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는 학내 건물……, 이동약자 학습권 어디에 있나

2017-12-24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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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서울캠퍼스 건물 중 엘리베이터 사용이 가능한 건물은 본관, 도서관, 교수회관, 국제학사(기숙사 및 학생회관), 법학관, 사이버관, 미네르바 콤플렉스다. 국제학사, 법학관, 본관은 2007년에, 미네르바 콤플렉스는 2011년에, 사이버관은 2013년 8월에 완공돼 비교적 최근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들은 개교 이래 완공된 지 몇 십 년이 넘은 건물들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지 않다. 이에 거동이 불편한 학생이 해당 건물을 사용함에 있어 엘리베이터의 미설치로 인해 겪는 불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미설치 문제의 현황과 실상, 해결책을 알아보자.

◆엘리베이터 미설치로 인한 학생 불편 사례
우리학교는 평지에 세워져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들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지 않아 평지의 혜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우리학교 재학 중인 공혜선(사회·정외 16) 씨는 “다리를 다쳤을 때 인문과학관과 교수학습개발원 2층, 인문과학관 6층 등지에서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목발을 사용해야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사용했다”며 “친구 없이는 혼자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학교를 당분간 가지 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출석문제 때문에 학교를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이이레(영어·영어 17) 씨 또한 2017학년도 1학기 학교 축제 기간에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그는 “수업이 있는 강의실은 주로 5층과 6층이었다”며 “계단을 오르기 어려워 약 3주 동안 아예 수업을 들으러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관련 학생 설문조사 결과
지난달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캠퍼스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강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물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는 608(57.96%)명이 ‘인문과학관’이라 답했다. 이어 281(26.79%)명이 ‘사회과학관’, 87(8.29%)명이 ‘교수학습개발원’이라 답해 학생들이 △인문과학관△사회과학관△교수학습개발원을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가장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강의 건물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747(73.02%)명이 ‘인문과학관’이라 답했다. 이어 136(13.29%)명이 ‘사회과학관’, 82(8.02%)명이 ‘교수학습개발원’이라 대답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해당 건물을 이용함에 있어 엘리베이터 설치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기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하는 곳들로는 △도서관△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모두△대학원들이 있었으며 한 학생은 ‘장애인 학우를 고려한다면 우선순위를 따질 것이 아니라 모든 건물에(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건물도 작은데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해야하냐’며 엘리베이터 설치 후 공간 사용의 불편을 우려하는 의견도 보였다.

이어 ‘몇 층 이상의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387(36.79%)명이 ‘4층’, 339(32.22%)명이 ‘5층’이라 답했다. 기타 항목을 선택한 8(0.76%)명 가운데는 ‘장애인 학생을 위해 무조건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편 ‘귀하는 현재 장애인 및 이동 약자들의 수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지원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98(9.49%)명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935(90.51%)명이 ‘모른다’고 응답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
서울캠퍼스의 경우, 이미 엘리베이터 미설치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2005년 출범한 우리학교 제 39대 총학은 학교 측에 제출한 학자 요구안 ‘3. 시설환경’ 관련 항목에서 1건물과 3건물(현 인문과학관과 사회과학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교내 엘리베이터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학자 요구안의 몇 구절을 인용해도 어색함이 없다. “우수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장애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인재가 한국 사회 내에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수업이 진행되는 주요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함으로써 장애인 우수 학생, 교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음. 우수 인력이 곧 학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임을 비춰볼 때, 단 한 명의 우수 학생, 우수 교원을 초빙하기 위해서라도 상기와 같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됨.”

제 5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공한 단과대별 학자 요구안에 따르면, 올해 4월 L&D 학부 제 4대 학생회가 제출한 학자 요구안 ‘3. 장애인 이동권 보장’ 항목에서도 “학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고 가장 많은 자치공간이 존재하는 건물인 인문과학관, 사회과학관, 교수학습개발원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다”며 “경사로로도 1층까지밖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14년 외대학보는 엘리베이터 미설치 관련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2016년 외대알리는 장애인 학생의 교내 이동권을 다룬 기사에 엘리베이터 미설치를 언급했다. 이처럼 학내 언론은 엘리베이터 미설치와 관련된 여론을 주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현재까지 설치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학자 요구안이 주기적으로 제시돼왔으며 학내 언론 또한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한 여론을 주기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내 예산 편성에 있어 엘리베이터 설치가 왜 다른 항목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는지는 의문을 남긴다.

◆엘리베이터 설치의 당위성
엘리베이터는 학생 복지의 척도를 보여준다. 이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해서 부상을 입거나 장애를 갖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엘리베이터 설치는)예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측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복지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공씨 또한 “꼭 다리를 다친 학생이 아니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설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가 속히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이동약자에게 있어 엘리베이터는 기본권의 확보와 직결된다.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은 일반 학생과 마찬가지로 강의실을 비롯한 학내 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의 미설치로 학내 시설의 실질적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이동약자에게 있어 권리 획득에 대한 물리적 배제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시설 이용의 불이익은 학습권의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대학이 신체적 차이에 근거해 특정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는 인권 침해의 사례로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미설치 해결책
인문과학관, 사회과학관, 교수학습개발원은 우리학교 학생의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이다. 우리학교 행정지원팀 건축기획팀은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 “설치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현재 학교에서 배정받는 재정으로는 설치가 어렵다”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에는)한 건물 당 십억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고 대답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학생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문의한 결과 건축기획팀 측은 “휠체어 리프트는 계단에 공간이 부족해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학생들의 불편을 해결할) 대안이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는 “기존 건물 내부에 설치되기는 어렵다”며 “(만약 공사가 진행된다면)건물 양쪽 끝에 별도의 건물로 건축돼 본 건물과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축기획팀의 내년 예산안에 엘리베이터 설치 항목은 없는 상태다.

재학 중 부상으로 인해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학교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학생지원처에 문의한 결과 학생지원팀장은 “장애 학생과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학생에게 도우미를 지원하는 장학금 제도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도우미 학생이 수업시간마다 거동이 불편한 학생의 가방을 들어다주거나 수업시간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학생지원팀장은 “거동이 불편한 학생이 수강신청을 할 경우 학사종합지원센터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해당 학생이 신청하는 강의가 저층에 위치한 강의실에서 개설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도우미 제도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도우미 제도에 대해 박(아시아언어문화·인도 16)씨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고 밝혔다. 그는 “도우미가 거동이 불편한 학생의 짐을 들어주는 것은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우미가 짐을 들어줘도 거동이 불편한 학생이 직접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라며 “엘리베이터 미설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타 학교 사례
서울대는 200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지체장애인 손위용씨(50)가 법대에 합격한 것을 계기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당시 이 사안을 보도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해당 대학은 “법대, 인문대, 사범대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강의동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설계도면 검토에 착수했다”며 “공간이 좁아 설치가 힘들 경우 강의실을 줄여 건물 내에 만들거나 아예 옥외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설물 개선·확충 노력에도 서울대 장애학생들이 학내에서 겪는 불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서울대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관악캠퍼스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68.3% 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장애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연간 2억5,000만원의 예산도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장애학우들을 위한 김대건관(이하 K관) 공사를 지난 2011년 완공했다. 서강학보에 따르면 K관 공사가 마무리 되면 기존 중앙 현관에 장애학우들을 위한 경사로가 추가된다. 또한 24인승 승강기가 설치돼 장애학우들은 보다 편하게 건물을 이동 할 수 있다. 공사와 관련해 해당 대학 교내시설팀 관계자는 “앞으로 순차적으로 장애학우들을 배려하는 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 11대 총장 선거에 당선된 김인철 교수는 임기 내 스마트 도서관 증·개축과 취임 2년 이내 승강기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그의 실질적 공약 이행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