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든, 내가 받는 그 대가보다 조금 더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2017-12-24
이하정 기자 | 94haj@hufs.ac.kr 조회수 2596  댓글 0
 
한복 큐레이션* 브랜드 ‘하플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언(아시아언어문화·터키어 10)대표.

이지언 대표는 스스로를 ‘한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칭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의 방향성(컨셉)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제품 제작부터, 어울리는 브랜드를 섭외하며, 하플리와 다른 브랜드(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까지 책임지는 브랜드의 총 책임자다.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직접 모델까지 하고 있는 이지언 대표. 한복을 ‘트렌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창업가 이지언 대표를 인터뷰 해봤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악기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협주를 보고, 한 파트 한 파트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봐야 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큐레이션: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


Q1. 왜 하필 ‘한복’ 큐레이션 샵인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던 3학년 2학기 쯤, 인터넷에서 한복 사진을 하나 봤는데 너무 예뻤다. 그래서 광장시장에서 전통 한복을 하나 사 입어봤는데 입는 순간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전통한복은 불편함과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평소에 입고 다니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생활 한복을 입고 다녔고 그것을 SNS(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예상 밖으로 반응이 너무 좋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다. 이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피키캐스트’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이트에도 올라갔는데 54만 뷰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어디서 샀어요?” “어떻게 코디했어요?” 와 같이 한복 정보를 묻는 사람들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한복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은 있지만 생소해 어떻게 입어야할지 몰라 입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오프라인에서 홍대에 편집샵 형태로 팝업스토어(하루동안 운영하는 단기매장)를 열었던 게 2015년 9월이었다. 그때 하루 매출 1000만원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냈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Q2. 하플리를 간단하게 소개 해 달라

우선 ‘하플리’라는 이름은 H+apply로 ‘Apply 한복(Hanbok) to our life’ 즉, ‘한복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다’라는 뜻이다. 하플리라는 이름은 내가 속해 있던 우리학교 중앙동아리 애드라인 동기가 만들어줬다. 하플리의 한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한복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일상복에 가깝다. 실제로, ‘블라우스+하플리의 허리치마’, ‘스키니진+하플리의 저고리’등 하플리의 제품들은 일상복과 믹스매치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플리는 일반 한복 브랜드라기 보단, 사람들에게 한복을 바탕으로 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스타일 매개체”다.

Q3. 정확히 한복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가?

‘한복 큐레이터’라기 보다는 더 넓은 의미인 ‘한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하는 게 맞다. 요즘은 패션 쪽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디자이너 보다 더 활발한 직업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것에 대한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 브랜드 섭외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플리가 단독브랜드 외에도 입점 브랜드 10곳이 함께 있다 보니 하플리에 맞는 입점 브랜드를 선택하고 고르는 것이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

Q4. 디자인도 직접 한다고 들었다. 디자인을 직접 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디자인을 직접 하거나 상품제작을 생각은 없었다. 한복을 이렇게 예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 처음 시작이었다. 편집샵 형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입점 브랜드만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 우리 색깔을 담은 새로운 제품들이 필요했다. 편집샵 형태로 진행했을 때부터 디자이너 분들과 소통을 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현장에서 ‘아 내가 디자인과 옷에 대해 많이 몰랐구나’를 깨닫고 직접 원단 시장과 동대문 도매 시장을 다녔다. 그리고 공장에도 직접 찾아가며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에서 시작해 오히려 더 많이 부딪히고 배웠던 케이스다.

Q5. 하플리의 성장과정과 비결이 궁금하다.

고객에 대한 증명,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이 성장비결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까지는 우리의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홍대, DDP, 방배, 강남등에서 3개월의 한번 씩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고객에 대한 확신이든 올해부터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정식으로 오픈하고 을지로에 쇼룸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매우 활발하게 사용했다. 현재 하플 리가 운영하는 SNS(인스타그램,페이스북) 에는 4만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는데 하플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컨텐츠들을 업로드하며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나 사회적브랜드 ‘마리몬드’ 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인스타그램의 역할이 컸다. 하나의 채널에 집중해서 운영한 것이 성장비결이 아니었다 싶다. (현재 하플리의 SNS 팔로워 수나 영향력은 한복업계에서 1,2위를 다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1900년대 근대 서울의 감성’으로 하플리의 컨셉을 확실히 정하고 시작한 것도 성장 비결이 아니었다 싶다. 만약 일제강점기 같은 시대적 배경이 없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다녔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그때 감성을 담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확실한 컨셉이 있다보니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

Q6. 취업이 어려워지고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뛰어 들었다. 처음부터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것인가?

처음부터 성공할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졸업 전 한복이 너무 좋은 마음에 (지언 대표는 ‘한복덕후’ 로도 유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더 컸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뛰어보니 생각과는 너무 다르고 힘들었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한 것 같다.

Q7. 처음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처음 자금은 모아뒀던 돈과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는 벌어드린 수입과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받은 자금을 활용했다. 이번 해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밴처캐피탈(VC)에서 ‘시드(seed)머니’를 받은 상태이다. 시드머니는 우리나라 말로 ‘종잣돈’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VC에서 기업의 일부를 매입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초기 자기자본의 역할을 한다.

사실 창업은 정부 지원 사업 보다는 자기 자금으로 작게나마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다. 정부 지원 시스템을 이용해 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비효율적인 면이 조금 있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다 하다보면 막상 사업보다는 서류작업 같은 조건 충족을 위한 것들을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8. 성공한 창업가로서 이지언씨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성공한’이 아니라 ‘살아남아 있는’이라고 바꾸고 싶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면 졸업을 하고 관련 업계에서 1-2년이라도 경력을 쌓고 창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학생 창업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배우면 나와서 조금은 수월한 게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너무 창업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똑같이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이다 보니 일에서 오는 성취감이나 뿌듯함은 배가 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창업을 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Q9. 우리학교와 창업.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학교는 창업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악용할 위험도 있지만 학교에서 창업 휴학을 만들어서 학생창업을 조금 더 뒷받침해줬으면 한다. 졸업을 하고 경력 공백까지 생기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것은 학생들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다. 창업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진 일에만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학업과 창업을 함께 병행하기가 어렵다. 보통 회사가 시장을 증명하고 운영에 어려움이 없어질 때 까지 3년 정도가 걸린다. 우리 학교의 휴학 기간이 3년인데, 이 기간을 꽉 채워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창업자에겐 ‘살아남기까지’의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창업은 ‘취업계’ 사용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휴학 기간이 3년이 넘어가면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해 학고를 맞거나 재적이 된다. 따라서 연세대, 중앙대와 같이 창업 휴학계를 마련하는 것 같은 평범한 제도적 틀이라도 마련해줘서 창업하는 학생들을 지원해줬으면 한다.



이하정 기자 94haj@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