 제 시간에 오지 않았고, 그녀는 결국 수업에 지각하고 말았다.
이처럼 1호선을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지하철 연착으로 늦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연착되는 것일까? 권순걸 코레일 홍보문화실 담당자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권순걸 담당자는 우선 1호선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연착의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위에 제시된 표와 같이 외대앞역을 오고가는 인구만 해도 하루 평균 3만 명에 육박함을 알 수 있다.

그는 “학생들 통학 시간과 출 퇴근 시간이 겹칠 때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에 특히 연착이 자주 된다”며 “특히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닫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리하게 탑승하면 어쩔 수 없이 출입문을 다시 여닫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 경우가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연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자동차처럼 앞 차를 앞지를 수 없기 때문에 앞 열차가 연착이 되면 뒷 열차가 신호대기를 받고 잠시 정차하거나 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낙후된 시설, 미화적인 부분은 어떻게?
오한솔(동양어 · 터키어 14) 양은 “지하철 내부에 냄새가 왜 그렇게 심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위생적으로 불쾌함을 느낀 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권순걸 담당자는 실제로 1호선을 타는 고객들이 미화적인 부분에서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도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시설에 불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한 그는 기자에게 “의자가 면으로 돼있는 게 좋으세요, 메탈로 돼 있는 게 좋으세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사실 이 부분도 고객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분이다”라며 “면으로 된 의자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데, 면으로 만든 의자는 쉽게 더러워지고 청소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사실 의자가 얼룩지고 냄새나 불쾌하다는 내용도 많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 중 하나였다. 코레일 관계자들도 이를 이해하고 청소에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청소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는 것. 냄새나 위생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청소가 아니면 지하철을 아예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지하철에는 자동차의 보증기간과 같은 ‘내용연수’라는 것이 있다. 자동차의 보증기간이 ‘이 자동차는 이 기간 동안은 문제없이 주행 가능합니다’라고 자동차의 수명을 보증하는 것이라면 지하철의 내용연수 역시 ‘이 지하철은 이 기간 동안 문제없이 운행 가능합니다’라고 지하철의 수명을 보증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연수가 다 되지 않았는데 노후하다는 이유만으로 지하철을 바로 교체할 수는 없다. 또한 현행법상 지하철 차량은 내구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노후화된 차량을 계속 운행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1호선은 1970~1980 년대에 만들어진 지하철이 많다. 시간이 지나며 새것으로 교체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아직 많다. 낙후된 1호선은 서울시 전체의 고민거리다. 다행인 것은 서울시가 오는 2022년까지 1조 88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1년 이상 된 노후 전동차를 모두 교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호선의 낙후된 지하철 역시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1호선 잦은 안전사고
가장 최근에 1호선에서 발생한 사고는 지난 달 31일 인천에서 소요산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중동역에서 폭발음과 함께 멈춘 것이다. 열차는 중동역에 진입하며 고압선에서 변압기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3차례 발생했고 불꽃이 튀며 운행이 중지됐다. 코레일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20년 이상 된 노후한 환경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잦은 고장으로 인해 1호선 이용객들이 불편을 느낀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래도 기대해 볼만 한 것은 제시한 표와 같이 최근 확정된 2015년 국토교통부 철도 부문 예산이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후한 교량·철도시설, 위험도로, 철도건널목 등 사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대한 개량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일반정책도 개선의 여지를 보여준다.

사고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시설인 스크린 도어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승강장이 많다는 것 역시 1호선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이다. 스크린도어가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 운영 회사의 소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스크린 도어는 국가의 자산으로, 매년 국토해양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치하고 관리한다. 스크린 도어는 지하 약 55억원, 지상 약 25억원의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우선순위(사고발생, 역사 이용객수, 승강장 곡선여부)를 두어 가장 필요한 역부터 설치하고 있다. 아직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외대앞역에도 이번 해 스크린 도어 설치 역에 포함됐다. 이번 해에 △방학역 △외대앞역 △중동역 △간선역 △오산역 △명학역 △관악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문화 외대앞역 역장은 “우리 외대앞역도 2016년도에 스크린 도어를 착공하는 것이 사실”이며 “스크린 도어 설치를 위한 예산도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2016년 연말 즈음에는 외대앞역에 스크린 도어가 완공될 예정이다. 외대앞역 스크린 도어 설치를 희망했던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