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잇따른 학과 구조조정······· 실리와 학문의 줄다리기 2018-04-12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조회수 763  댓글 0
최근 국민대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추진으로 논란을 빚었다. 산림환경시스템학과(이하 산림학과)와 임산생명공학과(이하 임산학과)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사실상 산림학과의 폐지와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1년 동국대 △2015년 중앙대 △2016년 인하대 △2017년 동덕여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률에 따른 학과 서열화 등의 요인으로 대학가에 학과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학가의 찬반양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타 대학과 우리 학교 사례를 통해 학과 구조조정의 배경과 원인 등을 알아보자.

◆학교가 내린 학과 구조조정

구조조정은 기존 구조를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거나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하는 일련의 개혁 조치를 말한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대학가의 학과 구조조정은 대학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며 주로 유사 학과 간 통폐합, 학과 정원 감축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학부제 시행 또한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학부제는 학과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전공학과를 학부 하의 세부전공으로 통폐합해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학부제는 학생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으나, 취업률이 높은 인기학과에 학생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학생들의 수요가 저조한 학과는 다른 과에 통합되거나 폐지 수순을 밟게 돼 결국 학과 구조조정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학과 구조조정이 대두된 배경에는 대학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이 있다. 프라임 사업은 이와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자료에 따르면 인문·예체능계는 초과 공급 상태인 반면 이공계는 초과 수요 상태다. 프라임 사업은 이러한 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2016년부터 3년간 총 6000억원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의 재정지원사업이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으로 대학 학과를 사회 수요에 맞게 개편해 취업률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모습의 학과 구조조정

최근 대학가에서는 학과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논의 방식을 두고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여대는 학과통폐합 계획을 두고 학교와 학생 간 마찰을 빚었다. 서울여대학보는 학교 측이 모든 학과에 전달한 ‘구조개혁 추진 계획’ 공문을 개재하며 학교 측이 2019년 학과 통폐합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학교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15% 에 해당하는 학부·학과는 통폐합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학교 측의 결정은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같은 달 19일 철회됐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후 2010년에는 18개 단과대를 10개로, 77개 학과를 46개 학과로 통폐합했고, 2011년에는 사범대 가정교육과를 폐지하며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중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헌제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가정교육과 폐지의 근거로 △낮은 임용율과 취업률 △저조한 입학성적 △가정교육과 교사 임용 축소 등을 제시했다. 구조조정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비교민속학과 △가족복지학과 △아동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동시에 폐지돼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2014년 대학평의원회로부터 학과 통폐합 내용을 담은 ‘학문단위 구조개편 추진계획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대학은 교육부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 정책에 따라 정원을 2017년까지 4%(185명) 감축하면서 학과 구조조정으로 대학 발전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개편안은 당시 48개 학부, 22개 학과 체제를 4개 학부를 제외하고 44개 학부로 통합 평가한 뒤 11월에 통폐합할 학과를 확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대 재학 중인 박 (사회복지학부 17) 씨는 “학부제 시행과 더불어 복수전공과 전과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들면 비인기학과는 정원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학내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해당 학과의 학생 및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하대는 2016년 프라임 사업 선정을 위한 학제 개편 과정에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다. 해당 대학은 교육부에 프라임 사업을 신청하면서 전체 단과대학을 10개에서 7개로 통합하고 유사학과를 융합해 총 59개의 학과를 52개로 줄이는 계획을 공개했다. 세부 방침에 따르면 문과대 철학과 일부를 한국어문학과와 통합해 글로벌한국학과를 신설하고 일부는 문화콘텐츠학과와 통합해 문화콘텐츠융합학과를 만들어내는 등 무분별한 학과 통합이 예정돼있었다. 이는 학문에 대한 충분한 재고 없이 상이한 학문을 통합하는데 급급했다는 학과 구성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인하대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학사구조 개편 및 학과별 정원 조정에 나서 교수 및 학생들과 또 한 차례 마찰을 빚었다.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상반된 입장

시행목적에 의하면 학내 구조조정은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아웃풋이 저조한 비인기학과를 정리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학과를 개설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라임 사업의 진행 아래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출산률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대학 정원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여론도 존재한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현청 한양대 교육학과 석좌교수는 “전공을 지키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회의 변화하는 인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도 대학의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문의 다양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용학문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하는 반면 취업률과 입시 결과가 낮은 기초학문들은 구조조정의 그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박씨는 “학문도 시대의 헤게모니에 따라 그 중요성의 무게가 변화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학문의 전공자를 양성하지 않으면 다음 헤게모니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환욱(국제지역·아프리카 12)씨 또한 “미래에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통찰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며 “그런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학문을 경험할 수 있는 대학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는 “우리 학교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과 구조조정, 우리학교는?

우리학교 또한 지난 2014년 학과 구조조정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당시 학교본부는 사범대학 내 중국어교육전공 신설을 위해 △프랑스어교육과 △독일어교육과 △영어교육과 등의 정원을 줄인 뒤 프랑스어교육과와 독일어교육과는 전공으로 격하해 중국어교육전공과 묶은 후 제2외국어교육학부를 만들겠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학생들은 학교의 이러한 결정이 당시 해당 외국 임용시험 선발인원이 없었던 탓으로, 학부제를 실시하면 인기가 많은 전공에 많은 인원이 몰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전공은 향후 폐지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유새롬(사범·프교 12) 사범대 학생회장은 이와 관련해 “약 30년간 졸업생을 배출해온 학과인데 학부제로 인해 학사운영상 자율성이나 독립성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전환욱(국제지역·아프리카 12)씨는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취업률, 입시 결과와 같은 시장 논리로만 학과를 운영하는 것은 대학의 존재 목적과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학과 구조조정은 대학가가 직면한 문제다. 대학이 사회와 발전 방향을 같이 하는 동시에 교육 경쟁력 또한 제고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의 소통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