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 60주년 기념 축사] 캠퍼스를 밝힐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기대하며

2015-04-13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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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신문사 선배가 제게 동화책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돌담에 사는 들쥐들, 그 중 프레드릭의 이야깁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들쥐들은 제각기 나무열매와 밀짚을 모으기 바빴지만 프레드릭은 웅크리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프레드릭은 햇살과 색깔 그리고 이야기를 모으는 중이라고 대답합니다.

활기 없는 나날이 계속될 때 프레드릭이 자신의 양식을꺼냅니다. 들쥐들을 위해 금빛 햇살을 꺼내고, 파란 덩굴 꽃과 초록빛 딸기 덤불 얘기를 들려주고 사계절이 담긴 시를 읊죠. 그러자 마법처럼 돌담이 따뜻해지고 들쥐들은 행복해합니다. 바로 프레드릭이 모아둔 햇살, 색깔, 이야기 덕분이죠.

외대학보의 창간 60주년을 축하하는 지면에 축하의 말을 남길 수 있어 영광입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편집권 침해, 재정적 압박 등 구체적 단어로 표현되는 힘든시기, 어떤 말을 남길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를 기대한다’, ‘정론직필의 정신으로 역사에 길이 남길 바란다’ 등 당연한 말로 축하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못 미치는 축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외대학보는 지난 60년 멋있지만 힘든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2012년 자체 발간한 호외를 보며 ‘용기 있다’고, 2003년 신문이 전량 수거된 사태를 보며 ‘강단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신문 내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그랬을 겁니다. 지난 60년, 한기가 스미는 대학언론의 역사에서 프레드릭이 돼준 외대학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금까지 모르셨을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한 일이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아온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도 선배 덕분에 깨달았듯 저의 축하 인사로 여러분도 ‘내가 프레드릭이구나’하고 마음에 새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캠퍼스가 차갑게 얼어붙을 때 여러분이 모아주신 금빛 햇살로 밝혀주시기를, 캠퍼스가 무미건조할 때 여러분이 아껴두신 파란 덩굴 꽃으로 형형색색 물들이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외대학보 창간 60주년을 아니, 프레드릭의 60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조선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장 중대신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