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 기대와 우려 속 나아갈 방향은?

2017-12-21

전환욱 기자 | 95hwanwook3132@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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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소득주도성장론은 어떤 이론이며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으로 소득이 경제의 군불을 때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이론은 ILO(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보고서에서 ‘임금주도성장론’으로 처음 제기됐으며, 이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표현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는 임금을 소득이라는 말로 대체해 표현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경제 구조상 자영업자가 많아 소득이 임금이라는 용어보다 적절하다는 이유였다.

Q2. 이 이론을 처음 주장한 학자는 누구이며 이론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200년 전 나온 이론이다.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가 이 이론의 기본 원리를 처음 주장했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초반은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이 학계 주를 이루던 시기였다. 그러나 맬서스는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하면 정부 주도 사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본가들의 수익이 충분히 소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자본가들의 소비활동을 통해 수익이 유효수요(실제로 구매력을 가진 수요)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현실 경제에 이 이론을 적용한 것은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다. 케인즈는 “수요적 자극을 줘야지만 경제가 다시 순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미국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을 통해 증명했다. 맬서스의 주장이 이론의 기원이 됐고, 실생활에 적용한 것은 케인스라고 볼 수 있다.

Q3. 기존 경제 이론과 소득주도성장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득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전학파 이론에서는 소득을 성장의 결과로 봤다. 반면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또한 기존 고전학파의 경제이론은 낙수효과*를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론은 분수효과*를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

*낙수효과: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나는 현상
*분수효과: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시키는 현상
[출처: 시사상식사전]

Q4.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소득주도성장론이 대두된 우리나라 경제적 배경을 설명해 달라.

첫 번째, 수출과 내수가 같이 성장하는 구조가 깨졌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사태’ 이후 외팔이 경제(One Hand Economy), 즉 수출 위주로 굴러가는 경제가 됐고,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게 됐다. 이후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영향으로 외팔이 경제마저 무너졌다. 그 결과 수출과 내수의 순환 상관계수(두 변량 사이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통계 계수)가 1.2%에서 -0.38%로 감소했다. 수출을 해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침체되는 상황을 우리 경제는 겪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팔없는경제(No Hands Economy)가 됐다.
두 번째, 뚜렷하고 일관된 국가경제정책이 없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그린경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역대 정부는 신자유주의, 국가계획경제 등 효과가 입증된 여러 정책들을 차용했으나,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경제정책은 상당히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게 됐다. 국가경제정책은 예측이 가능하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하는데 역대 정부는 이를 가중시킨 것이다.
세 번째, 국가경제를 지탱할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지난 정부들은 거시적인 경제 지표를 높이고 개선하는 데만 집중해, 상대적으로 국가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했다.
정리하자면 지난 정권에서는 수출위주경제 구조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생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낙수효과를 노린 기업성장 위주의 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 소득주도성장론을 채택했다. 저성장의 늪에 갇힌 상황에서 근본적인 이론 자체를 바꿔보자는 시도인 것이다. 여기에 진보적 성향의 정부로서 사회복지적 정책을 첨가해 J-노믹스가 출발하게 됐다.

Q5. 이 이론을 바탕으로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깃은 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이다. 이 계층의 엥겔계수(생활비 가운데 차지하는 음식비의 비율)와 주거지 소비성향(생활비 가운데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들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늘려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장려세제 확대(일을 해야지만 지원금을 주는 제도) △기본소득 제도 △통신비 인하 △무상교육 △무상보육 △8·2부동산 정책 등이 이 이론에 입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Q6. J-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소득주도성장론을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은 분명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 일차적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에 일정 부분 내수 경제의 성장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제성장원동력을 이후에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우선 정치권에서 공공의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공공의 선인지, 시장 경제 체제를 지켜내는 것이 선인지, 국민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J-노믹스를 시작했다면, 시장실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장실패를 통해 부정적인 현상만을 제거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 먼저 따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크게 봤을 때 국가 계획 경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 계획 경제와 시장 경제의 조화를 잘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임금을 조금씩 올리는 방식으로 선진국을 따라가려는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이제는 체질을 바꿔서 선진국을 따라가려고만 하는 경제 정책이 아닌 앞서 나가려는 노력해야 될 때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보다 국가 경제를 이끌 일거리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될 때다. 일거리가 있으면 일자리는 자동적으로 생기게 된다. 일자리를 나누기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Q7. 끝으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교수님의 종합적 견해를 듣고 싶다.

‘임금주도성장론’을 처음 주장한 곳은 ILO(국제노동기구)다. 즉 국가가 아닌 한 기구가 주장한 것이기에 정부의 경제정책이론으로 채택이 되려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검증이 덜 됐다고 판단되는 이론을 국가의 경제정책이론으로 도입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또한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복지적 성격이 많이 추가되다보니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분명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시적인 정책 측면에서 장기적인 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생겨난 시간적 여유를 근본적인 경제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정부가 적극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Q8. 경제학을 알고 싶지만 공부를 엄두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경제학은 수많은 현상에 대한 상관관계를 엮어 해석하고 풀어내는 학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만의 이유와 철학을 세우는 것이 첫 번째다. 그 철학이 세워져 있으면 경제학 공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전환욱 기자 95hwanwook313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