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문의 주역들을 만나보다

2015-03-24

박윤진 기자 | 90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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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의 학생들이 세계 각 국을 돌아다니며 국제적 이슈를 함께 고민하는 세계적인 모의유엔인 월드문이 한국을 찾았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문을 기획한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총 7명의 사무국원 중 5명의 사무국원인, 사무국장 정현주(통번역.영어 12)양, 사무부국장과 대외협력팀장을 맡은 김호인(LD학부 12)군, 사무부국장과 소셜디렉터를 맡은 김세영(사회.정치외교 13)양, 호스피탈리티(접대) 팀장 이소예(사회.정치외교 10)양, PR(홍보)팀장 박한결(LD학부 14)양이 참석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 월드문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
-정현주
1학년 때부터 우리학교 모의국제연합 하이문에서 사무국 활동을 해왔다. 1학년 2학기 때 부터 월드문 유치를 맡게 됐는데, 2학년 3월, 3학년 3월 모두 월드문을 다녀오며 우리학교가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으로 월드문 사무국장까지 맡게 됐다.
-김호인
정현주 양과 마찬가지로 1학년 때부터 외대의 모의국제연합 하이문 사무국에 소속돼있었다. 2학년 때는 학술지원팀장까지 맡았는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월드문의 유치 사업까지 참여하게 됐다. 유치에 이어 월드문 사무부국장까지 하게 됐다.
-김세영
모의유엔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참여해왔다. 대표도 하고, 스태프도 해봤는데 기획을 하는 것에도 호기심이 생겨서 참여하게 됐다. 마침 시기적으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참가한 것도 있다. 벨기에에서 열렸던 월드문에 같이 가게 돼 우리나라에서 월드문을 유치하자는 제안서를 받아내는 데에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월드문 사무국에도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됐다.
-이소예
국제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아 전국대학생모의유엔, 한중일 모의유엔포럼 등 다양한 모의유엔에 참가했다. 그러다 좀 더 시야를 넓히고자 전 세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013년도 멜버른 월드문에 참여했는데, 그때부터 유치를 위한 유치 사무국 활동도 해왔다. 2014년 벨기에 월드문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문에는 다시 참여해서 기획을 맡게 됐다.
-박한결
고등학교 때부터 모의유엔은 알고 있었지만 참여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다보니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꼭 해보고 싶었다. 또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아무래도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게 되면 주로 맡게 되는 일이 회의를 기획하는 일이다보니 미리 경험을 쌓고자 참여하게 됐다.

2.사무국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김호인
사무국은 월드문 서울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크게 주간 회의와 소셜 이벤트로 나뉜다. 그리고 전체적인 지원을 위해서 6개의 팀으로 나뉘어 일을 한다. 나는 FUNDRAISING(대외협력)팀을 맡았는데, 이 팀은 대외 협력을 포함해 다양한 후원을 받아오는 팀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예산을 정립하는 FINANCE(회계)팀, 편의, 인력관리를 담당하는 HOSPITALITY(접대)팀,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LOGISTICS(물류지원)팀, 그리고 홍보를 맡은 PR(홍보)팀이 있다. 일반적인 모의유엔은 회의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월드문 같은 경우에는 소셜 이벤트라는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가 있어서 다른 모의유엔과는 차별성을 띄는 부분이다.

3. 소셜 이벤트란 어떤 행사인지 설명해준다면?
-김세영
사교 파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파티가 아니라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파티이다. 그래서 한국적인 것들을 전달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소셜이벤트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매일 열린다. 특히 3월 16일에는 서울배움터 오바마홀에서 글로벌 빌리지라는 부스 파티를 연다. 26개국이 50여개의 부스를 준비해 본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무국 쪽에서도 청사초롱과 같은 등을 준비하기도 한 코리안부스를 마련해서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을 받은 전통매듭을 나눠주기도 하고, 캘리크래피로 한글을 아름답게 써서 나눠줄 계획도 있다. 또 부스 행사의 중간 중간에 사물놀이와 같은 전통놀이, 전통 영상을 상영하기도 할 것이다.

4. 모의유엔회의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
-이소예
118개 국적의 학생들이 참가를 했는데 비자 발급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7~80명 정도의 학생들이 비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 전 세계 시차가 다른데, 각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비자 발급 협조 요청을 하고, 각 대사관이 요청한 대로 서류를 전달해줘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차를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140~50명 정도의 많은 수의 봉사자들이 있었는데, 그 모든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관리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입국부터 유고결석계까지 모든 문제를 일대일로 해결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가하는 인원부터 자원봉사자들까지 총 3000명 정도의 사람들을 4명의 팀원이 관리하는 게 힘들었다.
-김호인
미국에 있는 학생들과 많이 일하다 보니 시차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각자 잠자는 시간이 다르니까 한국 사무국이 준비를 할 때는 미국 담당자는 자고 있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어느 쪽에서 얼마나 후원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도 컸는데, 아무래도 물질적으로 뒷받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생각해놓은 것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문을 많이 보냈는데 절차도 까다롭고, 공문 자체도 꼼꼼한 확인을 거쳐 보내야 했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다른 기관에서 연락을 받을 때도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휴대폰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박한결
홍보물을 전문적인 회사에 맡길 수도 있지만 재정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지출을 줄이고자 직접 수작업으로 모든 것들을 만들었다. 모르는 것은 책을 보면서 독학으로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 직접 다 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정현주
학생으로서 공부도 해야 하기에 유엔총회를 준비하면서 역할 갈등도 많았다. 두 개 다 잘 챙기기가 어려워서 힘들었다. 또 너무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한 일을 잊기도 해서 모든 걸 적어놓아야 하기도 했다. 연락도 핸드폰으로 받으면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때문에 무조건 이메일로 받아 확인했다. 118개국에서 오는 친구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도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6. 오랜 시간 애쓴 만큼 월드문 개최가 남다를 것 같다. 소감을 밝힌다면?
-김세영
너무 행복하다. 이제 다 안정된 상태인 것 같다. 각 국의 대표들 모두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고, 모든 준비가 끝나 정리가 된 기분이라 좋다. 이제 서로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는지도 돌아볼 수 있고, ‘수고했다’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원하는 일을 하니 아무리 힘들어도 정말 피곤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고, 배운 점도 많았다. 앞으로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와 같은 물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가는 것 같다.
-박한결
평범한 대학생이 겪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런 큰 행사를 기획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또 선배님들과 같이 일하면서 팀워크도 너무 좋았고, 기획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 행운이었던 것 같다.

7. 모의유엔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정현주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나의 꿈은 외교관이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모의유엔활동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도 앞으로 하고 싶은 직업과 관련이 적더라도,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학생이라도, 한국어로 진행되는 모의유엔도 많은 만큼 그런 것들을 찾아 참여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버드대 모의유엔의 사무총장의 전공은 응용수학이다. 수학과여도 모의유엔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슈는 꼭 국제에서 일할 친구들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의유엔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참가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다.
-이소예
모의유엔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장이다. 그 주제도 굉장히 다양하다. 인구 문제부터 미생물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생들도 참여하는 것이 회의의 질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또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말이 잘 통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이다.

8. 본인이 생각하는 모의유엔회의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김세영
모의유엔을 하면 세계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들이 단순하게 각자의 생활에 대한 것, 깊이가 없다고 보여지는 단순히 흥미롭기만 한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조금은 진지한 세계적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분리수거를 할 때마저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의유엔은 모의유엔회의자체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행사이다. 그래서 이 행사를 단순히 모의유엔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의 모임으로서 좀 더 확장해서 생각 하고 싶다. 또 모의유엔이 영어 때문에 꺼려진다면 더욱 참여해야 한다. 영어 실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의유엔이다. 일주일 내내 영어만을 쓰고, 읽고, 말하다 보면 정말 많이 늘 수밖에 없다. 인맥도 많이 쌓인다.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소예
하나의 최종 결의안을 내가 대표하는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 외교라는 것이 회의장 자체에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공식적인 자리 역시 중요한 것이다. 서로 친하게 지내면 신뢰도 쌓고, 서로 결의안을 맞춰 갈 때도, 편의를 더 봐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나아가 공통된 이해관계를 만들어 가기에도 유리하다. 그렇게 협력을 만들어 가는 법도 많이 배운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또 외교관이 꿈인데 실무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서 더욱 값졌다. 그리고 아까 김세영 학우가 말했듯이 세계의 많은 친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
-김호인
월드문 회의는 개회의 이념으로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 국가를 넘어서 협력,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의 이해 그리고 공존에 대한 관점을 강조한다. 문서를 넘어서서 현실적으로도 그런 이념들이 실현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월드문은 단순한 모의유엔 회의가 아닌 실제적인 국제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부분에서 가치로운 것 같다.

박윤진 기자 90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