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제대로 알고 있나요?

2017-12-21

정동민 기자 | 95won0100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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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에 걸린 20대 여성이 해당 사실을 숨기고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어 부산의 HIV 바이러스 환자 878명 중 80명이 행방불명 된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보도를 접한 일부는 “감염자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며 공분하기도 했다. 그만큼 ‘에이즈는 위험한 병’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여러 사람에게 내재돼있다.
그렇다면 에이즈는 무엇이고 어떻게 감염되는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생명공학과 명희준 교수에게 물었다.

Q1 : HIV(원인 바이러스)와 에이즈(AIDS)의 차이가 무엇인가?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로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를 뜻한다. 에이즈는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로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병명이다.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한 음식을 섭취했을 경우 탈이 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서도 상한 음식물 속 ‘병원균’이 침투해서 ‘복통’이라는 병을 일으킨다. HIV 바이러스는 원인이 되는 병원균이고, 이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Q2 : 에이즈 환자가 사망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 몸에도 면역세포인 T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각종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균이 신체에 침입했을 때 이를 감지하고 물리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T세포가 상당히 사라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에이즈 환자들이다. 에이즈 환자가 사망하는 이유도 에이즈의 원인균인 HIV가 T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감기에 걸리거나 폐렴균에 감염됐을 때에도 이를 대항할 면역세포가 없어 무방비로 사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에이즈 환자가 사망하는 이유는 에이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20년 전에는 ‘에이즈에 걸리면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해당 질병에 관련된 치료법이 많이 발전해 이제는 치료제를 복용하며 꾸준히 관리하면 오랫동안 살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농구선수인 매직 존슨(Magic Johnson)은 에이즈에 감염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에이즈를 완치할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에이즈가 고혈압과 당뇨와 같이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의 반열로 내려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Q3 : HIV의 감염원인과 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HIV의 감염은 일상생활에서 악수하거나 국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기와 물 같은 것을 통해 쉽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에, HIV는 혈액을 통해서 감염된다. 헌혈할 때 HIV, B형간염, C형간염을 검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혈액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작년 서울과 춘천 두 곳 병원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집단 발병했는데, 일회용 주사기를 여러 사람에게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C형 간염에 걸린 사람에게 쓴 일회용 주사기를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사용했고, 바늘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전염된 것이다. HIV도 마찬가지다. 만약 처음에 주사기를 사용했던 사람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었다면 집단으로 에이즈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에이즈가 전염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성관계 때문이다.
성관계를 통한 감염은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성관계를 했을 때 일어난다. 관계 도중 서로의 몸에 상처가 나면 에이즈 보균자의 체내에 있는 HIV 바이러스가 상대방에게 전염돼 에이즈에 걸린다. 그리고 항문성교를 하면 에이즈에 감염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괄약근은 상처가 나기 쉽고, 이로 인해 체액교환이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에이즈를 예방하려면 감염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에이즈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불건전한 성관계를 지양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조건만남을 통한 동성 성매매 및 성 접촉이 무방비한 상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정말 위험한 행위이다. 또한, 에이즈에 대해 잘 모르고 편견이 심하다 보니 감염이 의심되더라도 검사나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전염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원내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일회용 주사기를 돌려쓰지 않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만약 에이즈에 걸렸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섭취하면 된다. 이 바이러스제는 HIV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지난 30년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알씩 먹으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약을 섭취할 경우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현저하게 낮아진다.

Q4 : HIV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불건전한 성관계를 했다면 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우편을 통한 검체 제출로도 쉽게 검사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8~12주 이전에는 항체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될 만한 의심행위를 했다면, 이 기간이 지난 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검사하는 방법이 용이해졌고, 익명성도 보장되기 때문에 에이즈 검사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에이 아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6~7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에이즈 원인균은 걸리면 잠복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정동민 기자 95won0100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