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창업의 전설, 베브릿지

2018-03-28

나산 기자 | 96mounta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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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브릿지 대표인 저도 외대생이었어요. 우리학교 학생들이 먹어줬고, 알려줬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해요. 그래서 외대점 가격은 다른 가게보다 10~15% 저렴해요. 보답하고 싶어서예요. 저도 외국을 못 나가 봤을 때, 제가 속했던 창업동아리 허브에서 번 돈과 제 사비를 합쳐 장학금을 기부해 우리학교 학생 4명을 외국으로 보냈어요. 성적에 상관없이 어른을 공경하고 외국인을 존중하는 사람들로 뽑았어요. 그만큼 저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Q1. ‘베브릿지’는 어떤 가게인가요?

베브릿지는 우리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세계 음료 전문점이에요. 베브릿지의 가장 특별한 점은 창업스토리와 베브릿지만의 다양한 음료에요. 매장을 열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스무 살 때 2년 반 정도 학교를 쉬며 서른 가지 넘는 알바를 했어요.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해 우리학교 이란어과 08학번 신입생으로 들어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를 갔다가 제대 후 바로 창업동아리 허브에 들어갔죠. 거기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기간이 얼만지 생각이 안 나네요. 남들보다 학교를 오래 다녔고 수업을 거의 못 나갔죠.

Q2. 창업을 준비, 계획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이 질문에 모든 것이라고 적었는데, 정말 한순간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자금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족 부양 문제 그리고 동아리 회장으로서 다른 부원들의 성적 등 모든 것에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수업에 안 나가더라도 부원들은 다 출석에 성실히 임하도록 격려를 했어요. 그 때 부터 힘들지 않았던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견디면서도 할 수 있는 어떤 원동력이 있어요. ‘재미’에요. 힘든데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서 하는 거죠.

Q3. 국제학사 4층에서 허브 더 카페를 먼저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운영 됐나요?

처음엔 ‘허브 더 카페’로 시작했어요. 객기로 카페를 시작했죠. 창업을 하겠다고 동아리를 들어왔는데, 동아리의 문을 열고 봤던 첫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침대, 바닥의 담뱃재랑 소주병들, 플레이스테이션 하나랑 텔레비전, 소파 두 개, 위닝 CD들 그리고 저기 창가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 이게 첫 장면이었어요. 완전히 막장이었죠. 창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생각 하면서도 그들에 동화돼 피시방을 다니며 일 년을 보냈어요. 그런데 얼떨결에 사람이 없어서 회장이 됐어요. 감투를 쓰고 나니깐 잊었던 창업이라는 꿈, 여기 들어왔던 이유를 찾았죠. 근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다들 언어 조금 하는 것 외엔 뭐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생각부터 고쳐야 하니 침대랑 소파를 전부다 버렸어요. 하드웨어가 변해야 하니깐. 근데 이제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없었어요. 고민하던 중 사람들이 다 카페를 열길래 ‘우리도 카페를 하자’고 말이 나왔어요. 당시에도 국제학사 1층에 네스카페가 있었는데 그게 우리의 가장 큰 적이었어요. 저희 모두 타도 네스카페를 외쳤죠. 다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착한 카페를 해보기로 했어요. 한 시간 삼십분씩 염창동까지 걸어가서 공정무역 커피 씨앗 패스를 받았어요. 거기서 커피를 배웠죠. 문제는 우리에게 커피 기계가 없어서 18만 원짜리 수동 커피 기계를 하나 샀어요. 그라인더도 없었어요. 커피를 갈아야 하는데. 결국 집에서 믹서기를 갖고 와 원두를 갈았죠. 그렇게 해서 공정무역 카페 ‘허브 더 카페’를 시작을 했어요. 실패를 예상하지 않고 시작을 했는데 하루에 10~16잔정도 파는 게 다였어요. 대부분 우리 부원들이 사 먹은 거고, 나머지는 우리 친구들이 사 먹은 거고. 그렇게 한 학기가 망했어요.

Q4. 본격적인 베브릿지 창업과정이 궁금해요.

아주 기본적인 접근을 했어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시장,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했을 때 ‘일단 외부에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잠깐 접고 동아리방에서 성공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선 우리학교라는 시장을 공략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거기서 ‘세계 음료를 판매를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같이 외국에 안 나가본 사람들은 궁금해서 먹어볼 것이고, 외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추억으로 먹을 것이고, 외국 친구들은 마치 외국에서 우리가 걷고 있는데 숭늉 팔고 유자차 팔고 있을 때의 느낌을 받을 것이다 했어요.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 같았어요. 그런데 아이디어를 고안해서 갔더니 모두가 반대를 했어요. 하지만 회장이라는 권력 하에 음료 다섯 개를 선택해 시작했죠. 일단은 최대한 유사한 레시피들을 조사해서 만들어 봤어요. 그런데 하루에 10~16명 왔던 것이 60~70명으로 늘어났어요. 좋은 징조라 여겨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때 제 목표가 졸업할 때까지 하루 매출 20만 원이었어요. 하지만 가격대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 가게도 3층에 테이크 아웃식이어서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본격적으로 메뉴 개발을 해야 하는데 음료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국인들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우리 짝꿍 됐어요’라는 게시판이었어요. 거기에 어떤 언어를 배우고 싶다 게시하면 외국 학생과 우리나라 학생을 연결 시켜줬죠. 그리고 카카오톡 공식계정을 만들어 거기서도 신청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쿠폰 북을 하나씩 줬어요. 쿠폰 북에 △첫 방문 때 5% 할인△둘이 각자 서로 나라의 음식을 먹고 인증사진을 보내오면 10% 할인△각자의 언어로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고 인증을 하면 음료 공짜라는 혜택을 줘 서로를 완전히 친구라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요. 대신 외국인 친구들에게 베브릿지 서포터즈를 부탁했어요. 친구들은 우리가 조사한 그 나라의 음악부터 대표 음료, 사진, 재료 등도 번역 해줬어요. 그렇게 우리의 데이터 베이스가 생기기 시작한 거죠. 굳이 제가 그 나라에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음료 레시피를 받으면 음료를 만들어보고 그 친구들이 맞다고 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재료들로 다시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청국장을 갑자기 외국인이 먹으면 입맛에 안 맞는 것처럼 일정 부분은 현지화가 필요해요. 그건 우리 고유의 비밀 레시피를 개발해 해결했어요. 이런 식으로 메뉴 계발부터 아이디어 부분까지 완성했어요.

Q5. 베브릿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성공 비결은 콘셉트지만 우리에게 가장 자신이 있는 건 콘셉트나 스토리보단 맛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도 맛 때문일 거예요. 맛은 가장 기본적인 비결이에요. 하지만 창업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세계 음료라는 것은 누구나 생각해 볼 수는 있어요. 근데 이걸 ‘실행’하고 ‘지속’한다는 것,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어려워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이에요. 워낙에 게으른 성격이기 때문에 제일 힘들었던 게 ‘지속’이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실패를 너무 많이 겪었고 그 대부분이 인내와 지속력에 관련된 것들이었죠. 그래서 지금의 성실함과 노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 사람이 됐어요.
제 목표는 ‘베브릿지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그에 맞는 행보를 걸어야 해요. 제 모토는 ‘빨리 버는 것보다 오래 버는 것이 중요하다’예요. 창업을 할 때 빨리 버는 사람들은 콘텐츠보단 마케팅이나 영업 등 외부적인 것들에 치중하지만 대부분 실패해요.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하는 사람들은 콘텐츠에 집중해요. 그런 유지를 위한 콘텐츠 관리가 중요해요. 지금도 우리 본사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관리’예요. 그만큼 중요하고 가장 잘 할 수 있어요

Q6. 앞으로의 베브릿지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예정인가요?

베브릿지는 이번 해까지 철저히 계획적으로 행보를 걸어왔어요. 2~3년 정도는 매뉴얼이나 시스템, 레시피 같은 것들에 대한 연구와 테스트들을 했고, 이번 해부터 가맹사업을 시작을 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매장을 많이 열지는 않았어요. 아직까지 관리하는 능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돈은 벌 수 있어도 지속력이 떨어지거나 가맹점하고 공멸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걸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제까지 홍대점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하나씩 가맹점을 열었어요. 이제 남은 건 번화가와 주거상권이에요. 이 두 상권만 열리면 베브릿지는 어디를 가든 성공한다는 데이터가 모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예정이에요. 이번 해 베브릿지가 70호점을 오픈해요. 지금도 제주도까지 수요가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가맹문의가 많이 와요. 그래서 올해 여는 70호점까지 해서 다양한 경험, 매뉴얼 시스템 세팅 등을 완벽히 해놓고 그 후부터는 조금 빠른 성장을 하는 것이 우리 계획이에요.

Q7. 창업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간 보면 얻는 게 하나도 없어요. 조금 해보고서 “나는 못할 것 같아” 또는 “어 쉽네”와 같이 얼마 해보지도 않고 판단해요. 또 이걸로 이력서 한 줄 더 쓸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이력서용으로 적으려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자세는 정말 다릅니다. 그리고 창업할 생각이 있으면 당연히 한 번쯤은 경험을 해야 해요. 그 경험은 학생의 감투가 있을 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누구 하나 손 내밀어 주지 않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재기에 대해서 정말 냉철해요. 좋게 표현하면 냉철한 거고 다르게 표현하면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간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또 돈, 성공, 유명해지는 것 말고 개인의 성장에 조금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하는 게 좋다고 봐요.
창업을 하면 너무나 많은 유혹이 있어요. 자기가 하고자 했던 그 가치나 목표를 이룰 때 까지는 유혹을 떨칠 수 있어야 해요. 일정 수준까지 자기 브랜드를 올려놓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겉에서 봤을 때 ‘사장’이라는 말에 취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과 자기가 알리고자하는 가치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산 기자 96mounta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