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투(Me too) 나 역시 당했다’ |
2018-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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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민 기자 | 95won01000@hufs.co.kr |
조회수 1117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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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이는 여성에게 행해진 성폭행과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에서 #Metoo를 달아 피해의 목소리를 내면서 시작됐다. 미투운동의 바람은 지난해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배우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더욱 거세졌다. 이런 미투 운동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 ‘미투 운동’ 우리나라에선?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방송에서 서 검사는 “8년 전 만취한 안태근 검사가 내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 고발은 우리나라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이윤택 연극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퍼졌고, 피해자 16명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이 이번 달 17일 오전 10시까지 이 씨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소환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은 시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조재현 배우 등 많은 유명인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왔던 김지은 수행비서는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나는 안 지사와 합의를 하고 안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며 “안 지사는 제 상사이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이며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런 폭로는 ‘권력형 성폭력’ 즉,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의 실상이 공개된 것이다.
미투 운동엔 ‘권력형 성폭력’ 행위만 존재하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정씨는 해외 출장지에서 당한 일을 폭로했다. 김 씨는 “받는 돈의 4배를 줄테니 스킨쉽을 해달라”라는 요구뿐만 아니라 “방 안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하는 상황을 통역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하며 우리나라의 그릇된 일부 성문화를 밝혔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한 사례들
미투 운동은 인권신장에 도움이 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인해 미투 운동의 순기능이 방해받는 사례도 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목격담으로 미투 운동에 힘을 실어줬던 박진성 시인이 무고로 인해 가해자가 돼버린 사건이 대표 사례이다. 2016년 10월 트위터에 “미성년자인 저는 지난해 저보다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그는 박진성 시인임을 밝힌다”는 글과 “나는 27세 여름에 강간당했고 가해자는 박진성 시인이다”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그 후 박진성 시인은 사건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임을 밝혔고, 법적 다툼 끝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어 허위사실을 게시한 두 명의 여성에게는 벌금 30만 원의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출판사는 출간 예정인 박진성 시인의 책 네 권을 계약 해지했고, 출간된 시집은 출고 정지 됐다. 박진성 시인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그때 상처가 오래 남아 몇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며 “지금도 트위터에서 저를 비방, 모욕하고 거기다가 미투 태그를 다는데, 이건 정말 미투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밝혔다. 곽도원 배우도 지난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조사결과 이는 허위사실로 밝혀졌고 결국 미투 운동의 허점을 이용한 사실 검증 없는 폭로였다.
또한 미투 운동이 ‘정치권의 공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운동의 본질이 다시 한 번 흐려졌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언급하면서 “임종석 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고 발언하며 이후 “농담한 것”이라고 한 것은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며 농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투의 대상이 진보계 인사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계 인사라는 것과 최상위 기득권층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 대기업의 언론 장악을 덮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미투 운동을 정치권의 공작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생겼다.
◆우리 모두 함께해요! 위드유(with you) 운동
미투 운동에 힘을 실어주듯 ‘위드유’ 운동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위드유 운동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뜻의 운동이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운동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어떤 관계이든,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떻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라며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지금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용기 있게 피해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동민 기자 95won01000@hu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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