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금융전쟁 중 - 미국의 금리인상정책과 지구촌 경제 -

2018-06-21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57 댓글 0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달 4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40%로 올리는 비정상적인 금리정책을 실행했다. 기준금리는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준으로 삼기 위해 결정하는 금리로써 경제활동에 필요한 예금 또는 대출 금리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의 실제 시장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금리를 높이는 것은 외화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자국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아르헨티나는 금융위기 국면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터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2.75%에서 13.5%로 대폭 상향해 환율 폭등에 대비하고 자국 통화인 리라화 가치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그림과 같이 자국의 통화가치나 경제상황이 불안한 국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준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금융활동의 대표적 지표인 금리는 해당 국가의 대내외 경제상황을 반영한다. 일본, 유럽 지역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금리로써 예금을 하면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금을 보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저축보다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통화량을 증가시켜 자국통화 가치를 낮춘다. 이에 따라 국제무역에서 자국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이렇게 되면 자국 제품에 수요가 많이 생기고 수출시장은 좋아지는 반면 타국 제품은 잘 팔리지 않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금융시장상황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은 2016년 초 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최근 1.75%까지 상승시켰다. 이것은 아르헨티나, 터키와 같은 신흥국이 자국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금리를 크게 인상하게 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자본시장에 투자돼 있던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통화가치도 급락하게 된다. 이와 같은 통화가치 하락과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신흥국 정부는 금리인상에 나서게 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준을 형성한다. 미국 금리인상이 빨라지고 국제유가도 상승해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터키 등 일부 신흥국가에서는 이른바 6월 금융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금융위기는 역사의 순환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1985년 플라자조약 이후 엔화절상으로 일본 경기침체△1990년대와 2002년 중남미 통화위기△1995년 러시아 통화위기△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2012년 유럽 재정위기△2014년 중국 경기 위축, 중국 금융시장발 위기△2015년 선진국의 양적완화(Q.E.)축소 등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신흥국 경제위기가 고조된 것처럼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금융시장을 단순한 ‘돈 시장’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이 실물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고 어떻게 실물경제가 금융시장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가장 큰 대외 교역국가로 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5일 뉴욕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17개 신흥 국가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 참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견고한 경제체질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선제적 경제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세계 9위 외환보유고 국가로써 급격한 환율변동을 대비할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이어 △UAE△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체결해 이 아시아 자원부국들과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국내 금융시장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흥국 상황과 달리 △미국△유럽△일본의 금융시장은 경기가 살아나며 완연한 회복기와 호황기를 보인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는 기축통화로써 가치가 낮아져도 수요가 있지만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낮아지면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다시 말하면 어느 국가든 결제수단으로 △달러($)△유로(??)△엔(￥)을 받지만 멕시코 페소(Peso), 인도네시아 루피(Re)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국민 외에 외부와 경제활동이 단절된다. 따라서 신흥국들은 주요 선진국들처럼 통화를 많이 찍어낼 수 없어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선진국들로 인해 금융위기가 야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렇듯 지구촌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금리 변동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변화가 각 국 경제상황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 없는 금융전쟁이다. 금융 지식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