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전해드립니다...외대학보 그때 그 사람들 ①

2015-04-13

이진형 | 89matt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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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 외대학보가 60주년을 맞았다. 60주년 기념 사진첩 제작을 위해 깊은 밤까지 두꺼운 축쇄판을 뒤적거리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분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2~30년 전의 기사를 보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며 그분들께 여쭤봤다. 동시에 2~30년 전의 아련한 추억까지 함께 전해드렸다.

① <기자> 이덕주 외대학보 18기 기자 (시와 시론지 ‘시와 세계’ 편집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문예반장도 했고 합동 시집을 낸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출판사에서 삽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러한 것들이 인연이 돼 자연스럽게 학보사에 입사하게 됐다. 그리고 1학년 2학기 때부터 학보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만화 원고료가 작은 것은 700원, 큰 것은 1300원 정도 했다. 그 당시 하숙비가 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쏠쏠한 수입원이었다. 그때는 학보가 각 대학으로 자주 보내졌기 때문에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면 그 만화의 그림말이 서울 전역에서 유행어처럼 퍼져있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은 이규식 기자와의 일이다. 방학 때 잠깐 학보가 정간됐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신문을 내라는 연락이 왔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나는 학보사 기자들에게 온갖 수단을 동원해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락이 닿은 기자는 이규식 기자뿐이었다. 그때는 연락수단이 한정적이어서 기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물론, 교수님께 청탁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둘이서 8면을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냈다.
돌아보면 우리 때 대학신문 기자들의 영향력은 매우 컸던 것 같다. 경쟁률도 20:1이 넘었고 여간 똑똑하지 않으면 뽑히지 못했으며 자긍심도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외대학보 출신 중에서 언론계에 진출한 사람들이 대부분 잘 됐고 타 업계에 진출한 사람들보다 더 보람 있게 사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현직 기자들도 언론계에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

②<기자> 이규식 외대학보 20기 기자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고1 때부터 취미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과 영자신문반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학보사에 몸담게 됐다. 또한 기록에 남는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학보사에 지원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대학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많았다. 그래서 휴강도 많았다. 내가 편집장에 취임하고 바로 만든 신문이 창간 20주년 기념호였는데 그 시기가 마침 이러한 반정부 시위로 휴강이 많이 이뤄졌을 때였다. 그래서 특별한 표창도 없이 쓸쓸하게 창간 20주년을 맞이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학보사 생활을 통해 일반학생들보다 더 넓게 대학가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익혔던 글솜씨가 후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외대학보를 계기로 아직까지 신문과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남대학교에서 재직하며 주간 교수를 맡은 적이 있고, 대전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충청투데이’에서 15년째 논설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요새 대학신문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학 기자들이 피땀 흘려가며 글을 쓰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관심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므로 대학신문은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③<독자> 박재우 (중국어대학 중국언어문화학부 교수)

전두환 대통령 시대가 끝났지만 아직도 군부독재 시절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평화로운 5월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직은 평화로울 수 없는 달, 5월>이라는 칼럼을 썼던 것 같다. 또한 일제 침략하의 어려웠던 중국 노동자의 삶을 다룬 <빠오선꿍>이란 작품의 번역 심사 요청을 받아 외대문학상 심사평을 쓰게 됐다.
외대학보는 예전부터 쭉 읽어왔고 주간 교수를 맡은 적도 있다. 그래서 지금과 예전의 학보를 비교해보면 예전에는 정말 정치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관심사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학내 구성원들의 입장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판성을 조금 더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주간교수 시절 학보사 기자들과 함께 밤을 많이 샜다. 그래서 토요일을 새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면 새벽기도에 가는 아내와 집 앞에서 몇 번 마주친 기억이 있다.

④<기자> 하동근 외대학보 22기 기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 회장)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전국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입시 때문에 한동안 쉬었지만 대학교에 들어와서 다시 그림 그리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외대학보에 지원했고 컷기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친형이 대학시절 홍익대학교 학보사 편집장을 하고 있었고 외대학보 정원순 편집장과 친분이 있었다. 이렇듯 친형의 영향으로 지원하게 된 이유도 있다.
컷기자로 활동하면서 만평과 만화를 그렸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캘리그라피를 신문 제목으로 그려 넣었다. 이중에는 빨리 끝냈던 작품이 있는가하면 어떤 것은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고 날밤을 새서 완성한 그림도 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며칠 동안 밤새워 고민하고,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그렸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
당시를 되돌아보자면 그때는 대학언론이 지금처럼 마음대로 얘기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만평에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비꼬는 내용을 표시가 나지 않게 집어넣기도 했다. 이렇듯 다른 외대학보 선배들은 글과 취재, 편집으로써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지만 나는 만화와 캘리그라피를 그림으로써 내 역할을 다했다.
또 데모를 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대학언론은 객관적인 기록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결국엔 하지 않았다. 기자가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기사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내언론으로써의 나름대로의 자긍심도 갖고 있었다. 학보사 기자라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긍지가 컸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학보도 시대의 산물이고 기록물이다. 학보에는 시대의 흐름이 그대로 살아있다. 지금의 학보사와 당시의 학보사는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함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 학보사 기자들이 산출해내는 학보라는 결과물과 우리가 그 당시에 학보사 활동을 하며 만들어냈던 결과물은 젊음의 응결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겪어야했던 실패, 성공, 좌절, 고민, 노력과 열정 등이 학보에 숨어있다. 그러므로 학보는 일종의 보물창고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