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대북제재와 비핵화문제 현재 위치는?

2018-05-24

나산 기자 | 96mountain@hufs.ac.kr

조회수 1192 댓글 0

북한은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실험을 규탄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이른바 ‘대북제재’를 시행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한과 단일팀을 조성하여 올림픽에 출전하고, 대북 특사단을 맞이해 대화를 시도하며, 우리나라·미국에 대화를 요청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이어 핵무기 문제를 두고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비핵화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됐다. 과연 그간의 대북제재 정책은 어떤 방향이었으며 이러한 정책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곧 개최될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오경섭 박사 의견을 들어봤다.

Q1. 대북제재란 무엇인가?

제재를 가하는 국가를 편의상 ‘제재 부과국’, 제재를 받는 국가를 ‘제재 대상국’이라고 한다. 대북제재는 주로 ‘경제제재’인데 하나는 수출입을 제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을 제한하는 것이다. 여기엔 의도적인 통상 중단, 금융 관계 중단 등이 있다. 통상 중단이란 수출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대북제재는 수출제한과 수입제한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수입 같은 경우 유엔 결의를 통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 혹은 자금을 차단시키고 있다. 수출 또한 북한의 주 수출품목인 석탄,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 수출을 막고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 있는 북한의 계좌나 금융 정보들을 다 추적해 막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대북제재라는 건 결국 제재 부과국인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재 대상국인 북한을 통상과 금융 제한을 통해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2. 대북제재의 구체적 정책엔 어떤 것들이 있는가?

2006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안 1718호를 채택한 이후 현재 10번째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엔 결의 내용을 보면 굉장히 심각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11월 30일에 결의된 유엔 대북제재 2321호를 보면 우선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제를 결정했고 주요 수출품인 △은△동△아연△니켈 등의 수출을 제한해 총 8억불 정도의 외화수입을 차단했다. 사치품에 대한 교역도 제한했다. 사치품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지급됐지만 제재를 통해 이러한 사치품의 유입을 제한했다. 개인에 대한 제재도 부과했다. 특히 북한 사람의 여행용 수화물은 의무적으로 검색해야 하며 이들의 공항 경유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여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개인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철도, 화물도 반드시 검색해야 한다. 제재위원회는 여기에 해상 조치도 추가했다. 북한 선박에 대해 특정 항구로의 입항 명령이나 입항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8월 6일 대북제재안 2371호에선 북한 석탄 철광석 수출이 전면 중지됐다. 북한은 이 때문에 현재까지 △석탄 약 4억 불△철과 철광석 약 2.5억 불△납 광석 1억 불△해산물 약 3억 불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수출 금지 조치는 중층적으로 쌓여 지속적으로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 그 이후 가장 최근인 지난 해 12월 23일 대북제재안 2397호에선 대북 유류 공급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때 북한에 공급 가능한 정유제품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다. 또한 전 세계에 나가있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을 24개월 이내 전원 송환시키는 방안 역시 채택됐다. 북한 해외 노동자는 대략 11만에서 15만 정도인데, 이들이 번 돈의 7~90% 정도가 중앙으로 보내져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쓰인다. 국제사회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전원 송환시킴으로써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했다. 대북 수출 금지 품목도 확대됐다. △식용품△농산품△기계류△전자기기△목재류△선박 등이 추가됐다. 북한은 앞서 시행된 해상 조치를 피해 공해상에서 몰래 원유나 물자를 공급받거나 석탄을 제3국에 파는 등 제재 회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대북제재안 2391호에선 해상차단 조치가 강화됐다. 2006년 1718호부터 2397호까지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Q3. 그간의 대북제재가 북한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대북제재로 인한 타격은 외화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외화가 북으로 들어가면 모두 당으로 모인다. 이 모인 자금은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활용된다. 주로 핵미사일 개발이나 군대 보급물자 등에 쓰인다. 통치자금의 부족은 정권 유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체재 유지를 위해선 군수물자 보급이나 국가 안전보위부 같은 감시 기구 유지에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인해 예산이 줄어들면 조직의 전체적인 사기가 떨어지고 당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결국 통치자금 부족은 곧 내부 불만을 가중시켜 안정적 권력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북한 무역은 중국에 90%를 의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제재로 인해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17억 달러 적자를 냈다. 약 1조 8000억 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이와 같은 적자가 계속 발생하면 앞으로의 북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북한 체제에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에 경제학계에서도 당장은 제재효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번 해 하반기 이후엔 제재효과가 제대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한의 수출과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 당연히 북한 사회 전반에 경제침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Q4. 대북제재에 대한 최근 북한의 대응방향은?

북한은 지난해에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이번 해엔 신년사에서 핵무기 대량생산 및 실전 배치와 남북 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혔다. 북한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려면 미국과 반드시 타협해야 한다. 여기서 핵을 포기하고 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 안정 보장과 경제발전 방향으로 가면 가장 좋다. 하지만 이에 이르려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기 전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대북제재의 지속적 강화다. 완전한 핵 포기 전까지 다양한 제재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북제재의 수위는 굉장히 높다. 특히 수출을 차단해 외화 수입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높은 수위의 제재를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로 트럼프 정부가 언급한 군사공격이다. 특히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고위 권력층은 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이를 타개하려면 핵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적절히 미국하고 타협해 제재나 군사공격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동북아시아 구도에서 북한은 아예 고립된 형국이었다. △중국△미국△일본△우리나라는 서로 합의해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북미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한다. 그래서 북한은 남북 관계를 개선해 우선적으로 북한의 고립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동북아시아 경제제재 단계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났다. 여기엔 대북제재를 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동북아시아의 전략 구도에서 북중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미국과 협상을 할 때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협상으로 북한은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북미회담 이전 북중관계 개선이 최선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Q5. 북핵을 바라보는 다른나라의 입장은?

미국의 입장은 확실하다. 북한의 무조건적인 비핵화다. 타협은 비핵화 이후의 일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경제제재와 군사적 옵션 두 가지로 대응하고 있다. 핵을 폐기할 때까지 경제제재를 통해 자금을 압박하며 유사시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북한에게 속아왔기 때문에 북한이 폐기를 우선적으로 이행해야만이 협상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일본도 이과 같다. 주일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일본도 북한의 공격 위협 반경에 놓여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핵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경제제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짧은 기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미국, 일본과의 차이점은 우리 정부에선 군사적 수단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일정한 조치를 취하면 이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비핵화에 따른 체제 안정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요구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무장이 미국의 체제안보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북핵 개발 문제는 미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즉, 남북한 모두 핵이 없어야 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은 ‘쌍중단 쌍계병행’ 방법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한미 군사 활동 중단 두 가지를 같이 실행하고, 동시에 대화 테이블에 앉아 비핵화와 체재 보장을 같이 논의하자는 것이며 사실상 점진적 해결을 이야기한다.

Q6.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비핵화가 이뤄지면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 안정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감소해 안보 걱정이 줄어든다. 거기에 경제지원까지 이뤄진다면 앞으로 북한은 안보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다. 북한은 기존에 우리나라와 미국을 적대국으로 설정해 안보정책을 구성했고 이를 명분으로 핵을 개발했지만 이 관계가 사라졌으니 안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결국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은 크게 줄어들고 교류와 협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만일 중국의 대북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북한은 경제발전에도 상당히 주력할 것이다. 즉, 비핵화는 평화로운 장밋빛 한반도, 그야말로 남북한이 공동 번영하는 한반도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로 타협하더라도 한두 달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비핵화 시간을 최대한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이를 최대한 길게 끌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타협이 잘 이뤄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안정을 보장해주는 것과 북한 스스로가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비핵화에 나설 것이다. 이건 앞으로의 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지켜봐야한다.

나산 기자 96mounta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