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안해?

2017-12-21

서효상 기자 | 95hssa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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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MBC 본부가 지난 4일부터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이 결방 혹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방송사 파업은 왜 시작됐으며 이 때문에 우리가 겪는 불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나라 대표 방송국 두 곳이 이번 파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 오늘 MBC ‘나 혼자 산다’ 안 한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결방 혹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다. 햇수로 10년째 이어진 KBS의 대표 예능 ‘1박2일’도 총파업의 영향으로 녹화가 잠정 취소됐다. 이 밖에 ‘안녕하세요’, ‘슈퍼맨이 돌아왔다’, ‘해피투게더3’ 등 다른 KBS 주요 예능 프로그램도 재방송으로 짜인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다.
MB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복면가왕’ 등 주요 예능이 2주째 결방돼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다. MBC 사측이 지난 15일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MBC는 현재 평일 방송시간 21시간 중 약 7시간의 편성을 변경해 비상 운행하고 있다. 전체 방송시간의 3분의 1 가까운 시간이 재방송 혹은 대체 프로그램으로 메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 KBS·MBC 두 방송사의 파업
지난 4일 KBS와 MBC 노조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 노조는 4일 오전 11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오후 3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KBS는 새노조 1500여 명에 1노조 2000여 명까지 가세해 총 35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MBC 노조는 4일 오전 10시 서울지부 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지역 MBC 18개 지부가 함께 참여하는 출정식을 열었다. MBC도 시사제작국, 콘텐츠 제작국, 기자, 아나운서, PD, 작가, 비정규직 카메라 감독, 세트 및 그래픽 디자이너, 엔지니어, 방송경영 등 2000여 명의 전 직군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양 방송사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방송 파행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강윤기(영어·영어 96) KBS PD는 “앞으로 파업이 얼마나 더 장기화될지는 예측불가하다”라며 “고대영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라는 목표가 관철되면 당장 파업 중단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총파업으로 인해 방송 파행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깝지만 그만큼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이번 파업의 목표가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 그들은 왜 파업 중인가?
KBS 노측-사측
KBS 노조는 공영방송인 KBS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이용한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특히 그들은 고대영 사장이 주요 현안마다 편파방송을 강요하며 가짜 뉴스를 내보내게 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국정 농단 사태 때 KBS 기자협회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관계에 대한 취재를 요구했지만 당시 보도 국장이었던 정지환 전 통합뉴스룸 국장은 “최순실이 박근혜 측근이라는 증거가 있느냐”며 이를 묵살했다. 그 결과 KBS는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며 국민들에게 외면당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가 야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KBS 이사회가 7명의 여당 추천 인사와 4명의 야당 추천 인사로 구성돼 정부가 이사회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성 없는 이사회에 의해 올바른 경영은커녕 방송 편성에까지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됐던 것이다. 따라서 KBS 노조는 이사회 해체와 함께 이사회 구성 방법을 바꾸자며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KBS 노측은 이러한 방송법 개정과 고대영 사장의 퇴진만이 공영방송 KBS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 주장하며 국민의 많은 지지와 관심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한편 KBS 사측은 그동안 내부 구성원들의 보도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 관해 “공정했다”, “취재를 피한 건 아니다” 등으로 일관하며 불공정 보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KBS 사측은 지난 5일 현재 진행 중인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을 구하는 요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긴급조정이 발동될 경우 노조는 30일 간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MBC 노측-사측
MBC 노조는 보도통제를 일삼는 김장겸 사장의 사퇴와 언론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MBC는 공영화된 민영방송이다. 1980년 방송통폐합에 의해 지분의 70%가 한국방송공사에 강매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공영방송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민영방송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MBC는 비교적 정부기관의 입김을 세게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 MBC가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사건은 단연 국정농단사태 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보도본부장, 보도책임자가 지금의 김장겸 사장이다. 당시 김장겸 사장은 보도국장으로 있으면서 보도국 내 수십 명의 기자들을 다른 부서로 인사 조치시켰다. 그리고 촛불민심을 제대로 보도해야한다는 의견은 완전히 묵살했다. 지난 4일 MBC 파업 출정식에서 MBC 노조는 지난 몇 년간 제대로 된 방송을 내보내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의 정상화, 즉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고 싶다며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MBC 사측은 이번 파업을 “정치권력과 노조의 방송 장악 행위”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김장겸 사장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은 이에 세 차례나 불응하며 체포영장 발부 행위가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MBC 사측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파업은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에서 출발된 것”이라며 “MBC 장악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시청자들의 입장
TV 수신료, 흔히 KBS 시청료라고도 한다. 이는 방송법 제64조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는 항목에 근거해 징수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방송법 제56조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KBS)의 경비는 TV 수신료로 충당하되, 목적 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방송광고수입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 공영방송이 상업적 자본에 의존해 운영되면 시청률이나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 국민들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함이다.
현재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신료에 대해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는 그동안 꾸준히 수신료를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국민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업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여전히 수신료를 지불하면서도 그에 맞는 방송을 보지 못하고 스페셜 방송이나 재방송만을 봐야하는 실정이다. 파업 이전이나 이후나 수신료만 지불한 채 이에 걸맞은 방송을 보지 못한다는 시청자들의 현실엔 변함이 없다.
두 방송사의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시청자들도 있다. 더 알찬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제작 환경이 구축돼야 함을 시청자들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파업이 길어지더라도 꼭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는 응원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이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재원(主財源)으로 해 오직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말한다. 과연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그 존재의 이유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인 사실 전달과 올바른 여론 형성, 그리고 권력 감시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우리도 관심을 갖고 주시해보자.

서효상 기자 95hssa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