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Y 임무 종료, 유고 전범 문제 해결과 과거사 청산 기틀 2018-06-21
기자 | 이메일 조회수 2931  댓글 0
 
ICTY 설립 의미와 활동 내용
2017년 12월 31일, 지난 24년 동안 유고 내전과 보스니아 내전 전범 문제 해결 및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제 사회 공식 기구인 ‘구(舊)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가 그 임무를 종결했다. 국제 사회는 보스니아 내 민족 간 화합과 미래 평화 정착을 위해 유고내전과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 청소를 저지른 전범들의 소환과 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통한 불행했던 과거사 청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추진해왔다.

보스니아의 영구적 평화와 민족 간 화해의 초석을 다지려 했던 국제 사회의 노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ICTY 설립이다. ICTY는 1993년 5월 25일 ‘UN안보리결의 827항(UNSCR 827: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27)’에 근거해 헤이그에 재판소가 수립됐고, 1991년 유고 내전부터 이어진 구(舊) 유고 지역 전쟁 범죄자들의 재판을 진행했다. ICTY가 다룬 중요 범죄 항목은 크게 네 가지로 △‘대량학살(Genocide)’, △‘인권유린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전쟁 관습 혹은 법률 위반(Violation of Law or Customs of War)’, ‘제네바 협약의 중대위반(Grave Breaches of the Geneva Conventions)’ 등이 있다.

ICTY는 2011년 7월 20일에 체포된 고란 하쥐치(Goran Hadžić, 1958-2016/ 크로아티아내 크라이나 krajina 세르비아 자치 공화국 대통령)를 마지막으로 총 161명의 전쟁 범죄자를 체포 기소했다. 지난 24년 동안 이어진 기간 동안 52개 UN회원국으로부터 총 86명의 판사가 재판소에 임명됐으며, 대한민국에선 권오곤 재판관(ICTY 재임 2011. 11-2016. 3/ 총회 의장 2017. 12- )이 신(新)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쉐비치(Slobodan Milošević, 1941-2006) 재판과 내전 당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의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라도반 카라쥐치(Radovan Karadžić, 1945- ) 재판에 참여했다. 헤이그 법정에선 1996년 11월 첫 선고 후 90명에게는 유죄가, 19명에게는 무죄, 37명은 기소 유예가 선고됐다. 기소 된 전범 중 13명은 구(舊)유고 각 지역 재판소(보스니아 10명, 크로아티아 2명, 세르비아 1명)로 이관됐으며, 유죄 선고자 중 20명은 공소가 취소됐고 밀로쉐비치 등 17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선고 전 사망했다. ICTY는 10,800일의 활동 기간 동안 4,650명의 증인과 250만 페이지의 재판 기록들을 남겼다. ICTY는 2017년 12월 22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총사령관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Ratko Mladić, 1943~)에게 종신형이라는 최고형, 12월 27일 공포의 여성 고문기술자란 별칭으로 세르비아계를 고문 학살했던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아즈라 바쉬치(Azra Bašić)에게 14년 형을 선고하고 12월 31일 공식적인 업무를 마감했다.

24년 활동을 마친 ICTY의 임무는 시리아 내전의 각종 전쟁범죄 등이 맞물려 상설 전범재판 기구가 된 ICC로 그 역할이 전이됐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ICTY의 활동에 대해 전범 단죄라는 중요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 또한 상존한 것도 사실이다. 첫째, 장기 재판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속출했다는 점. 둘째, 막대한 재판 지불 비용에 비해 재판의 가치와 실효성이 의심받았다는 점. 셋째, ICTY 전범재판들이 과거 국제 관계 속 역사들처럼 여전히 승자와 강대국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 수 있다.

민족 화해와 화합 관점으로 본 ICTY 역할론
보스니아 내 민족 간 화해와 화합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ICTY 역할과 그 임무를 향한 비판 중 특히 세 번째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스니아내 각 민족에게 있어 ICTY의 역할과 내전 당시 전범 규정의 의미를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는 보스니아의 복잡한 종교와 문화의 모자이크만큼 매우 다양한 게 사실이다.

ICTY 판결과 국제사회의 시각과는 달리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와 이웃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세르비아로부터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본토 크로아티아의 ‘조국해방전쟁(혹은 독립전쟁 War of Independence/ Rat nezavisnosti)’ 관점과 연계하여 내전을 바라보고 있으며, 따라서 전범으로 기소된 크로아티아 피의자들을 자 민족을 보호해 준 ‘영웅(Hero/ Heroj)’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와 세르비아 본토에서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1995년 미국 중앙 정보국은 보스니아 내전 동안 발생한 전쟁 범죄의 약 90%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의해 저질러졌다 발표했지만 세르비아에선 그 전범들이 실제론 세르비아인들과 그들의 자유를 지켜주던 영웅이라 평가내리고 있다.

하지만 ICTY 활동을 향한 비판들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의 향후 평화 정착 관점에서 봤을 때 ICTY 역할과 그 활동에 대한 긍정적 요인이 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다. 우선 보스니아 내전 동안 저질러진 전범들의 사법적 처리 문제를 국제 사회의 시각과 평가 속에 완결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ICTY는 지난 24년 동안 체포 기소된 총 161명의 전범 중 사망자를 제외한 151명이 재판을 받는 등 유고 지역에서 자행된 전범들의 모든 재판을 완수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둘째, 보스니아 내전은 제 2차 대전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대량 학살과 대량 난민 문제를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ICTY의 활동과 전범 단죄는 국제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 같은 전쟁 범죄에 대해 절대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그 죄를 묻는 국제 사회의 정의를 향한 의지 표출을 보였다 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ICTY의 활동 및 역할 종료는 오랜 동안 보스니아 내 각 민족 간 화해를 가로막고 있던 암울한 과거사 청산을 마무리 지었다는 국제사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ICTY에서 기소된 모든 전범들을 체포했고 그 죄를 물어 재판을 이끈 ICTY의 활동으로 인해 보스니아내 각 민족 계파들은 공식적이고 국제 법에 따른 전범 문제 해결과 과거사 청산이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향후 보스니아 내 민족 간 화합 구축과 영구적 평화 정착의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