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포비아, 강아지는 왜 두려움의 대상이 돼가는가

2017-12-21

박지민 기자 | 94pjimin0303@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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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반려견 인구의 증가 속도에 비해 ‘펫티켓(Pet + Etiquette)’ 문화의 발전 속도는 다소 느려 보인다. 최근에는 한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도그 포비아(Dog Phobia)’가 퍼지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도그 포비아’는 특정 공포증 중 하나로 반려견에 대한 특별한 공포감이 있는 것을 말한다. 도그 포비아가 형성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상해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 공화국’ 대한민국의 그림자
지난해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는 마트, 식당, 공원에서 반려견과 주인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반려견은 목줄을 착용하고 있지만, 입마개를 한 반려견을 보기는 드물다. 반려견 물림 사고가 매해 증가하고 있음에도 반려견 주인들의 인식과 행동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3년 616명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3년 만에 6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견에 의한 인명피해 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 지난달 4일에는 충남 태안군 동문리에서 A(75·여)씨가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에 목이 물려 사망했다. 또한, 지난달 6일 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B(1·여)씨는 집안에서 기르던 7년생 진돗개한테 목 부위를 물린 뒤 사흘 후 숨졌다. 이처럼 유기견이 아닌 반려견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동물보호법 법률과 허점
동물보호법에서는 ‘모든 반려견은 외출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의 길이로 조절이 가능한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 또 덩치가 큰 대형 개나 도살 견과 같이 공격성이 강한 개와 외출을 할 때는 목줄과 함께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다소 모호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의 길이’등 표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맹견’ 범위의 기준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 사고를 일으킨 프렌치불독은 맹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고는 프렌치불독이 맹견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반려견 소유주의 관리 소홀로 생긴 과실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반려견 주인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맹견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통해 엘리베이터 등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이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 1차 적발 시 5만 원, 2차 적발 시 7만 원, 3차 적발 시에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이 확대되자 이를 1차 20만 원, 2차 30만 원, 3차 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물림으로 인해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견주는 형법상 과실치사죄를 적용받아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반려견 주인에게만 반려견 물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해외 법률은 사고를 일으킨 반려견 또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한다.

◆ 해외 반려견 물림 사고의 처벌은?
외국의 경우 반려견에 의한 인명사고에 대해 예전부터 법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반려견 주인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처벌을 받는다.

·영국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 : 인명 사고 시 주인에게 최대 14년 징역형.
반려견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는 매년 21만 건 이상의 반려견 공격 사고가 일어나고 6천 명 이상이 입원한다. 지난 2014년에 최고 징역 2년이던 반려견 물림 사고에 대한 반려견 주인의 형사책임을 최고 징역 14년으로 높였다. 이번 해에는 불독 5마리가 쇼핑몰에서 사람들을 공격해 2명이 상처를 입었다. 반려견 주인은 구속됐고 반려견들은 길거리에서 사살됐다.
·독일 ‘베젠스테스트’(Wesenstest) : 공격성 체크 후 안락사 여부 결정
독일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인 860만 반려견이 사는데 반려견을 입양하려면 무조건 반려견을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맹견을 키우려면 반려견 주인이 지식과 소양을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맹견 또한 반려견 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후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공격성이 우려되는 반려견에 한해서는 안락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2000년 함부르크에서 6세 남자아이가 맹견에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규정이 크게 강화됐다.
·미국 ‘개 물림 법’(Dog Bite Law) : 인명 사고 시 개 안락사 및 개 주인 긴급체포
미국에는 연평균 30명 이상이 반려견에 물려 숨질 정도로 반려견 물림 사고가 심각하다. 인명 피해를 낸 반려견 주인에게 천 달러의 벌금부터 징역 16개월까지 처벌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사고를 일으킨 반려견을 안락사시키기도 한다. 2012년 미국 조지아주 법정에서는 12살 여아가 반려견에 물려 한쪽 팔을 절단한 사건에 대해 반려견 주인에게 징역 16개월, 사고를 일으킨 반려견에 안락사를 선고했다.

◆ 성숙한 펫티켓(Pet + Etiquette) 의식 필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반려견 물림 사고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법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법률적인 제재에 앞서 반려견 주인들의 의식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교내에서도 반려견과 반려견 주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을 포함해 동네 주민들도 반려견과 산책을 위해 우리학교 캠퍼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도,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도 흔히 보인다. 학생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교내 시설을 이용하는 동네 주민들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다. 반려견 주인들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는 성숙한 펫티켓(Pet + Etiquette)의식이 형성되길 바란다.

박지민 기자 94pjimin0303@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