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기 좋은 아침

2018-03-28

나산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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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학보사에서 맞이한 아침은 고통 그 자체였다. 병든 닭 마냥 골골댔다. 의자에만 앉아 있었더니 아침 허리도 너무 아팠다. 주위를 돌려 텅 빈 방을 보니 마음이 허전했다. 개강 첫 마감 날 나는 제일 먼저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이런 일에 가장 늦게 가는 비운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러기가 끔찍히도 싫었다. 집에 일찍 가서 친구들이랑 게임도 하고 책도 읽다가 편히 쉬고 싶었다. 침대에서 행복한 금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게 전날 아침 내 간절한 소원이었다. 목요일 4시, 학보사에 오자마자 미리 써둔 글의 초안을 손보며 머릿속에선 행복한 귀가를 꿈꿨다. 그리고 그건 망상이었다. 1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인터뷰 녹음 타이핑은 4시간이 넘게 걸렸고 심각한 고통만 남겼다. 한명, 두 명 떠나갈 때 마다 겉으로는 “잘 가”라고 했지만, 사실상 속으로는 짐승마냥 마구 울부짖었다. ‘어어어억~나는!! 왜 나는 못가냐!!!’ 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해졌다. ‘설마 나만 남겠어..설마...’ 결국 마지막 최후의 삼인이 남았고 나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결국 내가 제일 늦게 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나 홀로 남겨졌다. 진짜 병 걸릴 것 같았다. 왜 또 나인가. 해가 뜨기 시작했다. 갑자기 편해졌다. 떠오르는 해를 따라 갑자기 기분도 밝아지며 자신감이 솟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잠 안자고 점심 때 선관위 하다 조판소 가도 되겠는데?” 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전날 창문을 열고 잤더니 몸살 기운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도 하루 종일 코를 훌쩍였다. 목도 너무 따가웠다. 기사 작성 내내 트롤마냥 코를 풀어서 아마 주변 기자들이 신경 쓰였을 것 같아 미안했다. 잠깐 나가서 약을 사왔는데 사실상 약을 먹고 나서가 더 문제였다. 졸음과 병 기운 그리고 약기운에 사실상 트롤 짓의 연속이었다. 나는 내가 밤새 뭐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편집장과 부장 선배들은 계속해서 내가 쓴 괴상한 글에 빨간 줄만 그었다.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내 글로 인해 부장과 편집장이 수정하느라 집을 못 갔다. 전범이 된 기분이었다. 15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전 방중 교육 때 나의 잦은 지각으로 괴로워하던 기자들의 느낌을 알 것 같았다. 마치 그때 지각에 대한 벌을 받는 것 같았다. 망나니 같은 내 글 때문에 주변사람은 물론 나 자신도 고통 받았다. 결국 점심에 있었던 선관위도 대리를 맡겼고 3시까지 와야 했던 조판소도 지각했다.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번 개강호를 발행하면서 열심히 기사 쓰고 밤 샜던 기자님들, 그 옆에서 같이 고생했던 차장님들, 글 고치느라 집에도 못간 부장님들 편집장까지 모두들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