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전해드립니다...외대학보 그때 그 사람들 ②

2015-04-13

이진형 | 89matt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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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독자> 김우조 동양어대학 인도어과 교수

당시를 회상해보면 학교에 여학생이 정말 적었다. 전교생이 고작 700명밖에 되지 않아 아마 당시 남학생들은 학교의 여학생들이 누가 누군지 다 알았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로부터 기고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됐고 또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학보에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학보의 영향력은 정말 컸다. 학보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드러났다. 게다가 학보는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바른 이야기를 하며 사회적인 문제에 앞장섰다. 지금과 당시의 학보를 비교해보면 예전 학보의 신뢰성과 친밀성이 훨씬 더 높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님들이 전공을 살려 작성하시는 학술정보면을 흥미롭게 읽었고 외대문학상 심사평을 써준 기억도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학보를 만드는 것은 동일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학보뿐만 아니라 신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외대학보가 조금 더 넓은 시각과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아우르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②<독자> 박용구 일본어대학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당시 82년도에 일본이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일으켰고 그 이후로 일본의 우경화가 심해졌다. 그래서 이러한 시대 상황 때문에 글을 썼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다. 당시는 대학원 석사과정 1학기를 마친 상태였다.
개인적으로는 94년에 실린 지역학 특집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외대의 정체성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외대는 기존의 외국어와 문학을 중심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입장과 외대가 새롭게 주목받는 지역학 부문을 선도해야한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당시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에 있을 때였다. 주변사람들과 지역학을 학내 이슈를 만들기로 했고 학보사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결국 특집으로 연재 기사를 실었는데 당시 어문학 세력이 너무 강해서 차마 필자 이름을 직접 밝히지는 못하고 <대학부>로 실은 비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잘 것 없던 지역학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 기사가 당시 상황에 문제를 제기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지역학 발전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③<독자> 김규진 동유럽대학 체코.슬로바키아어과 명예교수

당시에는 내가 매일 아들을 데리고 학교를 다녔다. 그러던 중 기자가 찾아와 아들과의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렇게 기사에 실리게 됐다.
내 아들은 95년도에 입학해 99년도에 졸업했다. 2000년도에 프라하와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2001년도에 돌아왔다. 6살 때부터 근육병을 앓던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더 악화됐다. 23살까지는 휠체어타고 학교를 다녔고 체코도 잘 다녀왔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병이 악화돼 누워서 지낸다. 갈수록 모든 근육의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초경량 마우스와 천장에 달린 모니터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당시 외대학보를 회상해보면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힘든 점도 많았다. 사설을 쓸 때 학생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지금보다 학보가 제공하는 정보가 많았던 것 같다. 요새는 정보가 부족한 경향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필요한 취업 정보와 학과별 행사를 더 비중 있게 다뤘으면 한다.

④<독자> 전용갑 통번역대학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

‘타인의 미소’는 대학교 2학년 때 쓴 작품이다. 당시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갈등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은 여러 가지였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희생을 전제로 한 운동에 참여했고, 소극적인 학생들은 이러한 모순과 갈등을 외면하고 개인적인 발전을 추구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 있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마땅한 표현수단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것 같다. 군대에 가기 전에 이러한 개인적인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동기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였다.
요즘에는 학보가 쌓여있지만 당시에는 학보가 나오자마자 학생들이 가져갔다. 당시 학보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에 저항하는 기능을 했다. 그리고 정권에 의해 통제되던 언론을 대신해주는 대안 언론으로써의 기능도 했다. 또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진형 기자 89matt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