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조회가 한 평생의 상처로,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움직임

2018-06-21

조유진 기자 | 96yujin@hu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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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23일, 청와대가 △몰래카메라△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피팅모델 성추행사건 등 최근 논란이 된 몰래카메라 및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 건의 국민청원은 빠르게 국민들의 동의를 얻으며 디지털성범죄 근절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보여줬다. 몰래카메라 범죄로 우리 사회는 ‘몰래카메라 예방법’, ‘몰래카메라 찾는 법’ 등을 공유하고 실리콘 건이나 매니큐어를 들고 다니며 몰래카메라에 찍히지 않으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혹시 나도 찍히지 않았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은 일상을 옥죄는 몰래카메라 및 디지털성범죄에 관해 뜨거운 담론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몰래카메라 처벌 법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다양한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우리학교 이창주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에게 물었다.

Q1. 현재 디지털성범죄에 관한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는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성폭력범죄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범죄는 바로 몰래카메라 범죄로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성범죄 양태별 적용되는 법률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성범죄 처벌 관련 법률>

1. 촬영행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 (공공장소에서 성적인 만족을 목적으로 동의 없이 성행위 장면을 촬영)

2. 유포행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 「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 「성폭력처벌법」 제14조 3항 (촬영에 동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적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 했을 시)

3. 재유포행위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항 (금전적 수익을 목적으로 동의 없이 유포된 성적 촬영물을 재유포, 이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후 재유포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행위)

4. 유포협박행위 :「형법」 제30장 협박의 죄 (성적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행위)

5. 유통행위 :「정보통신망법」 제42조,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항,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 3항, 「전기통신사업법」 제92조, 「전기통신사업법」 제104조 (음란물 유포를 방조, 유통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 대한 처벌)

6.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 :「성폭력처벌법」제13조, 「정보통신망법」제70조, 「형법」제310조 명예훼손죄,「형법」제311조 모욕죄 (△원하지 않는 성적 언어희롱△음담패설 및 이미지 전송△피해자의 사진을 이용한 성적 모욕△게임 내 성희롱△단톡방 내 성희롱)

디지털성범죄 증가 시기인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서울지역 법원의 1심 판결 분석 결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처벌은 징역형 5.3%, 벌금형 71.9%을 기록했다. ‘음란물 유포죄’ 처벌은 징역형 5.8%, 벌금형 64.4%로 나타났다. 개인적·사회적으로 범죄가 미치는 영향에 비해 처벌 수준이 미흡한 실정이다. 디지털성범죄는 영상물이 유포되면 인터넷,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돼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벌금형과 같은 미미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성범죄는 촬영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유포·유통 등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Q2. 불법촬영 및 디지털성범죄의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디지털성범죄가 디지털수단을 통해 저질러지고 유포되는 기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법적처벌규정이 디지털성범죄 기법의 발전추세를 따라잡지 못해 더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최근엔 생활용품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를 이용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범죄가 이뤄진다. 범죄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법망을 피해가는 디지털성범죄는 날로 기승한다. 반면 범죄를 △탐지△색출△차단하는 전문탐지장비나 수사기법은 미흡하다. 개인범죄자에 대한 추적도 어려운데다가 △사이트운영자△광고업자△웹하드△헤비업로더△음란인터넷방송업자 등 대규모 제작 및 유포자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운영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이트의 경우는 통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해외서버에 게시된 불법촬영물은 증거확보가 어려워 수사를 중도에 종결하기도 한다. 이렇듯 불법촬영 및 유포행위는 영상물이 순식간에 전파돼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디지털 테러의 속성을 지녔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한다. 그 결과 디지털성범죄의 사각지대가 양산됐다. 디지털성범죄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폭증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헤비업로더: 인터넷 사이트에 콘텐츠를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 최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웹하드와 같은 사이트에 업로드 후 사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대상이 됨.

Q3. 과거 디지털성범죄 처벌법에 대해 최근 개정된 사안이 있는가?

그동안 디지털성범죄 처벌은 느슨한 수사관행 및 약한 처벌 강도로 비판받았다. 이에 따라 불법 촬영과 같은 사건을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자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급증한 불법촬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법안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의 개정사안은 아래와 같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개정사안>

1.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서 규정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개정: 2004년부터 휴대전화기의 카메라 기능에 촬영 음이 들어가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촬영 무음 앱에 대해 규정이 별도로 없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무음 앱을 다운로드 할 때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도록 조치했다.

2.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한 경우 삭제·접속차단 등의 조치 의무를 신설하고, 이를 미 이행 시에는 시정명령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공중위생법」개정: 숙박업자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촬영하다 발각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을 적용해 처벌될 경우, 최대 ‘영업장 폐쇄’ 처분이 조치된다.

4. 이번 해 6월부터는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폰 촬영을 할 때 불빛과 소리 등으로 촬영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한다.

Q4. 불법촬영물을 유포 및 소비하는 2차 가해도 논란의 대상이다. 2차 가해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고 있는가?

불법촬영물은 빠른 속도로 유포되며 소비 또한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피해자가 자신을 촬영한 음란물이 퍼지는 것조차 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불법촬영물의 유포 및 확산을 촉진하는 헤비업로더와 웹하드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앞으로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한 경우 삭제·접속차단 등의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촬영물을 재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도 강력해졌다. 「정보통신망법」제44조 7조항은 금전적 수익을 목적으로 동의 없이 유포된 성적 촬영물을 재유포하는 행위부터 성적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후 재유포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행위까지 규제 범위의 확대를 보여준다. 이렇듯 2차 가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단순 다운로드 및 열람 행위에 대한 처벌은 규제가 어려워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시정명령: 발견된 부적합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잠재적 상황의 원인을 제거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진다.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한 경우에 시정명령을 받으면 30일 이내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Q5. 초소형, 위장카메라 판매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가?

불법 촬영은 피해자가 촬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의류△넥타이△펜△안경 등에 부착할 수 있는 변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관련 규제가 없어 누구나 인터넷, 전자상가 등에서 손쉽게 변형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대응해 이번 해 6월부터 변형 카메라의 수입·판매업자 등록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카메라 구매 시 개인정보 제공이 요구되며, 카메라를 양수·양도할 때도 신고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카메라유통이력 추적을 위한 이력정보시스템(DB)도 구축될 것이다. 최근엔 드론을 이용한 촬영도 종종 이뤄지는데, 드론 촬영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비행허가와 연계해 규제할 예정이다.
지난해 노트북카메라 및 가정용 IP(Internet Protocol) 카메라와 같은 네트워크카메라의 촬영 및 녹화 영상이 무단 접속·해킹 돼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된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제조사는 단말기별로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구매 후 초기 비밀번호 변경을 촉구하는 등 해킹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을 제고해 나갈 방침을 세웠다. 이번 해 한국조폐공사에서는 IP카메라 해킹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 해킹·유출 방지에 힘쓰고 있다.

Q6.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률적 지원이 있는가?

이번 해 4월부터 여성가족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도입해 피해신고 접수에서 법률지원까지 종합서비스 지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존 운영 중이었던 ‘여성긴급전화 1366’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신고창구를 겸한 시스템 또한 운영되고 있다. 신고 즉시 경찰 신고에 필요한 △증거 수집△긴급 삭제 지원△방송통신위원회 연계△사후 모니터링△전문상담△의료비 및 보호시설 입소 지원△무료 법률서비스 등의 피해자 종합서비스가 제공된다.
경찰청은 디지털성범죄 전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대화형 메신저,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된 불법촬영물에 긴급 신고 버튼을 설치해 재유포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신설했다. 또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불법촬영 모니터링 교육을 실시해 참여·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중이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촬영물의 삭제를 요청할 경우 심의와 삭제절차 로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 피해자는 그 기간 동안 촬영물 유포 피해에 노출돼 있었다. 이번 해부터는 먼저 차단 조치를 내린 후 심의를 진행해 3일 이내에 긴급 심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속하게 불법촬영물을 삭제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시행함으로써 불법촬영물 게시 및 유포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조유진 기자 96yujin@huf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