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 60주년 기념 축사] 외대학보 창간 60주년을 축하하면서

2015-04-13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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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학보 창간 60주년을 축하합니다. 1954년 개교와 더불어 발간된 외대학보는 그간 이 교정에서 현재를 호흡하고 미래를 꿈꾸던 수많은 청춘들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등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마치 인간의 삶처럼 외대학보 역시 여러 차례 신산의 고비가 있었을 것입니다만 펜을 꺾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꿋꿋하게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떤 모양인지 학보가 알려줬고, 우리 사회가 어떤 색인지 보여줬으며,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차양막으로, 또 뜨거운 여름날엔 시원한 부채로서, 그리고 비오는 날에는 우산이 돼주었던 학보였습니다. 제 몸 불살라 세상 밝히던 횃불이었습니다.

외대학보는 우리학교를 지키는 잠들지 않는 등대였습니다. 또한 그 불빛은 교정을 넘어 우리사회 전반을 비춰주는 어둠 속의 빛이기도 했습니다. 대학과 한국사회 발전의 고비 때마다 외대학보는 주변인이 아닌 주역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힘에는 사자의 모습으로 대항했고 시대의 아픔 앞에서는 함께 소리 없이 옷섶을 적셨습니다. 학보는 밤새워 청춘의 의미를 논하는 목로주점이기도, 꿈과 이상을 논하는 아고라광장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발전의 주역을 길러낸 우리학교의 힘은 언제나 날카로운 펜으로 정의를 지켜내고, 아프고 지친 영혼들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민 외대학보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집니다. 학보의 지면들을 통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 전통, 가치, 규범, 현실, 이상, 현재, 미래, 존중, 배려, 관용의 정신을 만났고, 이를 바탕으로 외대동문들은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그 사회의 존경받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제작방식과 포맷은 바뀌었을지언정 외대학보의 이 같은 숭고한 정신은 변함없이 면면히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외대학보는 이순(耳順)을 넘어 무엇을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의 경지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청춘들의 등대였던 것처럼 다가오는 60년에도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주기 바랍니다. 지난 시절 외대학보가 한국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했듯 다가오는 60년을 위해 이제 세계시민으로서 외대인이 갖춰야 할 가치와 규범을 창달하는 인큐베이터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해 봅니다. 다시 한 번 창간 60주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60년 역시 언제나 깨어있는, 불굴의 목소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장붕익 교수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