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학생회비 논란, 해결의 실마리는?

2018-03-28

한소희 기자 | 96_1soy36@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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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합격 통지를 받은 후 설레는 마음으로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신입생들은 학생회비 관련 사항을 안내받고 적잖게 놀라곤 한다.
학생회비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위해 스스로 제출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학생회비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혼란을 겪는 신입생들이 있다. 또한 같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과마다 천차만별인 학생회비 때문에 에브리타임, 대나무숲 등 우리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회비 낸 것 후회, 필요성 잘 모르겠어
학생회비 납부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다. 신입생 김 씨는 “학생회비를 내라는 과 회장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며 “선택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를 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재학생 유 씨는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냈는데 왜 또 돈을 걷는지 모르겠다”며 “신입생 땐 다들 내는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냈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전했다.
학생회비 사용에 있어 투명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 학과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보면 집부 회식 등 학과 전체를 위한 행사가 아닌 곳에도 학생회비가 사용되고 있다”며 “공금을 갖고 학생회가 회식을 하는 것이 불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글로벌캠퍼스 모 학과의 지난해 과 회장은 “지난해 우리 학과의 집부 회식을 위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집부가 학과를 위해 한 일을 생각해야 한다”며 “재학생들도 우리의 고충을 이해했고 여태까지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답했다.

◆정확한 사용 기준이 없는 학생회비
지난 해 서울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양어대의 학생회비 횡령 등으로 학생회의 공금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회비 사용 범위에 관련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치마와 정장을 입고 술을 먹는 ‘치마정장데이’, 예비군들과 신입생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예비역데이’ 등 학과 운영과는 다소 거리가 먼 행사들이 여전히 학생회비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김 씨는 “꼭 필요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많이 걷는지, 그런 행사를 왜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며 “30만원이라는 학생회비가 무분별한 행사로 낭비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학과마다 상이한 학생회비의 금액 또한 의문을 낳았다.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이하 미디어)의 경우 11만원의 학생회비를 걷는 반면, 일부 공과대학이나 소수어과의 경우 2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걷고 있다. 신입생 박 씨는 “우리학교 다른 학과에 재학 중인 내 친구는 학생회비로 10만원을 냈는데, 우리 학과는 20만원을 요구했다”며 “신입생이다 보니 학생회비로 뭘 쓰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라 눈에 보이는 금액 자체가 너무 달라서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입생 이 씨는 “학생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금액자체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학생회비를 어느 정도 통일한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눈에 보이는 학생회비, 금액이 전부는 아니에요
미디어학부는 지난해에 이어 1인당 11만원으로 학생회비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30만원 상당의 학생회비를 걷고 있는 일부 소수어과와 20만원 정도의 금액 차이가 난다. 양지훈(사회·미디어·17)미디어학부 과 회장은 “학생회비 내역을 상세히 설명하고 게시하면서 투명한 학생회비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회비를 주로 △과방 부품 구매△학회 및 소모임 지원금△정기총회 행사 진행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엠티 비용, 과잠 비용 등 학과 행사에 필요한 비용은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양지훈 회장은 “11만원이라는 최소한의 학생회비를 걷어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학과를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오메디컬공(이하 바이오)학부는 27만원 상당의 학생회비를 걷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학부 역시 학생회비 납부에 대한 잡음이 없었다. 바이오학부는 최소한의 학생회비 사용이라는 목표 하에 엠티 비용, 과잠 비용 등 신입생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과 활동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김민규(바이오·바이오·16)바이오 과 회장은 “학생회비의 최소한 지출을 위해 매 행사마다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회식 같이 개인적인 지출은 일절 학생회비로 사용하지 않으며 학생회비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 한다”고 말했다. 또한 “투명한 학과 운영을 위해 매 달 지출 내역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거나 영수증을 확인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자유롭게 영수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과비 사용에 대한 초석을 다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회비 문제, 또 다른 해결 열쇠
경일대학교(이하 경일대)는 지난 2010년부터 학생회 측과 협의해 각 과의 학생회비를 전면폐지하고 학교 측에서 학기마다 학생회비를 직접 수납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부족한 경비에 대해서는 교비로 지원하는 제도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4년 동안 균등하게 학생회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수납을 대신하고 이를 학생회에 지급할 때도 적절한 금액이 집행되는지 학과 교수·대학본부가 이중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통해 4년 치의 학생회비와 단체복 구입비, 엠티(MT)참가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입학 첫 학기에 지출되는 비용의 부담을 줄였다.
정현태 경일대 총장은 “제도를 시행한 지 8년째로 접어들면서 학생회비와 관련한 어떤 잡음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신학기에 집중되는 신입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고 투명한 학생자치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진정한 학생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마다 학교 교비를 지원해 연차별로 차등을 주며 점진적으로 학생 부담 분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일대 학생들은 “학생회비에 대한 불만이 많이 사그라 들었고 부담이 줄어 좋다”며 학교제도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한소희 기자 96_1soy36@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