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내 며

2017-12-24

고유진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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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소요산행 열차를 기다리고 친구는 인천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선로 건너편에 서 있다가 갑자기 가방에서 학보를 꺼냈다. ‘이 기사 네가 쓴 거냐’며, 내 기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친구가 물어왔다. 그리곤 ‘잘 썼다’며 칭찬해줬다. 하지만 나는 그 칭찬에 선뜻 ‘고맙다’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고맙다고 하면 정말 내 기사를 ‘좋은’ 기사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좋든 나쁘든 기사에 달릴 평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독자 손을 타지 못한 종이 뭉텅이를 볼 때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던 한편 안도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첫 기사를 준비하며 한 시간에 한번 씩 ‘다음 학기에는 무조건 교환학생을 신청해 학보를 떠야겠다’ 생각하며 버텼다. 그때는 꿈에서도 기사를 썼다. 그리고 발간일 아침에 내 기사가 오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꿈에서 깨는 것이었다. 종강호를 준비하는 지금도 그때가 생생하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다.
그러나 나는 다음 학기에도 계속 학보에 있기로 했다. 반년 간의 학보 생활이 나에게 일부러 불편한 것을 대면하라는 깨달음을 줬기 때문이다. 정신력이 강해진 건지 그저 환경에 익숙해진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에 감당하지 못했던 부담을 이제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6번의 밤을 더 새야 할 거다. 하지만 땅을 갈아엎지 않고서는 씨를 뿌리기 어렵다. 성장통을 겪으며 뼈가 자란다. 앞으로의 불편으로 내 작은 그릇이 넓어졌으면 한다. 넓은 그릇으로 크고 작은 평가를 모두 담아내고 싶다.
끝으로 학보가 나오는데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편집장, 부장, 차장들을 비롯한 선배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한 학기 동안 고생한 동기들에게는 특히 고맙다. 취재에 응해준 교내 기관·처의 교직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읽는 외대학보가 됐으면 좋겠고, 다양한 비판을 통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