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학생 인권 현주소는? 2018-06-21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조회수 1085  댓글 0
이달 1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총학생회와 사회학과 대학원생 대책위원회가 △갑질△횡령△성희롱△폭언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A 교수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A 교수는 2012년부터 4년간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아왔다. 서울대 총학은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5일 서울대는 징계 수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학생 인권 침해가 화두에 오른 상황에서 문제의 사례와 원인, 해결 방안 등을 알아보도록 하자.

◆업무 비용 횡령, 인격 모독적 발언........ 교수 갑질 사례로 얼룩진 대학

지난해 3월 서울대 사회학과 A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폭언을 하고 냉장고 청소를 시키는 등의 ‘갑질’ 의혹으로 학교 인권센터에 제소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갑질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연구비 15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되면서 교육부는 해당 교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지난달 24일 A교수는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1일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A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학교 측의 결정에 학생들은 징계 수위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해당 교수의 파면을 주장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단식에 나섰고, “해당 교수를 파면하지 않으면 서울대 내의 권력형 성폭력 문제는 끈질기게 남을 것”이라며 “인권이 온전히 지켜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1일 JTBC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모 교수의 폭언 내용이 담긴 파일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학생들의 인건비와 관련된 의혹뿐만 아니라 인격 모독성 발언 및 성희롱 또한 일삼았다. 파일을 제보한 대학원생은 모 교수가 대학·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통장을 직접 관리했다고 말했다. 파일에는 논문 지도 중 욕설이나 인격 모욕적인 발언, 술자리에서의 성희롱적 발언도 담겨있었다. 해당 교수는 이러한 논란에 “(인건비를)학생들 등록금을 내거나 학회 경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성희롱적인 발언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질문 대답 못하면 욕설과 폭행......... 교·강사 폭언·폭행 사례는?


2016년 시립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 8일 시립대신문 페이스북 페이지는 ‘저는 폭력의 현장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는 한 전공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벌△언어폭력△인격모독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교수는 대나무 매나 주먹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한 학생들을 폭행했고, 이와 함께 폭언을 퍼부었다. 또한 강의 중 모든 여학생들에게 결혼 및 출산계획을 물어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거나 2명 이하의 자녀를 출산하겠다고 밝힌 여학생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자보 작성자는 앞으로 학생들을 자신이 겪었던 폭력의 현장으로 내몰고 싶지 않다며 대학본부가 이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해당교수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우리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논란된 바 있다. 우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 의 지난해 5월 20일자 25500번째 제보에 따르면 작성자는 “한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학생을 때렸다”며 “수도 없이 많은 폭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취재에서 오마이뉴스의 해당 기자는 교수의 폭행과 폭언에 대한 학생 증언과 실제 교수의 폭언이 담긴 음성 파일을 입수했다. 파일 확인 결과 해당 교수는 수업 중 △각종 인격 모독△외국인 비하△성희롱성 발언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해당 교수는 문제가 된 수업 중 한 수업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학교 측은 “(해당 교수가)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할 것을 약속했으므로 학교에서 조치를 취할 것은 아니다”라고 사건을 일단락 했다.

◆교수에게 집중된 권한, 학내 인권기구 부족........... 피해 확대 이유는?

학생 인권 침해 사례의 발생 원인으로 교수에게 학사 운영 권력이 집중돼있는 폐쇄적인 구조가 있다. 학부 교수에게 학점 부여 등 전반적인 학사 관리에 대한 권한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의 경우 지도 교수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대학원생의 논문 심사 및 채용에 있어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학부 과정에 비해 연구 내용이 세분화된 만큼 대학원 연구실은 좁은 학계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수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으면 새로운 지도교수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심한 경우 학계 퇴출을 고려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기에 부당한 요구임에도 거절하기 힘든 구조적 어려움이 야기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3일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단체모임 회원들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대학원생 인권 침해 사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대저널에 따르면 이날 시위를 주최한 대학원생 A씨는 “대학원생들은 부당대우를 받아도 교수의 눈치를 보며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인권 대변 기구의 수가 부족하다는 비판 또한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237개 대학을 대상으로 인권센터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97개교 중 인권센터가 설치된 학교는 19개교에 불과했다. 노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인권기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대학 내 인권센터가 설치돼있더라도 학생들이 센터를 신뢰하지 않아 실질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부산대학교의 한 대학원생은 학내 인권센터에 교수의 성추행을 신고하고 조사를 요청했으나 이 사실을 가해 교수가 알게 돼 조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해당 교수로부터 연락이 오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일부 대학은 인권센터가 교내 일반 부서처럼 운영돼 독립적인 조사 및 운영이 어렵고 운영 위원회에 학생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잦아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 학생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강의평가 문항 추가, 대응 세칙 세부 조항 마련......... 총학 차원의 대응책은?

우리학교 안중헌(서양어·독일어 16) 총학생회장은 학생 인권 침해 사례의 제도적 대처방안으로 강의평가 항목에 교·강사의 수업 중 △차별△혐오△인권 침해 발언 여부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무처에서 (해당 방안의 시행이)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 방안은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중앙운영위원회나 총학 차원에서 인권센터에 관련한 논의는 아직 없었다”며 “지금은 성평등 센터의 기능 내실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장은 “총학은 문제 사건의 공론화를 가능케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처리 및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선거공약집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의 세부 사항에 대해 회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부 사항은 이번 해 11월이나 12월 정도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흡하더라도 다음 총학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인권기구 설치, 피해 신고 접수 필수......... 학교 차원의 대응책은?

학내 구성원의 인권 대변 기구 설치 및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소통 기구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학교 김현숙 학생지원팀장은 학내 인권센터 설치와 관련해 “현재 우리 학교에는 인권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근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에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 의무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만약 이 법이 제정된다면 학교가 이 법안을 이행하기 위해서 학교 내 직제를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신고가 접수돼야 조사를 할 수 있다”며 “학생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하거나 관련 업무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팀장은 “최근에는 수업 중 교수 폭언, 폭행에 대해서 공식적인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다”며 “과거 교수님과의 문제로 수업 중 갈등이 발생했다는 학생 민원이 접수돼 해당 학생의 문제 해결을 지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고통을 받고 힘들어 하는 학생이 언제든지 학생지원처로 찾아와 문제 해결의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