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추워지고 총학은 뜨거워지고 2017-12-21
이승준 기자 | 94lee@hufs.ac.kr 조회수 281  댓글 0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우리가 그린’이 새내기배움터(이하 새터)의 행사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난 1월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해 다음 달인 2월 학교 측이 소송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학 임원 김현준 및 박우성이 2015년 및 2016년 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출연 가수의 섭외가격을 외부에 유출한 것이 발단이었다. 소송에서 해당 업체와 학교 측은 1)학교 측이 업체에 1600만원을 배상할 것 2)2018년도 글로벌캠퍼스 새터 행사를 해당 업체와 계약할 것(이를 체결하지 않을 경우 업체에 1000만원을 추가 배상할 것)이라는 조정안에 합의했다.
지난 9월 28일 이와 관련된 내용이 외대교지에 보도됐다. 이 사실을 접한 학생들은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등을 통해 총학 측에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학 측에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5일이 돼서야 글로벌캠퍼스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과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 글은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의 태도가 비난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총학이 이처럼 뒤늦은 반응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그린’ 사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자.

◆논란의 사과글
논란이 된 총학의 사과글을 살펴보자. 사과글은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저와 부총학생회장이 조금이라도 연예인 섭외 비용과 축제 비용을 아끼고자 알아봤던 행동들이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돼 돌아왔습니다. 저희의 법적 지식의 무지로 인해 학교와 학우분들께 본의와 달리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이어진 내용에서는 사건의 배경과 본인들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사과글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과글에 대해 A학생은 “1600만원과 관련해 총학은 빠른 피드백이 없었다”며 “사과글에 나타나는 말투를 보고 많이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B학생은 “총학은 8천 학우를 대표하는 집단이고, 그 수장이 적지 않은 돈이 움직이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경솔했다고 생각한다”며 “작년 비대위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런 연유로 찾은 새 업체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들 학생들의 돈이 증발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과글을 늦게 올린 이유에 대해서 김현준 총학생회장은 “이 일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많은 생각이 있었고, 자세히 설명을 하기 위해 수정을 거듭하고 작성하게 됐다”며 “하지만 이 사과글이 학우분들이 보기에 많이 부족했고, 비문이 많은 점은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사과글의 일부 내용에서 이들이 주장한 사실과 학교 측의 입장이 다른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사과글에는 ‘이를 전달 해주시는 학생처장님은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두 학생의 행동으로 인해 학교에 피해를 일으킨 것은 잘못이다, 허나 조정을 하지 않고 재판을 끝까지 갔더라면 두 학생들과 학교는 문제가 무고하다는 것을 믿어 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 C씨는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준 씨를 불러 사과문에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며 ”김현준 씨는 사과글을 수정해 게시할 계획이라고 학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문점
많은 학생들이 제기한 의문은 총학의 위법행위로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이 아닌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이 진행됐다는 점이었다. C씨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업체가 “총학은 학교에게 새터를 진행할 권한을 위임 받아 계약을 체결하는 대리인일 뿐”이라고 판단해 “원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책임을 지고 위약금을 줘야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답했다.
두 학생이 조정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C씨는 “두 학생은 조정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며 “피고는 학교이며 두 학생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관한 증거는 충분히 법원에 제출 돼 있기 때문에 두 학생은 조정에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또한 “소송과정에 대해 두 학생을 불러서 말했으며 9월 7일에 해당 소송 결과를 알렸고, 조정조서 판결문을 두 학생에게 열람해서 확인하게 해줬다”며 “위약금 1,600만원은 교비 회계에서 지출될 예정임을 사전에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두 학생의 징계는 어떻게 이뤄지냐는 일부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서 C씨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게 징계는 안하고 김인철 총장님이 직접 서면 경고장을 보냈다”며 “서면 경고장이 징계를 대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과실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 옳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C씨는 “사비로 배상금을 내는 것은 회계처리가 되지 않는다”며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민사재판을 통해 법원의 명령이 있으면 배상금으로 우리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낸다면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학교 회계상 배상금으로 처리 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배상금 외에도 변호사 선임비 질문과 관련해 C씨는 “학교차원에서 대외비밀이라서 알려줄 수 없다”며 “이를 공개할 경우 우리학교와 계약한 로펌의 수입료가 공개되는데 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총학 홍보차장 댓글 논란
총학이 사과글을 게시하기 전 당일 글로벌캠퍼스 대나무숲(이하 글캠 대숲)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총학은사과한마디도없는겁니까.. 이번정총때뭐라하는지지켜보겠습니다.’ 이 글에 총학 홍보차장은 고전시가 형식으로 학생들을 우롱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댓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저지른 줄도 모르고 있는 잘못에 그리 어찌 사과하시지 않으시냐고 공께서 다그치시면 이 새내기 가슴이 참으로 많이 아프더이다.’, ‘다같이 욕을 먹는 자리인 것이야 맞지만 아무리 겪어도 아직은 잘 적응이 되지 않더이다.’ 총학이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댓글은 불타는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댓글을 본 D학생은 “총학은 우선적으로 학우들을 위한 집단인데 홍보차장의 댓글은 학우들을 위했다기보다는 학우들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린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며 “과연 저게 진짜 학생들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인지 참으로 의문이다”고 말했다. A학생은 “홍보차장의 댓글은 그 차제로 학생 기만에 해당한다”며 “왜 그렇게 댓글을 달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보차장은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댓글을 삭제한 뒤 새로운 댓글을 달았다. 홍보차장은 “‘개인계정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단독 행동한 결과 모든 분께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비난들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확대운영위회에서도 홍보차장의 부적절한 태도에 관해 김현준은 “홍보차장의 잘못된 댓글이 불쾌한 감점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후 사과문을 게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총학 사태에 침묵하는 대숲
한편 에타에는 ‘글캠 대숲에 배상금 관련 글을 제보 했는데 글이 게시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에 학생들은 글캠 대숲이 글을 필터링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글캠 대숲과 현 총학 간 모종의 관계가 형성돼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품었다. A학생은 “종종 들려오는 이야기로 대숲과 총학의 커넥션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총학 사건 등과 같은 중대한 학교사항에 있어서 글을 안 올리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E학생은 “대숲 관리자가 총학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의혹을 받을 만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관련해 글캠 대숲은 “공론화 관련 제보들은 대숲지기의 단독 처리가 아닌 대숲지기 전체가 회의를 진행하고 차후에 필터링 혹은 게시 여부를 정하게 된다”며 “이러한 과정은 5일에서 7일 정도가 소요되며, 그 이후에 필터링 혹은 게시된다”고 말했다. 또한 “문의 주신 기간의 제보 역시 이와 같은 처리의 기간을 가지게 됐으며, 그 기간 내 에타 등의 사이트에서 대나무 숲의 필터링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글캠 대숲이 총학과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에 글캠 대숲은 “저희 대숲지기는 총학을 비롯한 그 어떤 단체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비공식적 익명 단체다”라며 “대숲은 그 어떤 조직에도 편파적이지 않은 독립된 기관으로서 학우들의 제보를 공정하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총학 또한 이와 관련해 “대숲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94l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