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읽다] 끝나지 않은 혁명... ‘노란 우산’ 속의 홍콩 2015-04-13
유혜민 | 90hyemini@hufs.ac.kr 조회수 697  댓글 0
 
1842년 영국은 청조와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하고 남경(南京)조약을 통해 홍콩을 할양받았고, 1898년 홍콩과 인접한 북부 섬과 신계지를 99년 간 조차받았다. 반환 15년을 앞둔 1984년 중국과 영국은 반환 협상을 시작해 1990년 중국에 귀속되는 홍콩의 장래를 규정한 ‘홍콩 기본법(The Basic Law of Hong Kong)’을 제정했고, 100년이 되던 1997년 7월 1일 홍콩은 드디어 중국 품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자국 영토를 유린한 마지막 제국주의 세력이 물러감으로써 위대한 중국 건설의 서막이 올랐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흥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 자유무역항으로, 또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서구적 법제와 잘 훈련된 공무원 조직을 갖고 있던 홍콩의 미래는 ‘홍콩의 중국화’와 ‘중국의 홍콩화’라는 갈림길을 맞이했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기본법’을 통해 동상이몽을 가진 채 ‘홍콩이 중국의 특별행정구로서 향후 50년 동안 기존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제도가 보장되는 한 국가 두 체제(One Country Two System/一國兩制)에 의해 유지되며, 독립적 사법제도를 보장하는 홍콩 법원의 종심권(終審權) 유지,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를 통해 최고 수준의 자치권을 향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으며, 홍콩의 주권이 귀속된지 20주년이 되는 2017년에는 홍콩인들의 직선에 의해 홍콩의 행정수반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의 주권이 돌아오자 중국은 독립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홍콩기본법’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상의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최종해석권이 있음을 선포하고 홍콩의 중국화에 박차를 가했다. 광동어가 지배하던 홍콩에 보통화로 불리는 표준어가 공식 언어로 정해지고 국가 개념이 박약했던 홍콩인들에게 중국인이라는 민족의식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학교의 조회시간에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고, 인민해방군이 진주했다. 2012년에는 홍콩 학생들에게 '국민 교육'을 하겠다며 중국 공산당체제가 서구 민주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중국 모델'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홍콩의 미래에 불안을 느낀 홍콩 시민들은 지난 해 9월 28일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2014년 8월 31일, 홍콩기본법의 해석권을 갖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1200명 규모의 행정장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위원회의 위원 50% 이상 지지를 얻은 사람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후보도 2~3명으로 제한한다는 ‘홍콩 특별 행정구 보통선거 문제 및 2016년 입법회 구성방법에 관한 결정’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반중국 성향의 후보를 추천 단계에서부터 추려내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반발하며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홍콩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했고, 시위대가 이를 노란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중국 정부는 민족분열 정책이라며 강경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시위대도 해산됐지만 6개월이 경과한 지금도 당초 시위 발생 장소인 입법회 부근에는 여전히 ‘홍콩 민주주의의 쇠퇴’에 항의하는 140여개의 시위용 텐트가 쳐져 있고 주말마다 예의없고 무분별한 중국 관광객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계속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결탁한 기존 홍콩 내 경제 권력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과거 중국의 관문이었던 홍콩은 중국 경제의 부상과 함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광동성의 관문으로 전락했고, 세계적 금융 도시의 위용은 거대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의 하나가 돼가고 있다. 중국 자본의 유입과 함께 몰려드는 본토인들에게 홍콩 사람들은 취업과 학업기회도 빼앗기고 있다. 이번 시위에 1997년을 전후해 출생한 중고등학생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바로 경제력을 상실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 홍콩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홍콩 정부는 안정 유지라는 이름과 내정 문제라는 이름하에 여전히 시민들의 요구와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다. 시위대의 노란 우산에 쓰인 글귀가 떠오른다. “우리의 눈물은 최루가스 때문이 아니라 홍콩의 미래 때문이다” 그래서 홍콩 시민들은 노란 우산을 접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