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첫 마감 2018-04-12
조유진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44  댓글 0
 
3월, 나는 개강하자마자 장염에 걸려 일주일을 누워있었다. 돈은 돈대로 들고, 몸은 몸대로 고생을 했다. 수업 오티를 들으며 열심히 학보 활동을 하려던 나의 계획은 무너졌다. 처음으로 모여서 정식 회의를 하는 날에 결국 아파서 가지 못했다. 개강호 기사 제안서는 겨울방학 때 연습 삼아 작성한 걸 제출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기획을 맡게 됐다. 덜컥 뽑히니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걱정이 컸다. 방중교육 때부터 내 걱정은 언제나 “내가 쓴 글이 마음만큼 안 나오면 어떡하지”였다. 취재처에 전화할 때도 덜덜 떨면서 했다. 말은 제대로 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원래 인터뷰를 가려는 곳은 두 곳이었는데, 한 곳은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왠지 시작이 안 좋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우울해졌다. 취재처가 한 곳이다 보니 부족하거나 빠지는 정보가 생겼고, 한 사람의 인터뷰로 내용을 늘리다보니 글은 턱없이 형편없었다. 어설픈 내 모습이 웃기면서도 걱정됐다. 동기들이 “이번에 네가 쓰는 기사 주제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도서관 신축”이라고 대답했다. 다들 멋있다며 발간되면 꼭 읽는다고 했는데. 마감 날이 다가올수록 내 글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마감하는 날에는 ‘현실도피’를 했다. 써야하는 글이 있었지만 동아리연합회 공연을 보러가고, 비가 조금씩 오지만 동기랑 괜히 학교 산책을 하다가 들어왔다. 학보사실 문을 열었는데 다들 분주하게 각자 맡은 기사를 쓰는 모습을 보니 시험 전 날에나 받던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다. 급하게 앉아서 쓰려는데 글이 잘 써질 리가 없다. 예전에 다른 기자들이 쓴 기획을 보면서 말투나 전개방식을 최대한 참고했는데도 원래 내가 글 쓰는 스타일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늦은 시간 처음으로 완성한 글을 편집장님에게 건네주니 아예 한 문단을 뒤집어야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신문 발간 전에는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기사 제목이 몇 번 바뀌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를 맡았는데 그만큼 책임을 못 진 것 같아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21일 발행 날, 카톡이 울렸다. 익명의 한 사람이 “이번 외대학보 유익하네”라며 “다음 호가 기대되고 수고 많았다”라고 쓴 글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수고했다”라는 말, 나에겐 감사하고 벅찬 한 마디였다. 룸메이트가 “네가 쓴 기사 사람들이 봤나보다, 도서관 글 올라왔네”라고 하니 내가 쓴 기사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것이 뿌듯했다. 동기들은 “이걸 다 네가 쓴 거야?”라며 놀라면서 고생했다고 해줬다. 첫 인터뷰를 할 때의 부담감, 밤을 새는 고통을 다 잊을 만큼 보람찼다. 힘들고 어설펐지만 이번 경험을 기회로 삼아 다음에는 더 확실하고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으리란 느낌을 받았다. 취재처 다양하게 잡아보기, 다른 학보기사들 읽으면서 형식 익히기, 내가 맡은 주제에 책임감 가지기 등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틀이 잡혔다. 처음엔 정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에 부담감이 컸다. 그렇지만 막상 해보니 첫 시작이 2% 정도 부족했어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편집장님이랑 부장님이 내용 첨삭을 했기 때문에 나의 첫 기사는 완전한 내 글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 가면 나중에는 알아서 척척 해낼 수 있을 거다. 이번 학기가 끝날 때쯤에 내 기사에서 발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