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이 우선”, 보호무역 규제 속 우리나라의 돌파구는?

2018-03-28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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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승인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1일 철강 수입품엔 25%, 알루미늄 수입품엔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이 기조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강유덕 LT학부 학부장에게 물었다.

Q1. 보호무역주의는 무엇인가?

보호무역주의는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과의 무역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하에서 각국 정부는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는 무역에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는 자유무역주의와 대비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신고립주의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신고립주의는 국외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자국에 장벽을 높게 침으로써 타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또한 타국과 교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2. 보호무역주의에는 어떤 정책들이 있는가?

먼저 자국의 통상법과 자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여러 가지 무역 협정의 조항들을 활용해서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정책을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은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인데, WTO 체제에서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수용해야하는 국제협정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GATT(the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다. 이 협정에는 수입된 물품이 자국에 물밀 듯이 들어와서 이것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돼있다. 그리고 상대 국가가 수출을 하기 위해서 불공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해당 품목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있다. 이런 조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지금 트럼프 정부가 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다. ‘세이프가드 조항’과 ‘바이 아메리카 조항(Buy American Act)’, 그리고 최근 있었던 철강 관세 폭탄 등이 이에 포함된다. 세이프가드는 GATT에 규정된 조항과 미국의 통상법을 활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물품 중 특정 수량을 넘어서는 물품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바이 아메리카 조항은 어떤 품목을 생산할 때 미국산 품목을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치다.

Q3. 철강관세 인상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어떤가?

미국 철강업계는 관세 인상을 환영한다. 자신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산 철강업계가 타격을 받고 미국 철강업계의 자국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강을 사용하는 업종들과 업종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협회들은 철강관세 인상을 환영하지 않는다. 한국산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손해를 본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가격 경쟁을 하면서 철강을 합리적 가격에 수입하고 있었는데, 한국의 철강 수출을 막음으로써 철강 가격이 올라갈 동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수입 재화를 원자재 혹은 중간재로 사용하는 모든 기업들은 다 손해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또한 손해를 본다. 철강을 사용해서 만드는 제품의 가격이 다 올라가기 때문이다.

Q4. 과거에 철강 관세와 유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있었나?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스무트-할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는 1929년 미국 경제 대공황을 배경으로 등장한 법이다. 당시 경기 불황으로 실업률이 급증하자 수입을 막음으로써 자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법은 관세율을 대폭 인상한다는 내용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대공황을 연장시키며 1934년 폐지됐다. 수입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도 줄어들게 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로 이 실패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이 수입 설탕에 관세를 매긴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의 과자 수출업자들은 과자 생산에 설탕을 써야한다. 그런데 설탕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미국의 과자가격도 올라간다. 그 결과 미국 과자의 수출에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미국 과자 수출량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Q5. 트럼프 정부는 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가?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인해 큰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 내 기업들이 자유무역을 통해 공장들을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에, 미국 내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비해서 임금이 더 높다보니 제품 생산비용 또한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 제품이 개발도상국 제품에 비해서 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소비자의 마음을 더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없을 경우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선진국의 저부가가치 산업들은 대부분 사양 산업화되고, 이 산업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철강 산업이다. 산업을 해외로 이전하게 되면 기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다보니 자유무역으로 본인이 피해자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므로 공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상업들 또한 쇠퇴한다. 이로 인해 지역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지역 경제에 불황이 찾아온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은 이를 잘 보여준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를 말한다. 이 지역은 옛날에는 산업화로 굉장히 번영했는데, 지금은 그 산업들이 멕시코, 중국 등지로 이전해가면서 지역 실업률도 높아졌다.

Q6.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이라 전망하는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는 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는 재선까지 노리고 있다. 미국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나온다고 하면 다른 후보들이 양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2020년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트럼프는 과거 선거 공약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다. 따라서 2020년까지는 이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미국의 이익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판단하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조금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다른 국가들이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극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고 맞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정책의 정도가 점점 약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Q7.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주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성장해온 국가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될수록 불이익을 본다. 따라서 이런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국제 통상 외교에 있어서의 대응이 있을 수 있다. 국제 통상 외교는 우리나라가 WTO 기구를 통해 많은 나라들과 연합해서 미국을 맞제소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방법이다. 또한 외교를 하더라도 단순히 미국에 대해서만 외교하는 것이 아니라 G20과 아시아-유럽정상회의와 같은 다자 외교 모임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성명서가 채택되게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로비를 하는 방안도 유용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단체와 미국 내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모든 업종 측에 철강 관세 인상과 같은 조치로 인해 여러분의 후생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방안이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