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2017-12-21
전환욱 기자 | 이메일 조회수 96  댓글 0
 
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고은 시집 [순간의 꽃] 중에서-

이 시는 필자가 외대학보 활동을 시작할 때 쯤 읽었던 시다. 읽으면 내가 뱉는 말과 적는 글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시다. 당시 이 시를 마음에 새기며 학보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내가 쓸 기사와 칼럼이 고은 시인의 표현처럼 헛된 잠꼬대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로 들리지는 못해도,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내 글이 적어도 의미 없는 잠꼬대로는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종강을 바라보며 학기가 끝나간다. 학업과 학보사 활동을 병행한 한 학기를 돌아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성찰하고 고민하며 정성스레 기사를 써야하는 줄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 피로에 짓눌려 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다. 학보 활동을 통해 이러쿵저러쿵 여러 얘기를 했다. 없는 지식과 짧은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나부터 내가 쓴 글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럴 때마다 부끄러운 감정이 든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 뭐하나, 말한대로 살지도 않으면서...’하는 생각에 귀가 빨개지곤 했다.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질 낮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이르러 ‘기레기’라는 말을 하곤 한다.팩트 체크를 하지 않거나, 비도덕적인 취재로 기사를 작성할 때 기자는 곧 기레기가 된다. 나는 여기에 ‘비판하고 주장하는 대로 기자 본인이 살지 않는 것’도 덧붙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 쓴 글대로 본인부터 살지 않는데 그것이 사회에 무슨 노래가 될 수 있겠는가. 적어도 기레기는 되지 말자고 했던 다짐이 바쁘다는 핑계로 무색해져 버렸음을 반성한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쓰여질 모든 글이 좋은 울림을 주는 노래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오늘의 반성이 헛되지 않기를 다시 다짐한다. 만물이 노래하듯, 나 또한 내 삶으로 노래하고 싶다. 또한 우리 모두의 삶이 아름다운 노래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