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점 전면금지, 축제의 변화 2018-06-21
정동민 기자 | won01000@hufs.ac.kr 조회수 1419  댓글 0
 
시험기간이 끝나고 청춘의 상징, 축제가 다가오면서 대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새내기에게 축제는 색다른 경험으로 가장 기대되는 대학생활 중 하나다. 특히 각 과에서 운영하는 주점은 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재미요소였다. 하지만 지난 1일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내리며 대학 노상주점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 내려진 주세법령 공문과 갑작스런 제재강화에 대한 이유를 알아보자

◆ 갑작스런 제재강화의 이유는?

교육부는 “대학생들이 학교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등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해 발생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 처분 받는 것을 예방하고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공문을 전국 대학에 발송했다. 갑작스런 공지의 배경은 지난해 인하대 축제에서 주류를 판매해 국세청의 조사대상이 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세청은 형평성을 지키고자 교육부를 통해 전국대학에 주세법령에 관한 공문을 전달하게 됐으며 주점 운영을 제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면허 주류 판매 시 처벌 내용’엔 “주세법에 따른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 무면허 주류 판매가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보낸 협조문은 주점운영 금지를 다시 강조했다.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대한보건협회의 대학생 음주 사망사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80%가 학교 행사에서 발생했다. 2015년 KBS 9시뉴스 또한 축제 기간 중 교수·학생들의 무더기 음주 운전이 적발됐고 대학생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숨지는 등 이 기간 내 음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의 인터뷰에 따르면 국세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공문 발송은 불법으로 운영했던 대학 축제 주점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곳의 영업신고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영업신고를 받지 못한 곳에 사업자 등록을 해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며 교육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대학 축제 주점을 전면금지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관과 같은 건물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운영하는 등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주점을 진행하라는 취지에서 협조문을 발송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 대학축제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육부 요청에 따라 많은 대학이 주점 운영 방식에 변화를 꾀했다. 타 대학들은 ‘주류 구매대행’, ‘주류 무상 제공’ 등 새로운 방식으로 주점을 진행했다. 홍익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특정 가게를 섭외해 ‘주류 매점’을 유치했다. 또한 ‘소주 무한 제공’이라고 붙여진 한 학과 주점에선 교수와 졸업생들의 후원금으로 산 술을 무료로 나눠주며 안주 판매만을 진행했다. 세종대도 마찬가지로 안주만 판매하며 외부에서 주류를 반입하는 방식으로 주점을 운영했다.
반면 광운대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열린 무알콜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에듀동아에 따르면 광운대는 학생자치기구와 지속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주점이 운영될 소지가 있는 천막 및 학내공간을 제공하지 않기로 사전 협의했다. 아울러 수익성 사업 및 조리, 주류 배분 행위를 전면 금지하며 주점이 열릴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축제의 새로운 모델로서 취업지원 프로그램 ‘커리어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헤어·메이크업△취업사진 촬영△의상대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도왔다. 1:1 취업상담 ‘일자리 부르릉 상담버스’와 동시에 MBTI 성격유형 검사도 진행됐다. 이에 더해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들을 초청하고 취업 준비중인 학생들과의 진로상담 및 직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박지현(아시아·아랍어 17) 씨는 “축제에 술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점차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며 “입학했을 때부터 우리학교는 주점이 없어 이에 대한 재미는 모르겠지만 우리학교의 특색을 살린 체험이 많아서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축제 때 음주로 생기는 문제 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문구로 주점 포스터를 만드는 것도 문제였던 것 같다”면서 “광운대와 같이 술 없이 성공적으로 축제를 진행한 학교를 보며 대학가 축제가 술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우리학교는 어떤가요?

우리학교는 2013년부터 교내 일일주점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예빈(사회·미디어 12) 씨는 “신입생 때 주점을 운영하며 선배, 동기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갑작스레 금지돼 혼란을 겪었다”며 “주점을 운영할 수 없게 돼서 일반 술집과 상의해 일일호프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서 학생들과의 협의를 거친 뒤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학생들이 덜 혼란스러워 했을 것 같다”고 갑작스런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5년, 우리학교 축제는 주점을 진행한 바 있으나 허가 없는 운영으로 당시 학생회장단과 주점에 참여한 과 단위 회장들이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안중헌(서양어·독일어 16) 총학생회장은 “저번학기에 독일어과나 중국어대가 축제 당시 현지 맥주체험형식으로 간단한 행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갑작스러운 교육부의 통보에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친 결과, 축제 때 주류 판매에 대해선 과 단위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갑작스러운 공문 하달보단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속도를 조절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정동민 기자 won0100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