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의 정신으로 탄생한 벤디스, 도전을 말하다 2018-05-24
조유진 기자 | 96yujin@hufs.co.kr 조회수 2873  댓글 0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최근 예비 창업가와 대학생들 사이 ‘IT산업’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조정호(법 ·법 05)씨는 우리학교 법학과 졸업 후 우리나라 최초로 모바일 식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으로 조 대표의 벤디스는 기업 식대 및 복지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지난해 전체 거래액 240억 원을 기록했다. 평범한 사법고시 준비생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까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정호(법 ·법 05) 씨를 만나 창업까지의 과정, 추후 계획까지 들어봤다.

Q1. 현재 사업아이템인 벤디스의 식권대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식권대장은 회사원들이 회사와 제휴를 맺은 식당에서 식사할 때 스마트폰에 깔린 식권대장 앱을 이용해 식대를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식권대장을 통해 기업 및 제휴식당에서 직접 종이식권을 발급하고 회수해서 세금계산서 처리를 하는 등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었던 식대지급과정을 간편하게 관리 할 수 있게 했어요. 이렇게 △종이식권△장부△법인카드로 복잡하게 정산하던 과정을 바꾼 거죠. 또 식당은 손님들이 식권대장으로 결제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식권대장으로 계산된 실시간 매출현황, 사용 통계를 한 눈에 확인 가능해 훨씬 편리하죠. 기업은 직원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고 제휴 식당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만족도가 높아요. △한국타이어△현대오일뱅크△한화시스템△한솔제지 등 대기업을 포함한 전국 170개 기업에서 4만5천 명 정도 이 식권대장을 사용해요. 이번 해 3월 기준으로 한 달에 총 33억 정도의 식대가 식권대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어요.

Q2. 오래 준비한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과감히 사업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고시공부의 경우, 1년만 더하면 붙을 것 같다는 생각에 헤어 나오기 쉽지 않아요. 저도 시험을 오래 준비했는데 시험에 세 번을 떨어지니까 “합격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어요. 공부를 더하면 붙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 시험을 관두면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관두지 못한 게 더 컸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고시원에서 생전 보지도 않던 경제 뉴스를 봤어요. 직장인들이 서울로 출근할 때 광역버스가 증설이 안 돼 만원버스가 위험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고발성 뉴스였어요. 그 때 갑자기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원 봉고차가 학원에서 집까지 데려다줬던 것이 생각났어요. 만약 내가 전세버스를 대여해서 인터넷을 통해 버스이용객을 모집하고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흔히 말하는‘사설버스’를 운영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바로 직장인 커뮤니티에 “이런 버스가 있으면 탈래요?”라고 물어봤죠.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더 이상 공부가 안 되더라고요. 당장 이걸 해야겠다하고 사법고시 1차 시험을 앞두고 있던 때에 고시원을 미친 듯이 뛰쳐나왔어요. 당시 제가 4년 간 공부했던 모든 책을 중고서점에 다 팔아버릴 정도로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이 소식을 접한 부모님은 거의 뒤집어지셨죠. 하지만 사전에 제가 이런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해도 부모님의 반대를 피할 수 없으리란 확신이 들었어요.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절박하게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제 나름대로 배수진을 쳤죠. 이런 계기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하려던 사설버스 개설 사업이 당시 운수사업법으로 인해 금지됐었어요. 고시 공부를 한 법대생이 법률적 허가문제 때문에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 됐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뛰쳐나왔고, 사업은 안됐고.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이왕 이렇게 된 것 뭐든 해보자 싶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3. 다양한 사업 아이템 중 모바일 식권 시장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버스 사업을 시도도 못해본 후 신림동에서 같이 공부하던 형을 창업멤버로 들였고 항상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했어요. 당시 부모님께 받던 용돈도 끊겼고 학생이기도 해서 포인트 하나하나가 소중해 늘 그 카페에 가 적립을 받곤 했어요. 그러다 문득 다양한 프렌차이즈를 보유한 계열사끼리 하나의 포인트를 공유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가 프렌차이즈가 아닌 상권들을 하나의 마일리지로 묶어주면 그들도 대기업에 준하는 마케팅 파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상공인을 위한 공동 마일리지 서비스’를 첫 번째 아이템으로 선정했죠. 마침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돼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아이템을 구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소문 끝에 컴퓨터공학과 전공생을 찾아 개발자로 영입했죠. 사회적 경험이 비교적 적은 학생이다 보니 어떻게 적립 서비스를 만들어야할지 감이 안 잡힌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만들었어요. 결국 우리의 잠재 고객이 이 서비스를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 하지 않은 것이 복병으로 작용했어요. 저의 예상과는 달리 가게 사장님들의 반응이 안 좋았죠. 그러면 어떤 서비스를 원하시냐고 여쭤보니 “요즘 대학생들은 모바일 쿠폰 같은 것을 주고받던데 그런 기프티콘을 영세한 소상공인들도 팔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이 두 번째 아이템이 됐어요. 우연히 찾아온 투자사에 1억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잘 되진 않았죠. 그러다 한 모바일 게임사에서 저희한테 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외주 개발의뢰가 들어왔어요. 그 회사에는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종이로 된 복지 상품권이 있는데 그 상품권을 통해 커피도 사먹을 수 있고 물건도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종이 상품권이라 매번 총무팀이 일일이 나눠주고 회수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이 일을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거죠. 의뢰를 받은 순간 그 시스템이 과연 이 회사에만 필요한가라는 고민을 시작했죠. 생각을 바꿔보니 회사마다 ‘식권’이라고 하는 고유의 상품권 지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 부분을 우리가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식권대장이라는 아이템이 탄생하게 됐어요.

Q4. 원래 재학 중 창업에 관심이 있었나요?

재학 중에는 고시공부밖에 몰랐던 학생이라 사법고시 준비에만 전념했어요. 창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창업과 관련된 활동이 없었어요. 앞서 말한 버스 운수사업은 학부생일 때 생각 한 것인데, 오히려 창업을 하고 나서 허브(HUVE)라는 우리학교 창업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창업 후에 들어간 거라 창업 도전에 동기가 부여되진 않았지만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생활을 하면서 은연중에 다양한 사업 활동을 했어요. 예를 들면 학교 축제 때 단대부스에 손님을 끌어온다든지, 동아리 부원 영입을 한다든지, 이런 경험들이 사업에서의 영업 활동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대표는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존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야 돼서 영업 능력이 더 요구되기도 하고요. 따져보면 작은 경험들이 밑거름이 돼 후에 고객 유치 같은 영업활동에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아요.

Q5. 우리학교에도 창업에 도전하려는 학생들이 많은데 우리학교 졸업생으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나요?

최근 다양한 종류의 창업이 등장했지만 특히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기반으로 한 창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거나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후배들이 종종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어떻게 구하냐는 질문을 해요. 그런데 저는 창업에 있어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필수라는 생각을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을 하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쇼핑몰을 운영하는 친구도 있고,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도 있거든요. 창업을 한다고 해서 꼭 IT개발 쪽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창업동아리 후배를 가끔 만나면 하는 얘기가 있는데 “학교 앞에서 붕어빵이라도 팔아보라”라는 말을 많이 해요. 사실 창업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구현해 만들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대단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기존에 있던 방식을 조금만 변형해도 충분히 더 큰 가치를 만들기도 해요. 붕어빵을 팔 때 “우리는 기성세대에서 팔던 방식과 다르게 팔아볼까?”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저 역시 학생 때 다양한 경험을 했었고, 조금 더 간단히 생각해보면 학교축제 때 뭔가를 팔아보는 것처럼 얼마든지 창업을 하기 위한 연습을 할 수 있거든요. 만원이라도 직접 내가 벌면 창업을 하는데 커다란 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Q6.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사실 창업에 실패할 때마다 그만 두고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패할 때마다 주위의 시선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창업을 할 때인 2012년도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없었고 창업에 대해 지원하는 환경이 아니라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거든요. 창업 과정에서 “미래가 없다”라는 이유로 인간관계가 끊어지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취업 준비한다고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하고 있는데 넌 왜 사람만 만나고 다니냐는 소리를 들으면 큰 좌절감을 느꼈어요. 좋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에 간 친구들이 모임에 나오면 사람인지라 은연중에 위축도 됐어요. 그래서 창업을 할 때는 타인 혹은 사회적 시선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창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 같지만, 누군가의 시선에 초연할 수 있는 자신만의 확신이 없으면 창업에서 성공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Q7. 창업 과정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첫 번째는 부모님의 인정이에요. 식권대장으로 본엔젤스와 배달의 민족에서 7억이라는 투자금을 받았는데, 이 소식을 전할 때만 해도 아버지는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셨어요. 회사 통장 잔고에 투자금이 입금되자마자 사진을 찍어 보여드렸더니 그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네가 서울에 가서 너만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세상을 내가 못 받아들였던 것 같다”며 “이제는 널 인정하고 지지하고 응원해주겠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응원군이십니다.
두 번째는 모바일 식권이라는 걸 우리나라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에요. 그 전에는 모바일 식권이라는 이름조차도 없었어요. 작게나마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냈고 모바일 식권을 통해 작은 부분이지만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희열을 느껴요.
가장 최근에 자부심을 느낀 일은 평창동계올림픽 식대 지원이에요. 지금까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은 종이식권을 지급받았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이 전 세계 최초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라는 슬로건 하에 개막했고 그러던 중 올림픽 모바일 사업 입찰 공고가 올라왔어요. 지원 결과, 다양한 기업 중 가장 적합한 기업에 저희가 선정됐어요. 그래서 이번 동계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들은 식권대장에서 식권을 다운받아 주변 식당이나 숙소에 비치된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었어요. 이로써 사전에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책정한 식대 예산에서 5억 원가량 절감하는 성과도 냈죠. 세계 최초로 모바일 식대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뿌듯했습니다.

Q8. 다양한 경험 끝에 성공한 창업가로서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인 것 같아요. 대부분이 창업을 할 때 실패 할 거란 생각을 잘 못해요. 그런데 대학생 때 창업을 한 친구 중 첫 사업 아이템으로 성공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어요. 그 말은 학생들이 창업을 했을 때 그것으로 성공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라는 거죠. “실패할 수도 있다”라는 마인드로 시작하는 것과 “실패할 리가 없다”로 시작하는 것은 실제 실패했을 때 받는 타격이 달라요. 실제로 모바일 식권이라는 사업도 저의 창업 역사에서 보면 4번째 사업아이템이에요. 세 개의 사업아이템을 거쳐 식권이라는 사업아이템에 온 것처럼 첫 번째 사업아이템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무의미하지도 않죠. 그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고민해야 돼요. 어떤 것을 개선해야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파고드는 집념이 중요해요. 보통 실패를 하면 막막한 마음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저도 시험 준비를 하느라 스펙도 없었고 나이도 많아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창업을 한 후 사회에 나와 보니 아직도 저는 어린 사람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후배들이 더 자신감 있게 도전해도 되지 않나 생각해요.

Q9. 벤디스의 더욱 큰 성공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해요.

스타트업 기업은 ‘고위험 고수익’이 본질적으로 내재돼있고 기존 시장과 다른 혁신적 성장이 특징이에요. 신속히 서비스의 규모를 확장하고 특정 지점에 도달해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해요. 식권대장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사업성장을 위해 외부 투자나 대규모 자금을 얼마나 단시간에 이끌어내는 지가 중요한 시점이죠. 그래서 우리나라 모바일 식권 시스템으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과감한 영업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 같아요. 시장 규모를 추산해보니 약 10조 정도가 나왔는데 지난해 형성된 시장 규모가 천억이 조금 안 돼요. 올 해 목표 거래액은 500억 정도로 잡았어요. 아직 성장가능성이 높고 지금은 걸음마 단계이니 갈 길이 멀어요. 항상 팀원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모바일 식권은 우리가 만들어냈고,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시장이니 누군가에게 지지말자”라고 해요. 모바일 식권시장 자체가 이제 시작이니 이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조유진 기자 96yujin@huf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