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 한승오, 열정을 요리하다.

2017-12-21

김민정·서효상 기자 | 95hssa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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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에는 청년 창업이 열풍이다.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창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승오(경영·경영 08) 씨는 우리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명일전통시장에서 청춘도장이라는 요릿집을 운영하고 있다. 청춘도장은 지난 2월 16일 MBC ‘생방송 오늘저녁 대박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나이에 제법 성공한 청년 창업가로 자리 잡은 그를 만나 창업까지의 과정, 그리고 이후 계획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Q1. ‘청춘 마켓’, 그리고 그 안의 청춘도장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 위치한 ‘청춘마켓’은 청년 창업가들이 시장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이색 먹거리와 핸드 메이드 제품을 팔고 있는 ‘마켓’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마켓’은 아닙니다. 청년실업난 해소, 전통시장 활성화, 그리고 유휴 공간 활용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맞물려 진행된 강동구의 청년 지원 사업 중 한 가지죠. 이러한 ‘청춘마켓’은 보증금, 임대료, 권리금이 구청에서 지원됩니다. 따라서 창업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이 보다 쉽게 창업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한편으로 낡은 전통시장 속 방치된 유휴공간에서 사업을 시작해야한다는 점에서는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장사를 시작은 했지만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청년들은 지원을 받으며 시작하는 만큼 그 공간을 활성화 시켜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청춘도장은 명일전통시장 속 ‘청춘마켓’의 1호점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주재료로 하는 찹스테이크 집입니다. 강동구 야시장의 파워셀러로도 등극한 맛집으로 모든 메뉴가 맛있지만 특히 제가 추천하는 메뉴는 포크스테이크입니다. 질 좋은 고기에 청춘도장만의 특제소스를 더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죠!

Q2. 지금의 청춘도장이 생겨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활동이 있나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본어를 부전공했습니다. 부전공이던 일본어 공부를 위해 일본에 잠시 유학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일본 철판 요릿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당시 어깨 너머로 배운 철판 요리 기술이 청춘도장을 차리는 데 꽤 도움을 줬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한국행정연구원에 다닐 때는 자기 계발 차원에서 한식요리학원을 다녔습니다. 이 때 다닌 한식요리학원은 지금의 청춘도장 특제소스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청춘도장이라는 가게의 이름을 짓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한 검도 동아리입니다. 검도를 무척 좋아했고 나중에 나만의 도장을 만들고자하는 꿈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름을 따와 저희 가게 이름을 청춘도장이라고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름 때문인지 도장을 파는 곳인 줄 알고 전화가 잘못 걸려올 때도 많습니다. (웃음)

Q3. 졸업 후 한국행정연구원으로 일하셨는데, 연구원을 그만두고 청춘도장을 차리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 졸업 후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미래 사회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주로 일본, 대만 등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조금 앞선 나라들을 연구해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예측하는 일을 했습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우리나라보다 좀 더 지속된 외국의 상황들로 미뤄 봤을 때 우리나라도 곧 빈 집이 늘어나 도시가 흉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빈 집 문제는 곧 인명이나 재산피해로 이어지게 되는데 저는 여기서 미래를 봤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빈집떨이 사업을 계획했죠. 실제로 사업성을 인정받아 국토해양부와 공간정보산업진흥원에서 진행된 사업대회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할 자금 확보가 어려웠고 당장의 생활비조차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요식업에 옛날부터 큰 뜻을 두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빈집떨이 사업 실패 후 당장 돈이 급했죠. 그래서 새로운 사업인 청춘도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명일전통시장의 청춘마켓에 들어가게 된 것이고요.

Q4.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번화가나 야시장의 청년 푸드트럭이 아닌 낡은 전통시장의 방치됐던 유휴 공간을 활용한 가게입니다. 이러한 점이 청춘도장을 운영하는데 가져다준 특별한 어려움이 있나요?

강동구에서 이벤트성으로 열리던 야시장이 있습니다. 낮에는 명일전통시장에서, 밤에는 강동구 야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야시장에서 저희 가게가 대박이 나서 그 영향이 시장에까지 미쳐 시장 매출도 급등했었습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저희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자연스레 둘러보게 되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건 시장 상인들의 갖은 민원이었습니다. 민원의 내용은 다양했어요. 먼저 손님이 많아지자 손님들이 저희 가게 앞에 줄을 서 옆 가게나 마주한 가게들의 장사를 방해한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아진 손님들로 인해 너무 시끄러워졌다는 소음 문제를 제기한 민원도 있었죠. 이 뿐만 아니라 저희 가게의 철판 요리 특성상 연기가 계속 발생하는데 이 유증기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며 불만을 제기한 주변 상인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장상인연합은 배타적이었습니다. 청춘마켓 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온 저희 청춘도장과 같은 가게들은 이미 보증금과 임대료 면에서 구청의 도움을 받고 들어왔으니 다른 시장 상인들과는 철저하게 분리됐습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 역시도 제가 감당할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Q5. 앞으로의 청춘도장 운영 혹은 확장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타겟시장은 가정식 대체식품인 HMR(Home Meal Replace) 시장, 즉 가정에서 바로 먹거나 간단히 조리해 섭취할 수 있는 ‘완전’ 또는 ‘반조리’ 형태의 음식시장입니다. HMR 시장에는 4 가지 세부 분야가 있습니다. △포장을 뜯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 △바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RTC(Ready To Cook) △조리용 식재료를 요리하기 편하게 씻어서 소분한 RTP(Ready To Prepared)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RTC 시장에 집중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 시장에서 상품성 있는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해 창업하는 청년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끔 그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Q6. 청년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바로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정 기간 자신이 창업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회사 전반적인 업무 시스템을 파악하기 쉽고 회사 대표가 하는 일들을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창업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미리 해 볼 수 있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떻게 성공할지 집중하는 것 보다는 실패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창업은 현실입니다!

김민정·서효상 기자 95hssang@hufs.ac.kr