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언어학의 무한한 세계와 우리학교가 나아갈 방향

2017-12-24

이승준 기자 | 94l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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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음성통번역에 있어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전산언어학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다음 해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전산언어학을 원리로 한 음성번역기 ‘지니톡’이 선정될 정도로 최근 들어 그 영향력이 커졌다.이러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산언어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전산언어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와 관련해 우리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영어학과 장태엽 교수에게 물었다.

Q1. 전산언어학이란 무엇이며, 어느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나?

전산언어학이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도록 돕는 여러 분야를 지칭하는 학문이다. 이는 대표적인 융합학문으로서 △언어학△컴퓨터공학△인지과학△인공지능△뇌과학△수학△통계학 등 많은 분야의 학문과 연관돼 있으며 전산언어학과 이 분야들의 협력 연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좁은 범위의 정의로서 ‘전산언어학’은 주로 자연어처리, 기계번역과 같이 텍스트 처리 분야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큰 범위의 정의로서는 △음성인식△음성합성△실험음성학 등의 음성처리 분야까지도 전산언어학에 포함시킬 수 있다.
과거엔 문장의 구조를 자동으로 분석하거나, 음성데이터의 여러 가지 특징을 음향 단서로 밝히는 세부 분야별 연구가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엔 인간의 언어와 관련된 모든 응용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Q2. 전산언어학의 향후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엇인가?

전산언어학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전산언어학을 통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동통역이나 음성비서와 같은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나타났고 그 성능이 향상되는 속도만 봐도 앞으로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전산언어학에서의 위대한 발견이나 진보가 학문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실생활의 편의성 증대에 많은 도움을 줬다. 상업적·대중적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전산언어학의 엄청난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단서라고 볼 수 있다.

Q3. 음성 번역기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다.

음성 번역기의 작동원리는 한국어와 영어 간 자동통역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음성 번역기에는 음성인식-기계번역-음성합성의 세 가지 필수적인 모듈이 존재한다. 이는 음성인식을 통해 한국어를 알아듣고 텍스트로 받아쓰게 한 다음, 기계번역을 통해 한국어텍스트를 영어 텍스트로 번역하고, 영어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어 컴퓨터가 말하게 하는 음성합성이다. 음성인식의 어려운 점은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음성특징이 각기 다른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조용한 환경에서의 음성이 아니라 각종 생활 소음이 존재하는 환경에 있을 때도 사람의 목소리를 추출해서 인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텍스트를 영어의 텍스트로 옮기는 기계번역도 어려움이 많다. 일대일 대응의 어휘가 반드시 존재하지도 않고, 문법체계도 다르며, 문화적인 배경을 알아야만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음성합성의 경우엔 자연스러운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후 음소, 음절 등과 같은 작은 단위로 쪼개서 보관한 후 목표 텍스트의 발화에 맞도록 단위들을 조합하는 방법이 쓰인다. 분절음 단위의 조합도 힘들지만 자연스러운 억양의 구현이나 미세한 감정 표현들도 많은 데이터가 컴퓨터에 축적돼 있어야만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만들어진다. 예전엔 이러한 일들을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하나하나 정리하고 이를 규칙으로 만들어 컴퓨터에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을 사용해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최적의 인식, 번역, 합성 등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됐고 이를 통해 미세한 부분까지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4. 현재 음성 번역기의 한계와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인간의 미세한 감정처리나 직접적이지 않은 표현, 역사적·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달라지는 표현에 관한 번역 또는 통역은 기계가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복합적인 부분들까지 기계가 처리할 수 있도록 번역기술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는 통역사가 실수로 놓친 단어나 표현이 있을 때 즉석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 구조의 차이, 미세한 음향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표 데이터 수집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데이터의 양이 계속 쌓여 이를 딥러닝으로 처리한다면 인간의 능력에 조금 더 근접해지는 음성 번역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Q5. 음성 번역기로 인해 통역사라는 직업이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역사와 통역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아직 자동 통·번역이 인간 전문가의 능력에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음성 통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만약 통역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부정하고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직업의 업무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회를 살려 통역사들이 주도적으로 자동 통역에 대해 연구하며 장단점을 파악한다면 자동통역기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에 앞서 아날로그에 대한 선호는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상존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동 통·번역의 기술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더라도 여전히 전문분야에 대한 통번역은 전문가의 능력에 의존될 것으로 보인다.

Q6. ‘언어 장벽 없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통역을 해주는 지니톡이 공식 번역 서비스로 선정 됐다. 그렇다면 왜 지니톡이 선정됐나? 지니톡과 타 번역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니톡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동통역연구실은 우리나라 최고의 통번역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지니톡 개발을 위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반영해 왔으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시험해왔다. 특히, 지니톡의 경우 평창올림픽 테마를 위해 관련된 특정 태스크 도메인(task domain)을 설정하고 특화된 데이터의 수집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즉, 외국인들이 많이 질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가정하고 이와 관련된 어휘, 문장, 표현들을 구성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 번역기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Q7. 현재 우리학교 전산언어학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산언어학 교육에 있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45개의 언어를 교육, 연구하며 풍부한 언어 관련 자료, 원어민 교·강사 및 학생이 있는 우리학교는 전산언어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이런 소중한 자료들의 체계적인 수집, 관리가 미흡하다. 전산언어학 및 언어처리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어문 계열과 공과 계열이 함께 있는 종합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과 간 학문적 소통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들어 학생들을 위한 코딩 교육의 확대가 논의되고 관련된 융합 이중전공이 개설되고 있지만 늦은 감이 있다. 또한 하루 빨리 전산언어학과 관련된 효율적인 융합 교육을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져야한다. 우리의 언어자산을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응용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공간도 빠른 시일 내 설립돼야 할 것이다.

※딥러닝: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구축한 한 기계 학습 기술.

이승준 기자 94l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