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출입이 불편한 학생들 ‘누구를 위한 캠퍼스인가’ 2017-12-21
고유진 기자 | 95howcuty@hufs.ac.kr 조회수 240  댓글 0
우리학교 서울캠퍼스는 지난 2004년 서울시의 담장개방 녹화사업에 따라 캠퍼스 외곽을 둘러싼 담장 730m를 철거했다. 해당 사업은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 공원을 만들고, 대학이 인근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교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당시 서울시에서는 예산을 지원해 담장이 있던 자리에 수목을 심고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그 해 대학교 담장개방 녹화사업 착공식에서 안병만 총장은 “대학의 담장 녹화는 마음의 담장도 허물어 줄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외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개방된 캠퍼스가 당시의 기대를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4월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외부인에 의해 재학생이 폭행당한 사건과 맞물려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학생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학교가 개방돼있는 탓에 사실상 제재가 어려워 대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한 문제의 현황, 관련 문제의 제재 방안과 대안을 알아본다.

◆외부인 출입 문제, 그 현황은?
잔디광장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일부 주민의 반려견 산책으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는 ‘누가 잔디광장에 강아지 세 마리를 풀어놓았다’, ‘동물을 무서워하는데 목줄 안 채운 강아지가 활보하는 것을 목격해 당황스럽다’ 등의 제보가 게시됐다. 한 익명의 재학생은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 도서관 앞에서 강아지가 변을 봤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행인이 모른 체하고 가버렸다”며 “이를 목격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외부인의 포교활동에 대해서도 불편을 호소한다. 최근 교내 게시판에 ‘HWPL’이라는 단체가 발행한 핵 안보 관련 내용의 전단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이 단체가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고 주장하며 외부 단체의 포교 활동이 학교 깊숙이까지 퍼졌다고 보아 이에 불안을 표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특정 종교에 대해 잠깐 얘기 할 수 없냐며 따라와 불편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음에도 계속해서 예수님 믿으라고 설교해 곤혹을 치렀다’는 등의 제보 또한 잇따랐다.
열람실의 경우 주민 및 타대생의 이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서관 열람실의 경우 좌석을 예약하지 않은 주민이 재학생이 예약한 좌석에 앉는 경우가 발견된다. 사이버관 2층 열람실에서는 타 대학 학생이 좌석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목격된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윤(영어·EICC 17)씨는 “7월 중순 쯤 애플라운지에서 K대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 2명을 본 적 있다”며 “애플라운지는 과제기간과 시험기간에 우리학교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도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자리를 타대생이나 외부인이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 불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관의 서쪽 계단 출입구는 자료실 폐쇄 시간인 약 23시 30분부터 이튿날 9시까지 24시간 개방되는 열람실 4층과 연결된다. 이 출입구는 정문 출입구와 같이 학생증 바코드를 인식하는 시설이 없어 외부인의 출입이 어렵지 않다. 이는 늦은 밤까지 열람실을 이용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또한 우리학교 재학 중인 B씨(LT·LT 16)은 “늦은 저녁 시간 대학원과 농구장 근처에서 담배를 피며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고등학생 무리가 종종 보이는데 너무 보기 안 좋다”며 교내 치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4월 잔디광장에서 일어난 외부인의 재학생 폭행 사건은 외부인의 학내 출입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을 증폭시킨 바 있다. 지난 4월 11일 14시경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신원불명의 남성이 여학생을 발로 폭행해 경찰에 체포됐다. 가해자는 중년 남성으로, 목격자는 “(가해자는)스스로를 ‘4월에 부활한 예수’라 칭했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잔디광장 중앙 가로등 아래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이후 잔디광장 계단에 앉아있던 피해학생과 주변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급기야 발로 피해학생을 가격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외부인의 부적절한 출입이 우리학교의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학내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외부인 출입, 관련 처벌은?
시설지원팀에 따르면 캠퍼스가 개방돼있는 탓에 외부인의 통제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황이다. 학생지원팀 또한 학교에 담장이 없기 때문에 모든 곳에서 학교 진입이 가능하며 특히 주민들이 학교시설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여러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에 따르면 외부인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고 이에 대한 제재 방안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지원팀은 “현재 교내 안전사랑순찰대는 목줄이 풀려 있는 강아지를 목격하면 개 주인에게 목줄 착용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씀 드린다”며 “계속해 목줄 착용을 거부하면 경찰을 불러 처리할 수는 있지만 안전사랑순찰대 학생들에게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지원팀은 포교활동과 관련해 “재학생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해당 학생이 거부의사를 밝히면 포교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나가시라고 제재할 수 있다”며 “하지만 포교활동이 대부분 일대일 대화로 이뤄져 순찰대가 대화내용을 듣고 포교활동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경우 지역주민과 외부이용자의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지역주민은 이문동 거주자에 한하며, 1층 입구의 안내실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교부받았을 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외부이용자는 △협정대학 학생 및 교직원△협정대학이 아닌 타 대학 관계자△기타 외부이용자로 구성되며 일정 절차를 거친 후 제한적인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도서관에 해당 규칙 위반 시 처벌과 제재에 관해 문의한 결과 “이에 대한 처벌·제재 매뉴얼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도서관 측은 “지역주민이 아닌데 지역주민인 것처럼 열람실에 출입하다가 적발되면 출입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역 주민이 좌석 배정을 받지 않고 열람실에 앉아있는 것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도서관학생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사이버관 2층 열람실은 도서관 열람실처럼 예약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좌석을 예약하지 않고 사용하는 학우들이 많고 신분 확인을 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악용해 외부인이 열람실을 사용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나 적발하는 것이 어렵고 그에 대한 회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제재를 가하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외부인의 재학생 폭행 이후 학생지원팀은 학내 치안과 관련해 ‘안전지킴이’를 발족했다. 학생지원팀장은 “안전지킴이는 노란 조끼를 입고, 한 시간에 두 명씩 짝을 지어 학교 곳곳을 순찰한다”며 “이문파출소, 동대문 경찰서와 예방 차원의 조치를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지만 외부 운동장, 잔디광장 등에 오는 외부인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으며, 그 제재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외부인 출입, 그 대안은?
타 대학의 경우 건물의 보안을 강화하거나 재학생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시설을 재정비했다. 서강학보에 따르면 해당 대학교는 “학교 내부 시설에 대해서는 CCTV를 설치하고 경비업체를 통해 방범활동을 하고 있으나 실외 공간에서 외부인을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세춘추에 따르면 해당 대학교는 “(원주캠퍼스에)외부인의 출입을 제재하기 위해 연세플라자와 학생회관을 제외한 강의동에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하고 신촌캠퍼스처럼 학교관계자만 허가증을 이용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해서는 단절이 최선이 아니라는 여론도 부상 중이다. 시립대학보는 “세계적으로 캠퍼스를 개방하는 추세로, 폐쇄나 배재는 외부인 출입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정석 서울시립대·도시공학과 교수는 “캠퍼스 개방을 통해 대학이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잔디광장을 비롯한 개방된 캠퍼스 시설의 경우 시설 이용의 규칙을 담은 표지판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해 부적절한 시설 이용의 처벌과 제재 수위를 명확히 게시할 것을 주장한다. 즉 관련 법령 등 처벌 수위를 명시해 이용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학교 재학생 윤씨는 “잔디광장의 경우 우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이 학교 탐방 시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며 “학교 시설은 학교 이미지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에 법령을 적어놓은 표지판에서 ‘딱딱하고 배타적인 외대’라는 인식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일부 외부인의 부적절한 캠퍼스 이용으로 학교와 시민은 상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 측의 성숙한 질서의식과 학교 측의 시설·제도 재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유진 기자 95howcut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