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 초읽기··· 이번 정부의 개헌의 방향은?

2018-04-12

나산 기자 | 96mounta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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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18. 6월 총선과 동시에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의 발표 전, 후로 국회에서는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과 정치적 논쟁이 일어났고 인터넷 상에선 토지공개념이나 지방정부 같은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개헌’에 관해 개정목적과 절차, 그리고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점에 대해 강명원 국가리더전공 소속 헌법 외래교수에게 물었다.

Q1. 먼저 헌법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이전의 헌법개념은 ‘국가의 조직이나 권력에 관한 행사를 규정’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보장 규정까지 더해져 ‘국가의 권력조직과 권한행사에 대한 규정’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보장 규정’이 합쳐진 최상위 개념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한 국가에 있어서 최고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최상위의 법으로서 우리의 실생활을 규율하고 있는 일반 법률이나 명령, 규칙과 같은 규정들은 헌법에 합치되게 제정돼야 한다.

Q2. 현 정부가 개헌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행 헌법규정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정치적 생활이나 사법적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때문에 이러한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개헌을 통해 현행 헌법을 우리 생활현실에 맞게 바꿈으로서 규범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현행 헌법이 가장 최근에 개정된 해는 1987년이며, 이는 9번째 개정에 속한다. 1988년 2월부터 효력이 발생했으니 현재까지 약 30년이 됐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경제 △문화 △사상 등이 많이 바뀌었고, 이와 더불어 다양한 가치관이 도입됐다. 따라서 현행 헌법이 오늘날의 현실을 규정하기엔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전부터 개헌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군사정권시절과 여야 대립, 국민의 대통령 지지도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개헌이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자신의 공약이기도 하면서 국민의 지지도 얻고 있기 때문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3. 개헌은 어떤 절차를 거치는가?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이나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해야 한다. 그 후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되면 대통령은 이 헌법 개정안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이 의결하고 찬성이 된다면 그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헌법 개정은 확정돼,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공포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석수는 공직선거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총 300석이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로 인해 현재는 293명인데 이 중 여당이 121명이고, 나머지가 야당이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 위원 2/3 이상, 현재는 196명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 입장에서는 당내 단속과 함께 개헌안에 찬성하는 75명 이상의 야당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 모두가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통과가 녹록치 않다.

Q4. 개헌안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첫째, 선거권에 대한 연령제한을 18세로 낮췄다.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엔 찬성과 반대가 있다. 찬성 측의 입장은 타 국가 헌법이 대부분 선거 가능 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듯, 18세는 충분히 자기의 가치관을 갖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은 18세 고등학생들의 경우 균형적인 시각을 교육 받아야 할 나이인데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면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잃고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싸우는 작은 국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헌법조항에 근거하여 고등학생들의 선거운동도 가능해진다.
두 번째로 토지공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이란 쉽게 말하면 국가가 개인 토지재산권에 대해서 간섭할 수 있는 권한으로 지금보다도 훨씬 더 토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재산권보장이 처음 규정된 근대 입헌주의 헌법에서는 재산권에 대한 어떠한 제약도 없었지만, 현대 복지주의 헌법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불합리한 현상들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산권을 행사할 때에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헌법 제23조 제2항에 규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동산 투기 등 빈부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더욱 강화된 규제를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제안이 요구됐다. 즉, 그 제안은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개인의 토지 재산권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상적인 개념 같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국가가 개인의 재산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사인 경제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적자치 원칙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제를 당하는 입장, 다시 말하면 개인이나 사기업 같은 단체는 토지재산권에 대한 규제가 법률에 근거한다면 위헌법률 심판으로써 이를 제거할 수 있지만, 헌법 직접적 효력을 지니는 이 규정은 막을 방법이 개정 밖에는 없다.
세 번째로, 지방 분권에 관한 사항이다. 헌법 개정안 제1조 3항에 보면 ‘대한민국은 지방 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개정안 제9장 121조 내지 124조에 지방자치에 대해 규정하면서, 지방 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지방 정부라는 용어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격상시키기도 하지만, 지방분권을 넘어선 하나의 독립된 작은 국가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개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확대된다면 마치 국가 간의 분쟁처럼 지방정부간의 분쟁 발생의 소지가 크다고 본다. 또한 지방분권의 핵심중 하나는 자치재정권과 더불어 자치입법권이라 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모든 입법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고, 지방의 대부분의 사무 처리를 위한 조례의 제정은 법률의 위임을 받아야 하며,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에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다면 지방은 당연히 중앙에 종속될 수 밖에 없고, 지방분권은 퇴행될 수 있다.
넷 째로, 현행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이다. 하지만 이번 개헌에서 ‘국민’이 ‘사람’으로 바뀌었다. 국민은 국적법에 따라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이다. 외국인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원래 외국인을 대우하는 것은 상호 호혜주의 원칙에 따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그 나라에서 대우받는 만큼 우리도 그 나라 국민을 같은 지위로 대우하겠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개정 헌법 10조에선 이를 개정하여 외국인과 우리나라 국민과의 합리적인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껏 그들이 국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복지혜택이나 제도들은 개헌 헌법 제10조에 근거해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쉽게 예를 들어 말하면 우리나라 독거노인에 대한 기초 생활 연금이 우리 국민에게만 지급됐지만, 개헌 후 외국인 독거노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한다고 했을 때, 외국인 독거노인에게도 연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된다면 재정적인 이유로 연금 금액은 이전에 지급되는 금액 이하로 떨어지거나 국민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국가의 전체적인 복지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제각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위반하여 임기를 늘렸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종신집권을 꿈꿨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1987년부터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로 굳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5년으로는 대통령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래서 연임을 통해 8년을 집권하게 된다면 대통령 임기 말에 정책 추진의 효과가 떨어지는 레임덕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4년 연임제를 주장한다. 4년 연임의 근거가 헌법상에 마련되면 정책면에서 조금 더 신뢰가 갈 것이다. 반면 헌법 개정논의 초기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원정부제를 추구한다고 했으나 이번 개헌안엔 대통령의 권력은 거의 변동 없이 8년 집권이 가능하다. 이는 또 다른 제왕적 대통령제로 가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Q5. 이번 개헌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국가에선 헌법 조항 하나를 바꾸더라도 공청회, 세미나와 같은 의견 수렴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헌법에 규정된다는 것은 다른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두고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청와대에서 소수의 헌법 학자와 관련자들이 개정안을 빠르게 만들어 냈다. 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국민투표로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여론 수렴 절차에 의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물론 개헌 절차엔 여론 수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헌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절차적으로도 정당해야 하고 민주적(내용적)으로도 정당해야 한다. 이번 개헌안은 절차적으로 정당할지는 몰라도 민주적인 측면이 결여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아직까지 국민들의 법의식은 개정헌법안을 판단할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라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헌에 현혹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Q6. 이번 개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이번 개헌안은 생각하기에 굉장히 이상적이다. 문제는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어떤 이상적인 사람이라도 권력을 가진다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안엔 경제적 정의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나 외국인과 자국민의 경계를 허무는 조항 등으로 헌법 학자로서 심히 우려되는 다수 존재한다. 헌법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이에 근거해 우리에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나 명령, 조례 등이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이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이번 개헌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헌법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나산 기자 96mounta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