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NO’ 라고 외칠 수 있어요 2017-12-21
정동민 기자 | 이메일 조회수 105  댓글 0
 
난 누군가에게 NO라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탁을 하면 거절할 줄도 알아야 되는데, 내가 NO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미움 받을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연신 YES를 외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잘 못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받은 일을 대충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대충한 결과물이 나오면 상대방이 기분 나쁜 상황이 생길 때도 있었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미움을 받게 된 것이다. 차라리 내가 NO를 외쳤다면 기분 나쁜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NO라고 말 할 줄 몰랐고, 항상 YES라고 대답하는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결국 나는 어떤 종류이든 부탁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됐다.
분명 나도 부탁을 하고, 도움을 받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기적이게도 그런 것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외대학보에 들어온 후 종교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였다. 나는 종교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기사를 쓸 때 다른 사람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보를 받아 종교전체에 관심 있는 분에게 종교의 종류, 포교의 자유에 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포교활동에 많은 시간을 뺏긴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하며 도움을 받았다. 5~6명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줬고, 추가로 귀찮게 질문하는 것도 성실하게 대답을 해줬다.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열심히 교내 포교활동 금지 관련 기사를 썼다. 그러나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했고, 기사로 낼 수 없게 됐다. 내 역량이 부족해서 글을 못 썼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기사로 페이지를 채울 힘이 없었는데, 동기와 선배가 내 모습을 보고 도와줘서 한 면을 겨우 채웠다. 나를 도와주기 위해 다들 피곤한 새벽 4시 경에 남아서 기사를 쓰고, “그럴 수도 있지”하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동료들을 보니 과거에 대충 도와주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상기되며 부끄러웠다.
일주일동안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시간을 내서 성실하게 도와주는 사람들을 보니 가장 먼저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때 ‘대충하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 잘 해줄 수 없는 부분은 하지 못한다고 “NO”라고 말할 연습을 할 것이다. 아직까지 NO라고 외칠 자신은 없지만, 계속 연습한다면 두려움 많은 내가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