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과 시리아 평화협정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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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싸우는가?
여러 정치사상가와 작가들이 인류사를 ‘전쟁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인사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랍어 ‘살람’과 히브리어 ‘샬롬’은 ‘평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추하건대,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싸움을 해왔길래 인사말에서조차 ‘평화’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렇다면 ‘인간은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평화를 찾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국제법의 아버지라고 하는 휴고 그로티우스는 신성로마제국 내에서 발생한 30년 전쟁 기간 중인 1625년에 『전쟁과 평화의 법』이라는 책을 썼다. 1869년 제정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라는 역사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전쟁과 평화』에서 나폴레옹 같은 ‘인간의 호전적 본능’ 즉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분쟁의 원인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그렇게 돼 먹었다’는 것인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자기 파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프로이드의 죽음본능이론부터, 좌절-공격이론, 자극-인식-반응 이론 등은 인간의 생물학적, 심리학적 원인에 분쟁 원인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사상가, 정치이론가 중에서 △아우구스티누스△홉스△스피노자△모겐소가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칸트△윌슨△레닌은 특정 정치경제 체제, 즉 분쟁 원인을 국내체제에서 찾고 있다. 자본주의 정치경제체제에서는 부르조아지와 프롤레타리아 간 분쟁은 필연적이라는 레닌의 주장이 이에 속한다. 투키티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 원인을 ‘국제체제에 본연적으로 내재돼 있는 무정부 상태라는 국제체제의 구조, 즉 불균형적인 권력배분 상태’에 있음을 강조했다. 프러시아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 에서 ‘전쟁은 추가적인 다른 수단을 가진 정치 담론의 연장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분쟁원인의 복합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전쟁은 결코 고립된 행위가 아니다△전쟁은 단 한 번의 짧은 바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전쟁에서 결과는 결코 최종적이지 않다 등 전쟁원인의 복합성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학자들도 사실은 ‘분쟁 원인의 복합성’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심리학적 원인과 국내외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 그들은 왜 싸우는가?
시리아 내전은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에서 시작돼 전 아랍국가들로 확대된 ‘아랍의 봄’의 직접적 영향으로 발생했다. 아랍의 봄은 일종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을 보여줬다.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꽃피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중동 예외주의 가설이 거짓으로 증명되는 것처럼 보였다. ‘개도 국경을 넘어가야만 짖는다.’라고 할 정도로 철권통치가 일상화된 시리아에서 민주화 시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서구 강대국들이 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에 다 쓰러져가는 오스만제국의 영토를 분할점령하기로 한 사이크스-피코 협정에 의해 시리아 지역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 프랑스는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순니파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시아파의 알라위들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시리아에서 분할통치 정책을 시행했다. 1946년 독립했을 때, 하나의 국민국가의 국민으로 통합돼 있지 못하고 다양한 국내외 세력들의 각축장이 됐다. 1946년 독립 이후 하페즈 알 아사드(현 바샤를 알 아사드의 아버지)가 권력을 잡은 1970년까지의 24년 동안 21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1982년 순니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척결하기 위해 시도한 하마사건에서 3만 여명의 시민이 정부군에 의해 사망했다. 2000년 집권한 바샤르 알 아사드는 기대와는 달리 아버지의 유산인 권위주의 통치를 해왔다. 40년 이상의 부자의 권위주의 통치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분열과 부패가 만연하고, 빈부격차의 심화와 절대빈곤층의 확대, 청년실업의 확대 등 각종 사회악이 만연해 있었다.
시리아는 지정학적, 지경학적으로 여러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랍의 봄’을 통해 국민들이 가슴 속에 묻어뒀던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2011년 3월 6일, 시리아 남부지역 다라에서 어린 소년들이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벽 낙서를 했는데, 이를 계기로 정부군이 시위자들을 △체포△구금△고문하기 시작했다. 3월 23일 강경 진압 과정에서 10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 폭동이 발생하고, 7월과 8월에는 ‘자유시리아군’, ‘시리아민족회의’ 등의 반군 조직이 형성돼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 상태로 들어갔다. 2012년 6월에 국제적십자사는 시리아 사태를 내전으로 규정했고, 11월에는 미국, 프랑스 등의 서구 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GCC 국가들 및 아랍연맹은 반정부연합세력인 ‘시리아국민연합’을 시리아인들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했다. 시리아 내전은 국제화로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혼란 상황에서 2014년 6월 29일, IS는 시리아 라까를 수도로 하는 칼리프제 국가(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하고 시리아, 이라크의 많은 지역을 점령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자행했다. 현 시리아 상황은 행위자들이 서로에 대해 극단적 폭력을 자행함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상황이다.

◆요원한 시리아 평화
시리아 내전 상황은 ‘정체성의 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순니와 시아△아랍인과 쿠르드인△민주주의자와 권위주의자△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과 러시아△IS와 반IS△IS지지 세력과 반IS 세력의 국제적 연대△반정부 세력 내의 다양한 그룹 등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들이 개입돼 있고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그만큼 평화정착이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에 IS 점령지역의 상당 부분이 이라크군과 시리아군에 의해 수복됐고, IS 세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시리아 평화협정 관련 논의가 수차례 있었다. △수백만 명의 난민과 인권 침해 문제△종파 간 치열한 분쟁△시리아문제의 외부화로 인한 해결의 난맥상 등으로 인해서 평화협정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IS 퇴치에 성공한다 해도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갈등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화협정이 맺어진다 해도 △이행의 문제△안전지대 구축의 문제△시리아 정부와 반군 간의 관계 설정△바샤르 알 아사드의 처리문제△IS의 처리문제△행위자들 간 상호 불신의 문제로 깨지기 쉬운 상황이다. 분쟁원인의 복합성만큼이나 평화정착을 위한 변수의 복합성으로 시리아문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국제문제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