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탈루냐, 유럽 발 분리·독립 운동에 불붙이나

2017-12-21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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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을 선언했다. 이에 스페인 상원의회는 카탈루냐에 대한 스페인 중앙 정부의 직접 통치안을 최종 승인했고,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을 선언했다. 정부는 또한 헌법 155조를 의결해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자치 정부 수반과 각료도 해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이후 유럽 각지서 지방자치정부의 분리 독립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과 현재 진행 중인 유럽의 분리 독립 운동들을 아울러 살펴보자.

◆카탈루냐 지방 개관과 역사
카탈루냐는 이베리아 반도 북동부 위치한 지방으로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4개의 주가 속해있다. 표준어인 스페인어와 독자적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인구는 약 750만 명으로 스페인 총 인구 4,760만 명의 약 16%에 해당한다. 경제적으로는 바스크 지방과 더불어 스페인 경제를 견인해 온 지역이다. 2010년대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국내 총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며, 스페인의 17개 자치지방 중 그 경제규모가 가장 크다.
한편 카탈루냐 지방이 분리 독립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가 있었던 독립국가 카탈루냐 군주국은 1714년 바르셀로나 공방전에서 패배한 후 마드리드 중심의 카스티야 왕국에 편입돼 정치적 자유를 상실했다. 1932년 스페인 제2공화국의 수립과 함께 자치 헌장이 채택되며 자치권을 회복하지만 4년 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 Bahamonde)가 이끄는 반란군에게 장악된다. 이어 1939년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정권이 제2공화국을 해체하고 자치 헌장을 폐지하자 다시 자치권을 상실한다. 1975년 프랑코 총통이 사망한 후 민주주의 체제가 자리 잡자 1978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자치권을 회복했다..

◆카탈루냐 독립 선언 원인
분리 독립의 이유는 크게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요인으로 양분된다. 카탈루냐는 마드리드 권역과 언어·문화·역사적 차이가 있다. 공용어로 사용되는 카탈루냐어는 9세기 경 바르셀로나 지방에서 쓰이던 속라틴어 방언에서 기원한 언어로 남프랑스의 오크어(프로방스어)의 영향을 받아 표준어인 스페인어보다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에 가깝다. 또한 1714년 카스티야 왕국에 편입되기 전까지 독자적인 역사가 있어 문화적 이질성이 크다.
한편 분리 독립의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에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국부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만 그로부터 받는 분배금은 적다. 2010년 유럽 국가 부채 위기 당시 스페인은 ‘PIGS(△포르투갈 Portugal△이탈리아 Italy△그리스 Greece△스페인 Spain을 일컫는 말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가리킴)’의 4개국 중 하나였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었다. 이에 중앙정부는 국가 내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카탈루냐 자치주의 분담금을 늘려 다른 지방에 지원함으로써 위기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 분담금이 중앙정부가 분배하는 지원금보다 커지자 카탈루냐 지방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러한 분담금과 분배금의 차이는 연평균 120억~160억 유로다.

◆카탈루냐 독립 선언과 국제사회 반응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2014년 11월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비공식적으로 실시했다. 이에 찬성표가 과반수를 넘자 자치정부는 구속력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일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중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Carles Puigdemont)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10일 자치의회를 소집해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 뒤, 독립 선언 요건이 충족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독립 선언은 유보하고 스페인 중앙정부에 대화를 제의했다. 이 같은 요청에 스페인 중앙정부는 지난달 11일 독립 선언 여부부터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카탈루냐 측이 응답을 거부하자 헌법 제155조 발동을 공식화했다. 헌법 제155조는 중앙정부가 자치정부의 헌법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거나, 자치정부가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이를 제재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1978년 제정된 이래 발동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최장 6개월간 직접 통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7일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선언을 통해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했고 같은 날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를 해산했다. 해산된 의회는 다음달 21일 조기 선거를 통해 재구성 될 예정이며, 푸지데만 수반은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편 카탈루냐 독립 선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은 즉각 스페인 중앙정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독일 정부는 “이런 종류의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Theresa Mary May)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영국은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또한 “스페인 정부가 힘이 아닌 논쟁의 힘을 선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스페인 정부의 통합된 스페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스페인의 헌법질서 내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카탈루냐 독립의 전망
전문가들은 카탈루냐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한다. 먼저 카탈루냐 내부에서도 독립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치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진행된 주민투표 상 독립 찬성표는 90%에 육박하나 이는 약 53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43%만이 투표한 결과다. 독립 선언이 있은 직후인 지난달 29일 바르셀로나에서는 경찰 추산 30만 명, 주최 측 추산 130만 명의 카탈루냐 주민이 모여 대규모 독립 반대 시위를 벌였다.
카탈루냐 독립이 국내외적으로 큰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스페인이 카탈루냐 독립을 승인하면 이를 선례로 각 국가 내부에서도 독립을 주장하는 자치정부들이 중앙정부에 독립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제2의 분리 독립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하라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영국의 메이 총리는 성명발표를 통해 카탈루냐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독립이 위헌이라 밝히고 자치정부를 해산하는 등 독립을 막기 위해 적극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탈루냐 지방이 스페인 전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분리로 인한 국내 경제 침체를 우려해 독립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독립을 승인하면 스페인 내 17개 자치지방 또한 분리 독립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 분명하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해당 지방정부의 독립 주민투표를 헌법 상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임호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YTN라디오 방송에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독립 세력을)무력으로 진압하기에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부담이 클 것 같다” 며 “만약 무력충돌을 빚게 된다면 현재 우호적인 국제적인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지적인 소요사태는 가능성이 있지만 아주 큰 충돌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탈루냐 독립 관련 유럽의 분리 독립운동
분리주의는 국가나 민족의 소수집단이 주류집단이나 제도에서 독립해 분리되거나 동등한 지위를 얻으려는 정치 운동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분리주의 운동이 이질적인 언어·문화·역사·인종 등을 이유로 독립을 요구했다면, 현재 분리주의 운동은 그 이유가 경제적 요인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같은 국가 내부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과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이 존재하는데, 중앙정부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에게서 걷은 세금을 후자에게 지원하자 이를 불평등하다고 느낀 고소득 지역민이 분리 독립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이번 카탈루냐 독립 선언 사태 또한 이러한 경제적 요인이 유럽의 민족주의를 촉발한다는 맥락을 보여준다.
영국은 작년 6월 국민투표 결과 탈퇴를 찬성하는 입장이 전체 투표 결과의 약 52%를 차지하자 유럽 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탈퇴 원인으로는 난민 수용 문제와 함께 경제적 요인이 대두됐다. 2015년 영국이 유럽연합에 납부한 분담금은 독일 다음으로 많은 129억 파운드다. 탈퇴 찬성측은 이처럼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며 난민 수용을 병행하는 사이 국내 실업 문제가 악화됐고, 유럽 내 위상도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탈퇴를 지지했다. 올해 3월 영국 메이 총리는 유럽 연합 탈퇴 서한을 유럽 연합 측에 공식 전달하며 탈퇴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협상의 쟁점은 영국의 예산 분담금이다. 유럽 연합 측이 영국이 부담하기로 약속한 분담금과 유럽 연합 기관에서 일한 영국인 직원들의 연금 등의 명분으로 600억 유로를 요구하는 한편, 영국은 이러한 분담금을 납부하기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리 독립 운동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서 발생하고 있다. 플랑드르 지방은 높은 지역총생산을 바탕으로 독립을 추진해왔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는 독립할 시 그 경제 규모가 유럽연합 회원국 중 상위 10위권에 속한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와 베네토 주는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한다. 2개 주는 지난달 22일 자치권 확대를 안건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