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신뢰하는 사람 중심의 국가, 스칸디나비아의 교훈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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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란?
스칸디나비아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서북단에 위치한 5개국을 아우르는 통칭이다. 세계 전체의 1%가 못되는 면적에 지구촌 인구의 0.36%가 살고 있으며, 세계 GDP의 1.11%에 불과하지만 1인당 GDP는 48,000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들이다. 국제사회에서 인류 최고의 가치인 △평화 △반핵 △군축 △인권 △환경 △여성 등의 가치추구에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 IT 등 첨단기술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람 중심의 제도와 문물을 겸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국민들이다.

스칸디나비아 열풍, 세계를 달구다
우리의 한류처럼 2000년대에 들어 스칸디나비아 열풍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원인은 비단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건설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 때문일 것이다. 7월 한 달이 유급 산업휴가이고, 임신, 출산을 전후하여 1년 이상의 유급휴가가 보장돼있으며, 교육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삶의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국가가 이를 해결해 주는 사회가 바로 스칸디나비아 사회다.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의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이러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사회보장부담금과 조세재원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조세부담률 또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모델(Scandinavian model)은 “고부담 고복지”의 전형이며, 지구촌의 복지제도 중에서 △보편성 △관대성 △서비스 위주 △공공기관에 의한 관리 등 모델 고유의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것이 보장된 사람 중심의 나라, 누구나 인정받는 평등한 사회
스칸디나비아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을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은 물론 살아가면서 닥칠 수 있는 각종 경제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겠지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차이점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또한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찍이 1930년대 초반 스웨덴의 한손(Per Albin Hansson) 수상은 “국민의 집(Folkhemmet)”을 기치로 내걸면서 국민들이 국가를 집처럼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으며, 주변 국가에서도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정책이 추진됐다. 이후 재원이 확보 되는대로 한 단계 한 단계 따뜻한 집을 완성해 나갔으며, 이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근간이 됐다. 그 결과 스칸디나비아의 국민들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고, 혹여 삶의 한계상황에 이른다 할지라도 국가가 나서서 사람다운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거의 모든 것이 보장돼 있는 사회에서 남보다 나은 삶이라는 것은 그 의미가 퇴색되며, 보다 나은 삶이라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모두가 나아짐을 의미하는 평등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투명하고, 행복하며, 평등하고 경쟁력 있는 나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 1위, 핀란드 3위, 스웨덴 4위, 노르웨이 6위 등을 기록하면서 스칸디나비아는 가장 투명한 사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2014-2016)’에선 노르웨이 1위, 덴마크 2위, 아이슬란드 3위, 핀란드 5위, 스웨덴 10위 등으로 오르며 스칸디나비아 국민들이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지수에선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차례로 선두를 차지하고 덴마크가 20위에 오르는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미 양성평등 사회를 완성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적으로 이러한 사회를 지탱하면서 감내해야하는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7년 국제경쟁력지수에 따르면 덴마크 7위, 스웨덴 9위, 노르웨이 11위, 핀란드 15위, 아이슬란드 20위를 기록하며 경쟁력 있는 국가임을 보여준다. 부패인식지수 52위, 세계행복지수 56위, 양성평등지수 116위, 국제경쟁력지수 29위에 머물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국민의 행복과 정치의 역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오늘날은 국민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정치권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난하기 이를 데 없던 농경국가에 불과했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경작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당시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런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치인들에게 부여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의무였으며, 정치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국민 중심의 정치가 펼쳐지고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는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발전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칸디나비아 사회, 우리도 해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스칸디나비아 국민들의 삶의 가치를 누려보고자 한다면 우선은 정치가 선진화돼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펼쳐진다면 경제는 발전하게 되고 사회는 안정 속에 통합돼 갈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가장 중심에 두고 발전해야 한다. 우리도 못 할 바는 아니나 우선은 정치의 민주화, 선진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며, 정치, 경제, 사회가 고르게 발전하는 동반성장 전략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오늘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전돼왔음을 직시하고 서두르지도 말고 섣불리 흉내 내려 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