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계 헌법개정안의 사상적 특징과 함의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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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이하 전후) 정치사에서 1947년 5월 3일부터 시행된 현행 [일본국헌법]의 개정과 관련된 논의는 항상 존재했다. 아베 신조가 주장하는 ‘전후 레짐으로 부터의 탈각*’도 헌법 개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1955년 자민당 창당시의 정당 공약 ‘현행 헌법의 자주적 개정’이라는 문구에서 2010년 자민당의 ‘기본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자주헌법’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헌법 개정의 의지와 열망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문제해결의 최종 목적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은 일본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측은 우익계로, 헌법개정안을 내고 있는 단체 및 조직이 우익적 입장을 취하는 그룹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립되는 헌법 개정 반대파는 제9조 1, 2항을 포함한 현행 헌법의 평화적인 내용을 보존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전형적으로 △1954년 헌법옹호국민연합△1958년 헌법문제연구회△1965 헌법개악저지각계연락회의△2004 9조의 모임△2014년 ‘헌법 제9조에 노벨평화상을’ 단체는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개악(改悪)’이라 비판하고 현행 헌법의 평화사상을 일본의 전통으로 확립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명확한 헌법 개정안을 갖고 있는 우익계 주된 정당 및 단체로는 △자민당△세계평화연구소△일본청년회의소△자주헌법제정국민회의△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経塾) 제34기생△산케이신문△요미우리신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단체들의 헌법 개정안의 공통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헌법 전문에 ‘화(和)’ 혹은 ‘도의(道義) 국가’ 등을 삽입해 일본적인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둘째, 천황의 지위를 ‘상징’에서 ‘원수’로 격상시키고 있는 점.

셋째,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의 확대 및 강화 즉 ‘군대’의 보유에 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

넷째, △공(公)△공의(公義)△공익(公益)△공공생활(公共生活)△공공질서△공공봉사 등의 조항을 다수 삽입했다는 점. 즉 사회 혹은 국가를 앞세워 국민의 권리보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강조한다는 점.

다섯째, 긴급사태 혹은 비상사태 조항을 신설했다는 점.

여섯째, 헌법 개정절차를 용이하게 한 점.

헌법이 개정된다면 장래 일본의 헌법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민당의 [헌법개정초안](을 통해 상기의 내용의 일단을 확인해보자. 먼저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은 전문에 ‘일본국민은 국가와 향토를 자부심과 기개를 갖고 스스로 수호하며,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화(和)를 존중하고, 가족과 사회 전체가 서로 도와 국가를 형성한다’는 내용을 두고 있다. 이 헌법 초안의 전문은 현행 헌법에 전문에 비해 그 분량을 2분의 1 정도로 축소하고 있다. 또한 평화에 대한 내용을 소극적으로 정의함과 동시에, ‘국민에 의한 국가’가 아닌 △국가의 일원으로서의 국민△가족△사회△공동체 특히 ‘국가’ 자체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자민당의 헌법개정초안의 특징은 제9조에서도 나타난다. 현행 헌법 제9조 1항과 2항에서는 ‘전쟁’과 ‘군대의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헌법개정초안에서는 이를 새로 제시한다. 새로이 마련된 헌법 제9조의 1, 2, 3항의 특징은 현행 헌법 제9조 1, 2항의 정신인 ‘무력 사용 영구 포기’, ‘전력과 교전권의 부인’을 삭제하고 △자위권 발동의 명확화△국방군 보유 천명△국방군의 활동 범위 확대△‘공(公)’을 위한 국방군의 활동 인정을 기술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인한 활동도 용인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군’이라는 명칭에 대한 저항감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대로 ‘자위대’로 하는 대신, 이를 제9조 2항에 명문화해 명실상부한 ‘군대’의 지위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일본에서의 징병제의 부활 또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제9조의 3에 규정된 ‘영토, 영해, 영공 보전’ 내용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우익계 헌법개정안의 특징은 대부분 ‘긴급사태’에 관한 내용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민당은 헌법개정초안 제98조 및 99조에 각각 4항 즉 총 8개의 항에 걸쳐 긴급사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즉 제99조 3항에 ‘기본적 인권의 최대한 존중’이라는 내용을 삽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제3장 △12조△13조△21조 2항△29조에 ‘공익 및 공의 질서’라는 사실상 국민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안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해 국민의 권리가 형식적으로만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인 헌법을 ‘전후레짐으로부터의 탈각’이라는 명목 하에 일본의 헌법으로 개정하려는 일본의 우익계 조직 및 단체의 의지는 지속적이고 강렬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헌법 개정 논의의 강력한 추진 배경이었던 북한을 둘러싼 위기상황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아베 신조 현 총리의 지지율 저하△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이라는 의회 내의 역학관계△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일본국민들의 저항△지난해 NHK 여론조사에서 헌번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의 행방 등은 헌법 개정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즉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헌법 개정의 시도는 앞으로도 많은 허들에 직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22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은 각각 284석과 29석으로 2/3석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제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이고 각국의 대립과 갈등은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북한△일본△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내용적 가치는 현실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를 배경으로 일본의 헌법 개정 시도가 좀 더 구체화돼 새로운 헌법을 갖게 된 일본이 탄생한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일본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